우한에 폐렴이 돈다는 영사관의 위챗문자를 받은 것은 12월말 정도였다. 당시 우리 학교는 크리스마스 방학이라 아이들과 집에 있을 때였다.
1/6이 개학이라 혹시 개학이 미뤄질까 학교에 문의해보았지만 예정대로 개학을 했다. 당시 중국 정부는 “사스가 돌고 있다” 등등 허위 사실을 유포하는 행위를 강력하게 막고 있었다. SNS에 허위 사실을 유포한 중국 사람이 8명이나 구속되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당시 중국인들은 폐렴이 지금처럼 심각해질 거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우한 국제학교에서 폐렴 때문에 개학을 연기한다면 “너무 오바한다”, “괜히 불안을 조장한다”하여 공산당에서 컴플레인을 할 수 있으므로 학교는 예정대로 개학을 했다.
2주간 1/6-1/17일까지 아이들은 학교를 다녔다. 당시에 길을 나가보면 마스크를 쓰고 있는 중국인은 거의 없었다. 우리같은 외국인만 걱정했다. 주변의 중국인들에게 물어보면
“괜찮아. 우한 인구 천만명이 넘어. 그중에 40여명이 폐렴을 앓는 거는 큰 일이 아니야”
“폐렴이 발병한 화난 시장은 한코우야. 우리가 살고 있는 한양은 아무 문제 없어”
(우한은 한코우, 우창, 한양 세 지역으로 나뉜다)
“정부가 엄청 잘 대처하고 있어. 걱정하지마”
같은 얘기만 들었다.
우리는 다행히 19일에 설을 쇠러 한국으로 나왔다. 2주간 음력 설 방학이 시작됐기 때문이다. 한국을 나올 때 인천 공항에서 열을 재고 건강 문진서를 작성해서 내도록 했다.
가족 모두 다행히 열이 안 나서 무사히 집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나서 이틀 쯤 지나서 친구들과 지인들에게 문자가 오기 시작했다.
“괜찮니? 첫번째 확진자가 나왔어”
그리고 하루 더 지나자 우한은 대중교통이 모두 폐쇄되고 시 자체가 봉쇄되었다. 우리는 우한에 돌아갈 수 없는 상황이다.
2/2에 우한으로 돌아가겠다는 계획은 무기한 연기되었다. 우리 가족은 오늘로 잠복기가 끝났다. 다행히 아무도 열이 나거나 증상이 있는 사람은 없었다. 그러나 혹시 목이 살짝 아프거나 컨디션이 안 좋으면 겁이 덜컥 났다.
한국에 있는 친구들에게 만나자는 얘기도 하기 힘들다. 우한에서 왔다고 하면 너무 걱정을 할 것 같아서. 이제 잠복기가 끝났으니 친구들도 좀 만나고 외출도 하고 싶다.
사람들이 중국 어디에서 왔냐고 물어보면 “우한”이라고 선뜻 대답하지 못한다. 내가 먼저 중국에서 왔다는 얘기를 꺼내지도 않는다.
우리 가족이 1년 반 잘 지내왔던 우한은 이제 “폐렴의 온상지” , “유령도시”처럼 무서운 곳으로 인식되기 시작했다.
사람들이 인터넷 기사에 댓글로
“짱깨는 인류의 적! 바이러스!”
이런 글을 올리면 중국에 살던 우리 교민들은 속상한 마음이 들었다. 중국이면 무조건 증오하는 모습을 보면서 중국인들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봉쇄령이 내리고 나서 우한에 있는 중국인들은 마스크를 끼기 시작했다. 공산당이 권고하니 놀랄 정도로 모든 사람들이 마스크를 쓴다. 지인이 보내준 사진을 보고 깜짝 놀랐다.
그동안 수자매의 친구들 가족 중 우한에 있던 한국사람들은 집 밖에 나가지 않고 집에 있는 식료품을 아껴먹으며 근근히 지내왔다. 오늘 아침 위챗으로 수자매 친구들도 아산에 무사히 도착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부디 이 상황이 어서 종료되길. 그래서 우리도 중국 생활을 잘 마무리 할 수 있길. 우한에 있는 모든 분들 힘내길 기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