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학선생이었던 엄마, 뇌졸증 이후10빼기 5를 못하네

by 스텔라언니

엄마는 결혼 전에 고등학교에서 수학과 화학을 가르쳤고, 내가 중학생이 될 때까지 동네 애들 과외를 했다.


나와 사촌들이 초등학교 고학년이 되자 방학 때면 수학 문제집을 한권 풀게 해 복습을 시켰다. 내가 중학생이 되어 처음 수학 시간에 집합을 배우는데 헷갈려하자 가르쳐준 것도 엄마였고, 방정식을 푸는 시범을 보여준 것도, 늘 나에겐 어려웠던 기하문제를 쉽게 풀어 가르쳐준 것도 엄마였다.


치매 검사를 할 때도 기억력은 안 좋아도 숫자 계산을 너무 잘해서 불과 몇달 전에도 검사원이 “할머니, 40에서 7씩 빼보세요”하니 “40, 33, 26..” 줄줄 말하던 엄마였다. 그래서 결국 요양 지원을 받을 수 있는 등급이 나오지 않았었다.


그런 엄마가 뇌출혈로 쓰러진 후 열흘 만에 ”10빼기 5가 뭐야?”하고 물으니 대답을 못 한다. “2 더하기 3은?” “7… 3?” 이런다.


영어로 논문까지 쓴 사람이 ”손이 영어로 뭐야?”라고 물으니 “몰라” 그런다.


주변에 뇌출혈로 쓰러지다 회복한 부모님을 모시는 오빠가 “뇌출혈 후에 치매가 더 심해지는 경우가 있어. 그러니 자꾸 말 시켜드리고 뇌를 쓰게 해야해”


라고 해서 혹시나 하고 물어보니 10-5를 못 하시는구나.. 숫자를 관장하는 부분이 다친 것일까..


간호사에게 물어보니 뇌출혈로 인한 인지 장애는 흔하고 서서히 회복되는 경우, 그대로 멈추거나 더 심해지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내가 하는 말을 알아듣고 글씨도 잘 읽으신다. 어눌하던 발음도 많이 좋아지셨다.


지금은 뇌를 쉬게 해야하니 너무 공부시키면 안된다고 한다.


병원 정원벤치에 앉아 내가 자꾸 간단한 셈문제를 물어보니

“그만 물어봐. 나 집에 갈래(병실로 돌아가고 싶다는 뜻)” 하신다.


아직도 병원 이름이 뭔지, 왜 입원을 하게 되었는지 잘 인지하지 못하고 계신 듯 하다. 여러 번 설명해드려도 자꾸 물으신다.


그래도 휠체어를 타고 병원 정원에 나올 정도로 많이 회복되었다. 젊은 시절 수학 잘 하던 엄마는 없지만 그래도 매일 같이 이야기를 나눌 수 있으니 괜찮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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