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의 습관대로 늙는다.

잘 늙을 수 있으려면

by 스텔라언니

부모님이 늙어가시는 모습을 뵈면 누구나 그렇지만 나도 늙으면 어떻게 될까 생각해보게 된다.


짱짱하던 엄마 아빠의 몸과 정신은 80,90이 넘는 나이가 되며 점점 허물어져 간다. 사촌언니의 말에 의하면 “그것이 우리가 모두 갈 길”이라고 하지만 마음 한쪽이 쓸쓸하고 안타까운 것이 사실이다.


그런데 두 분 모두 경증의 치매가 시작되고 거동도 쉽지 않지만 평생을 살아온 성품이 여전히 보인다.


아빠는 고관절이 부러진 작년부터 많은 시간 소파에 누워 계신다. 보조기구를 잡으면 혼자 걸으시고 화장실, 식사는 혼자 하실 수 있지만 목욕이나 그 외 활동은 힘들다.


집에 가면 아빠 옷을 갈아 입혀드린다. 물수건으로 몸을 닦아 드릴 때도 있고 가끔 샤워시켜드릴 때도 있다. 그럴 때 아빠는 되도록 내가 하기 쉽게 묵묵히 도와준다. 말씀은 안 하시지만 옷을 갈아입을 때 손을 잘 뺀다던지 다리를 들어서 수월하게 해준다. 그리고 자기가 할 수 있는 일은 되도록 자신이 하려고 한다. 머리를 감겨드릴 때 물이 귀에 들어갔어도 잔소리를 안 하신다.


평소 남에게 폐를 끼치지 않고 되도록 자신이 스스로 하려고 했던 아빠의 성품이 그대로 느껴진다. 아빠는 그것으로 자신의 존엄성을 지킨다.


소파에 눕거나 앉아 티비도 보고 식사도 하는 모습을 보면 “아빠 답답하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든다. 그래도 아빠는 94세의 일상을 묵묵히 살아낸다. 힘든 일이 있어도 묵묵히 삶을 받아들이고 성실히 살아낸 아빠가 보인다.


엄마가 뇌출혈로 일주일간 침대에서 내려오지도 못하고 절대 안정을 취할 때도 마찬가지였다. 평소에도 잠이 많은 엄마는 여전히 잘 주무셨다. 나 같으면 무지 답답하고 걱정 될 거 같은데 매일 병문안을 가면 엄마는 활짝 웃었다.


엄마 몸은 좀 어때?

응. 어제보다 좋아. 나아지고 있어


간병인 아줌마가 잘 해줘?

응. 잘 해줘.


내가 보기엔 어제나 오늘이나 컨디션이 비슷한 거 같은데 독실한 신앙 속에서 늘 긍정적이었던 엄마는 자신이 뇌출혈인지 잘 인지도 못하면서도 상황을 긍정적으로 생각하려는 게 보였다.


재미있었던 일은 엄마가 쓰러진 첫날, 응급실서 화장실에 모시고 간 적이 있다. 첫 날은 전혀 걷지를 못했으므로 휠체어를 타고 가서 간신히 내가 변기에 엄마를 앉혔다.


내가 두루마리 휴지를 넉넉히 뜯어 드리니 그 와중에도


“얘, 무슨 휴지를 그렇게 많이 쓰니. 좀만 써라”


하시는 거다. 전쟁세대로 평생 물자를 아껴쓰고 성당에서 시키는대로 환경보호에 힘쓰던 엄마는 그 와중에도 휴지를 많이 쓰는 것이 아까웠던 것이다.


사람은 결국 습대로 산다.

죽음이 멀지 않아 몸과 정신이 무너지는 나이가 되도, 평생 살아온 습은 남아 있다.


남에게 폐를 끼치지 않고 묵묵하게 성실히 살았던 아빠

어떠한 상황이던지 주님을 의지하고 긍정적으로 살았던 엄마


물론 두 분도 단점도 있었고, 나도 부모님이 미울 때도 있었다. 그러나 남편과 가끔 같이 얘기한다.


“우리가 부모님처럼만 늙어도 성공한 삶이야”


인간답게 잘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야 잘 늙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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