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저 책을 읽는 재미를 알게 해주고 싶었어

나의 독서교육법 이야기

by 스텔라언니

요즘은 독서를 많이 하는 애가 공부를 잘 한다는 생각이 대세여서 엄마들이, 특히 유아부터 저학년 엄마들이 아이들에게 다양한 책을 읽어주려고 애를 많이 쓰는 것 같다.

아이가 한 종류의 책만 읽으면 걱정하고 심지어 읽은 책은 스티커를 붙여서 안 읽은 책을 읽도록 유도하는 엄마도 있다는 이야기를 읽었다.

베스트셀러가 된 <공부머리 독서법>에서는 아이가 한 종류의 책에 꽂혀도, 한 책을 여러 번 읽어도 엄마가 간섭하지 말라고 한다. 나는 저자의 주장에 크게 공감한다. 책은 성적이나 지식의 확장을 넘어 개인적인 문화생활이기 때문이다.

요즘 큰 아이는 “고양이”에 꽃혀 있다. 도서관이든 서점에서든 고양이에 관한 책을 섭렵하고 있다. 그 아이의 호기심이 충분히 충족되면 또 다른 주제로 옮겨갈 것이다. 예전에 한 때 “요리”에 대한 책에 꽃혔둣이.

둘째는 우주에 대한 책을 여러 번 읽어달라고 했다. 적어도 100번은 읽은 것 같다. 나도 가끔 “다른 책도 좀 읽지”하는 생각이 들곤 했다. 하지만 아이가 신나서 읽는 거를 말릴 수가 없었다.

그러면서 내 어린 시절이 떠올랐다. 내가 100번도 넘게 읽은 책은 “안네의 일기”, “작은아씨들”, “빨강머리앤”, “오싱(일본드라마를 소설로 만든 것)”이었다. 안네의 일기는 원본판을 너무 읽어서 나중에 커서 네덜란드에 안네의 은신처를 여행할 기회가 있었는데 그 곳에 전시된 안네의 일기 글귀들이 일기 어디쯤에 나오는 건지 거의 알 수 있을 정도였다. 그리고 작품과 작가에 대한 관심과 애정은 작가의 다른 작품까지 확장되어, 안네가 쓴 동화집이나 오싱의 작가 “하시다 스가꼬”가 쓴 다른 소설도 모두 읽게 되었다.

책을 여러번 읽으면 그것은 완전히 체화되어 마치 내 안 어딘가에 녹아드는 기분이 든다. 내가 많이 읽었던 책들이 나의 정서나 성격에 영향을 많이 준 것 같다.

아이가 책을 좋아하는 아이였으면 하고 바랬다. 성적 때문이 아니라 “책을 읽는 즐거움”을 안다는 것은 인생의 큰 재미를 얻게 되는 것이므로. 책을 통해 지식이나 나와 다른 의견을 배울 수 있어 인생의 지평이 넓어지는 면도 있다. 그러나 일차적으로 재미있는 책을 읽으며 다음 이야기가 궁금해 한장 한장 넘기는 재미, 그 달콤하고 찰진 재미를 알게 된다면 인생의 큰 친구를 얻게 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큰 아이가 어렸을 때부터 집 앞의 도서관을 자주 갔다. 쉽고 그림이 예쁜 책을 같이 많이 읽었다. 큰 아이는 책이 재미있는 것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강요가 없이 원하는 책을 마음대로 고르게 했다. 큰 애는 책을 좋아했다. 글밥이 제법 있는 책도 꽤 일찍 읽기 시작했다.

둘째는 큰 아이와 달랐다. 이과 성향인 둘째는 책도 우주나 자연에 대한 책을 좋아했다. 언니처럼 글밥이 많은 세계 명작보다는 우주나 자연에 대한 만화책을 여러 번 읽었다. 가끔 나는 둘째는 언니처럼 책을 좋아하지 않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언니처럼 쉬는 시간에도 자발적으로 책을 읽는 아이가 아니었다. 그래도 자기전 내가 읽어주는 1-2권의 책을 좋아해서 이야기를 싫어하진 않는구나 했다.

그랬던 아이가 7-8살이 되자 언니 책장에서 만화책을 꺼내서 읽기 시작했다. 와이 시리즈같은 학습만화부터 각종 만화책을 즐겨 읽는다. 만화책을 주로 좋아하지만 나는 그냥 내버려 두기로 했다. 스스로 책을 읽는 재미를 방해하고 싶지 않아서이다.

앞서도 언급했듯이 책을 골라 읽는 행위는 성적과 무관한, 개인의 취향이 드러나는 문화생활이라고 생각한다. 어떤 음악을 좋아하는지 어떤 드라마를 좋아하는지가 개인의 자유이듯이 어떤 책을 읽는지도 개인이 결정할 사적인 영역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아이가 “책”이라는 친구가 하나 더 있어서 평생 심심할 때, 뭔가 알고 싶을 때, 위로받고 싶을 때 곁에 두고 읽을 수 있길 바란다.


아래의 동영상은 <공부머리 독서법>의 저자가 직접 강연하는 20분짜리 동영상. 절절히 공감가는 내용이 많다.


https://youtu.be/3E2NH_C_os0


#독서는나만의문화생활

#공부머리독서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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