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에 걸린 엄마

by 스텔라언니

작년 9월 말의 일이다. 여름에 중풍으로 쓰러진 엄마는 용인 세브란스에 입원 치료 중이셨다. 다음 주면 우리 집 근처 재활병원으로 옮기기로 되어 있었다. 그런데 간병인이 놀란 목소리로 전화를 걸었다.

"옆 환자 보호자가 코로나에 걸렸어요. 지금 우리 병실 모두 난리 났어!"

며칠 후면 재활 병원으로 전원을 가기로 되어 있었는데, 코로나에 걸리면 전원이 힘들어진다. 다행히 병실에 있었던 다른 환자분들 모두 검사 결과 음성으로 나왔다. 엄마는 재활 병원으로 무사히 옮겼다. 재활병원 입원 첫날은 1인실에서 보호자와 하룻밤을 자야한다. 코로나검사 결과 음성이 나왔지만 혹시 열이 나거나 증상이 생길 수도 있기 때문에 하루는 격리해서 지켜보는 것이다.

그런데 재활병원으로 옮긴 첫날 밤 엄마는 체온이 38도 이상 오르기 시작했다. 컨디션도 안 좋았다. PCR 검사를 했다. 새벽에 검사 결과가 나왔는데 코로나 확진! 엄마와 한 방을 썼던 나도 병실을 나갈 수 없었다. 어차피 간병할 사람이 필요하니 내가 엄마 곁에 있어야 했다. 나는 1박만 할 예정이었지만 엄마와 단둘이 4박 5일 병실에 있었다. 다행히 병실에는 큰 창문이 있었고, 풍경이 좋았다. 그리고 큰 티비도 있어서 심심하면 티비를 볼 수 있었다. 노트북도 가져갔기 때문에 넷플릭스도 볼 수 있었다.

결혼 이후 엄마와 단둘이 5일이나 있는 건 처음이었다. 그냥 엄마와 둘이 가을 여행왔다고 생각하기로 했다. 다행히 엄마의 컨디션은 점점 좋아졌다. 코로나 약을 먹고 나니 열도 내려갔고, 식사량도 늘었다. 하루종일 주무시긴 했지만 점점 증상은 호전되었다. 고령의 환자라 코로나에 취약한 대상이었지만 다행히 엄마는 코로나를 잘 극복했다.

엄마가 점차 컨디션을 회복하자 나는 엄마가 간단한 운동을 할 수 있도록 도와드렸다. 스트레칭도 하고, 혼자 의자에 앉았다 일어서는 동작도 반복했다. 엄마는 낮에 같이 '미스 트롯' 도 보고, 수다도 떨었다. 5일이 지나자 병원에서 나는 이제 퇴원해도 된다고 했다. 병원에 근무하는 간병인 중 한 분이 엄마와 비슷한 시기 코로나에 걸렸는데, 그 분이 증상이 호전되어 엄마를 간호할 것이라고 했다.

나는 닷새만에 집에 돌아왔다. 집에 와서 식탁에 앉아 커피를 한 잔 마시며 창밖을 내다보니 일상을 살 수 있다는 것이 새삼 너무 감사했다. 장을 보고, 음식을 만들고, 저녁이면 온 가족이 둘러앉아 밥을 먹으며 하루 있었던 일을 이야기했던 나날들이 당연한 것이 아니었다. 그 모든 시간들이 우리 가족에게 허락된 축복이었음을 그제야 깨달았다.

퇴원 후에 나는 PCR 검사 결과 음성으로 나왔다. '수퍼 면역자'인가! 대단한데 하고 속으로 좋아했는데, 2~3일이 지나자 목이 찢어질 듯이 아프고, 열이 나기 시작했다. 동네 내과에 가서 신속항원 검사를 했더니 '양성'으로 나왔다. 수퍼 면역자는 개뿔 ... 나는 다시 방에 갇혔고, 일주일간 남편이 아이들을 돌보며 나에게 음식을 해줬다. 나는 작년 3월에 이어 두번째로 코로나에 걸렸다. 첫번째보다 훨씬 아팠다. 목 감기가 심했고, 컨디션도 안 좋았다. 다행히 발병 후 사나흘이 지나자 증상이 호전되었다. 엄마 덕분에 나는 코로나를 두번이나 걸렸지만, 우리 모두 잘 극복해서 지내니 다행이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엄마의 빈 자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