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는 중풍으로 재작년에 쓰러지신 이후 아직까지 하반신을 전혀 못 쓰신다. 휠체어 생활을 하시지만 즐겁고 유쾌하게 요양원 생활을 하고 계시다. 엄마가 계신 요양원은 가톨릭 수원 교구에서 운영하는 곳이다. 종교기관에서 운영하므로 믿을 수 있어 좋다. 아프기 전까지 매일 미사를 다니시던 엄마는 이 곳에서 매일 오전 미사를 볼 수 있어 좋아하신다. 오후에는 꽃꽂이, 바느질, 그림그리기, 악기 연주, 체조, 게임 등 다양한 활동에 참여한다.
면회는 한달에 총 6회 가능하다. 외출은 거의 무제한 신청할 수 있다. 나는 일주일에 한번 정도 엄마를 만난다. 자주 만나고 싶어서 집 근처로 요양원을 구하길 잘한 거 같다. 집에서 차로 15분이면 갈 수 있으니 시간을 내는데 전혀 부담스럽지 않다.
엄마는 예전에는 잔소리가 심하셨지만, 중풍으로 쓰러진 후, 늘 예쁘고 고운 말만 하신다.
어쩜 그렇게 예쁘니
나는 우리딸 만나는 게 제일 좋아
요양원이 아주 편하고 좋아
등등..
우리 딸들은 할머니가 플러팅(아부를 요즘말로 플러팅이라고 한단다)의 대가라고 말한다. 할머니 눈에 손녀는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은 예쁜이들이다. 엄마가 집에 오고 싶다고 징징거리지 않고 요양원에서 잘 지내셔서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 아빠가 돌아가신 것은 엄마에게 알리지 못했다. 가슴 아프지만 최대한 천천히 말씀드릴 예정이다. 엄마가 다시 쓰러질지도 모른다고 의사가 경고했기 때문이다. 엄마는 아빠의 부고를 들으면 충격에 다시 뇌졸증이 발병할지도 모른다. 우리 형제들은 최대한 숨기기로 했다.
좋은 요양원에서 즐겁게 지내줘서 엄마 고마워.
앞으로 엄마에게 더욱 잘해줄게~ 사랑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