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스텔라언니 May 08. 2020

화음은 어떻게 만들어졌나?

오르가눔의 생성

서양 음악의 큰 특징 중 하나는 화음을 사용한다는 것이죠. 화음은 여러 음이 동시에 울려 아름다운 울림을 만들어내는 것입니다.

유럽에서는 약 9세기부터 그레고리안 성가에 음이나 가사를 덧붙여 부르기 시작했습니다.
최초의 다성음악은 그레고리안 성가 아래에 나란히 새로운 선율을 붙여 만든 것인데 9세기경 문헌에 보면 이것을 “오르가눔(organum)”이라고 했습니다 .


위 악보에서 보듯이 두 성부는 같은 음으로 시작하지만 완전 4도에 이르면 계속 4도 간격으로 화음을 붙이다가 끝날 때에는 다시 같은 음을 부르지요.

그레고리안 성가는 위성부에 두었고, 새롭게 붙인 선율은 아래 성부에 두었어요. 그레고리안 성가를 부르는 위성부를 주성부(Vox pricipalis), 화음을 새롭게 붙인 아래 성부를 오르가눔 성부(Vox organalis)라고 했대요

12세기가 되자 보다 복잡한 오르가눔이 연주되기 시작했어요. 기존의 그레고리안 성가의 선율을 아래에 두고 윗성부에 자유롭게 화려한 선율을 붙이는 형태인데 이를 “장식 오르가눔”이라고 합니다

장식 오르가눔

위 악보의 아랫 성부는 몇개 없는 음들로 되어 있죠. 아랫 성부는 원래의 그레고리안 성가입니다. 윗성부는 여기에 장식적인 요소로 긴 선율을 갖다붙입니다


13세기 말 프랑스 파리는 유럽에서 학문과 예술의 중심지였습니다. 당시 노트르담 성당에서 활동한 음악가 레오냉과 페로탱을 “노트르담 악파”라고 부릅니다.

장식 오르가눔을 보면 그레고리안 성가인 아래 성부는 매우 긴 음가의 음들로 되어 있죠? 그런데 만약에 그레고리안 성가에 대영광송처럼 음이 아주 많으면 음 하나마다 위에 선율을 10개 정도 붙이면 곡이 무지하게 길어지겠죠?

따라서 레오냉은 곡을 빠르게 진행하기 위해 그레고리안 성가 중 음이 많은 부분은 아래성부도 빠른 리듬으로 진행하는 오르가눔을 만들었어요. 아래 성부도 빠른 리듬으로 부르는 것을 디스칸트 양식이라고 불렀고, 디스칸트 양식으로 작곡된 부분을 “클라우줄라(clausula)”라고 합니다.

레오넹의 클라우줄라

레오넹의 미사곡을 한번 들어볼게요. 옛 양식인 단선율, 장식 오르가눔도 나오고 가사가 많고 음이 많은 부분은 디스칸트양식으로 작곡했습니다  

https://youtu.be/6mYfzf5O8QY

페로탱은 레오냉의 후계자로 2성부 뿐만 아니라 3,4성부 오르가눔을 작곡합니다. 레오냉과 페로탱의 클라우줄라에서 대표적인 중세 성악 장르인 <모테트>가 시작된답니다!

화음을 사용하면서 서양 음악에는 여러 가지 변화가 생깁니다!

첫째 화음을 사용하는 방법에 관한 규칙이 생깁니다. 우리는 이것을 '대위법, 화성법'이라고 부르지요. 중학교 때 음정 공부하면서 완전 1도, 장 3도 이런 걸 배웠지요? 음정은 대위법, 화성법의 기초랍니다.

둘째, 기보법이 발달하게 됩니다.화음을 넣어야 하니까 서로 어느 정도 약속을 해야하겠죠? 따라서 기보법이 발달하게 됩니다.

셋째, 즉흥음악이 사라지게 됩니다. 국악이나 인도 음악 등은 즉흥성이 굉장히 강한 음악이지요. 따라서 연주자가 작곡가가 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서양 음악은 미리 화음을 어떻게 쓸 것인지 작곡가가 정해서 기보한 대로 연주자가 연주해야 불협화음이 생기지 않기 때문에 즉흥 연주는 많이 사라지게 되지요.

화음이 생기면서 음악은 좀 더 풍성해졌지만 위에서 언급한대로 즉흥성 등이 사라져버린 아쉬움도 있습니다. 다음 시간에는 1300년대 유럽의 음악에 대해서 알아보기로 하지요~


#오르가눔

#디스칸투스

#클라우줄라

#노트르담악파


이전 03화 중세시대에도 대중음악이 있었을까?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