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의 가장 유명한 음악학교 상트 페테르부르크 음악원에는 바이올린의 대부로 추앙받는 아우어라는 교수가 있었습니다. 그들은 수많은 제자를 키웠지만 하이페츠를 길러낸 것으로 유명했지요.
야사 하이페츠(1901~1987)는 20세기에 바이올린과 동의어로 여겨질 정도로 바이올린의 제왕이었습니다. 그는 아홉살 때 아우어의 제자가 되었는데 1년여 지나 베를린필과 차이콥스키 협주곡을 연주해 사람들을 놀래90켰습니다.
그의 실력에 많은 연주자들이 절망하였는데 그에 관한 에피소드가 많습니다.
당대 최고의 바이올리니스트였던 크라이슬러는 12살 소년이었던 하이페츠의 연주를 들었습니다. 그는 친구에게 “ 나는 이제 바이올린을 내던져 박살내는 편이 나을 것 같아”라고 말했답니다.
미샤 엘만의 에피소드는 더 재미있습니다. 하이페츠가 17세에 미국 카네기홀 데뷔연주회를 열었습니다. 명 바이올리니스트인 미샤 엘만과 저명한 피아니스트 고도프스키는 이 공연을 보러 갔지요.
연주 도중에 엘만은 땀을 흘리며 고도프스키에게 “여기 좀 덥지 않나?”하고 물었어요. 그러자 고도프스키는 웃으며 ”난 피아니스트라서 괜찮아“라고 대답했대요. 하이페츠의 아찔한 테크닉과 음악성에 엘만은 진땀을 흘린 것이죠 ㅎㅎ
그럼 파가니니의 <카프리스 24번>을 들어볼게요. 난곡 중 하나로 대학 입시에도 종종 나오는 곡입니다. 이 곡을 이렇게 정확하고 쉽게 연주하는 바이올리니스트는 흔치 않습니다.
https://youtu.be/vPcnGrie__M?si=rFIQ3yKOkA9UFeGx
그는 17살에 뉴욕 카네기홀에 데뷔했어요. 그런데 고국 러시아에서 혁명이 일어났다는 소식을 듣고 집에 돌아가지 않았습니다. 그는 평생 미국에 살면서 미국 바이올린계의 황제로 추앙받았어요.
그는 수줍고 말이 적었어요. 정확하고 차가운 느낌의 연주처럼 그의 성격도 냉정하다는 소문이 돌았습니다.
그러나 많은 동료들이 그는 신중하고 진지하고 고상한 성격의 소유자라고 두둔했어요. 그는 매우 진지하고 엄격한 사람임에는 틀림없어요.
과장과 지나친 비브라토는 지양하고, 뛰어난 테크닉을 바탕으로 거침없이 연주하는 모습이 인상적입니다.
그가 연주한 비탈리의 <샤콘느>들어볼게요. 지상에서 가장 슬픈 곡이라는 별명이 있는 곡입니다.
https://youtu.be/97xlBipnzG8?si=Gx0Ax5gj0ekGyYam
다음 소개할 바이올리니스트는 나탄 밀슈타인(1904~1992)입니다. 그는 하이페츠와 동시대에 활동했고 아우어 선생님의 클래스에서 동문수학했습니다.
그 역시 러시아에서 태어났어요. 어릴 때 너무 장난을 많이 쳐서 엄마가 혹시 바이올린을 하면 집중력이 생기고 좀 얌전해지지 않을까 해서 밀슈타인에게 악기를 권했대요.
그는 앞서 소개한 피아니스트 호로비츠와 젊은 시절 친구가 되어 평생 절친으로 지냈습니다. 3년간 호로비츠의 집에서 같이 살기도 했지요. 낯을 가리고 까탈스러운 호로비츠가 밀슈타인에게는 마음을 연 것이죠. 그들은 스탈린을 피해 서방으로 망명합니다
1962년 <타임스>지가 세계 5대 바이올리니스트를 선정했습니다. 하이페츠, 프란체스카티, 오이스트라흐, 밀슈타인 그리고 아이작 스턴이었죠.
하이페츠가 밀슈타인보다는 더 눈부신 기교를 보였지요. 차갑고 객관적인 아티스트였던 하이페츠와 달리 밀슈타인은 따뜻하고 자연스러운 음색의 연주로 유명했어요.
그는 천재란 두 가지 자질이 있어야 한다고 했어요. 첫째, 뛰어난 감수성과 상상력으로 작품을 해석해야합니다. 둘째, 완벽한 테크닉을 구사할 때까지 꾸준히 연습하는 체력과 성실함입니다.
화려한 기교를 가진 연주자는 많지만 제대로 작품을 해석할 수 있는 연주자는 부족하다고 지적했습니다. 실제로 현재도 테크니션은 많지만 작품을 철저히 분석하고 자신만의 해석을 보이는 아티스트는 흔치 않습니다.
그럼 밀슈타인의 연주로 <파가니니아나> 들어볼게요. 파가니니의 바이올린 작품 여러 개를 한데 섞어 오마주 작품을 만든 거에요.
파가니니는 19세기에 “악마의 기교“를 연주한다고 여겨졌던 당대 아이돌 바이올리니스트이자 작곡가입니다.
https://youtu.be/KQjzKVkFqag?si=--Rp0lmjqj4BUTp_
확실히 하이페츠와는 음색이 다르지요. 바이올린은 연주자에 따라 음색의 차이가 큽니다. 가수들의 바이브레이션과 같은 효과를 내는 왼손 떨기 주법 “비브라토”의 속도나 테크닉도 사람에 따라 다릅니다. 그래서 사람마다 다른 목소리를 내듯 다른 음색을 연주하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