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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아니스트> 기인이었던 연주자들

by 스텔라언니

일반인들은 예술가들이 굉장히 성격이 특이할 거라고 생각하지만 사실 만나보면 그렇지 않습니다. 그저 그들도 우리와 똑같은 사람입니다. 각자 다른 성격을 가지고 있지요. 다만 일반인보다 감수성이 예민하고 상상력과 표현력이 좋지요.


그런데 유독 기괴한 행동으로 세간의 관심을 끄는 아티스트들도 있습니다. 오늘은 그 중 두 명을 소개하려 합니다.


처음 소개할 사람은 이태리 출신 피아니스트 아르투로 미켈란젤리(1920~1995)입니다. 그는 폴리니, 아르헤리치 등 레전드 피아니스트를 제자로 두었습니다. 그러나 아르헤리치가 말하는 그의 레슨 방식은 매우 특이합니다.


“선생님은 음악에 관해선 아무 것도 가르쳐주시지 않았어요. 파스타를 맛있는 삶는 법, 산책하는 법, 문학과 역사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이 레슨의 전부였지요.”


이미 테크닉으론 완벽한 제자들에게 삶을 즐기는 방법을 알려주고 문학과 역사에 관한 소양을 키워 좀더 깊이있는 연주를 할 수 있도록 이끌었던 것 같습니다.

그는 어디로 튈지 모르는 사람이었어요. 피아노 연주자 외에도 항공기 조종사와 카레이서였고 스키도 잘 탔지요. 의사이기도 했습니다. 수도원에 들어가 1~2년씩 수도생활을 하기도 했어요.

레슨도 일관적이지 못했어요. 어떤 날은 10분 가르치고 어떤 날은 4시간을 가르치기도 했지요. 고액의 레슨비를 청구하기도 하고 가난한 학생은 무료로 몇년간 가르치기도 했습니다.

항상 검은 옷을 즐겨 입었고 안색은 매우 창백했다고 해요. 연주할 때 외에는 대중 앞에 서는 걸 극도로 싫어했습니다. 주변 사람들과도 잘 지내지 못했어요. 한 마디로 사회성이 극도로 떨어지는 사람이었지요.

공연 직전이나 레코딩 녹음 직전에 연주를 취소하는 일도 잦았습니다. 이유도 어이가 없었죠. 손이 너무 시려워서, 피아노 조율이 마음에 안 들어서, 청중이 기침을 세번이나 해서 연주를 거부한 적도 있습니다.

1952년, 30대 초반에 건강이 매우 나빠져 7년이나 공백기간을 가졌습니다. 그동안 그는 수도원에서 1년간 지냈고, 약학을 공부했답니다.

그의 음악은 화려한 음색을 자랑하기보다 마치 수묵화처럼 맑고 순수합니다. 정확성과 완벽함을 추구하지요.

“타협할 것이라면 처음부터 하지 않는 것이 낫다. 음악은 그만큼 엄격한 것이다.”

그가 남긴 말입니다. 완벽주의자 기질을 알 수 있습니다.

그가 연주한 드뷔시의 <전주곡> 들어볼게요.

https://youtu.be/P2xhiiqp71A?si=DfH8NgDYqC3R5RYF

빈 필과 협연한 <베토벤 협주곡 5번 황제>도 명연주입니다. 미켈란젤리 특유의 맑고 정확한 터치가 돋보입니다.

https://youtu.be/e8OeXFvCph4?si=8BT7et7mloaBffOh


두번째 기인은 글렌 굴드(1932~1982)입니다. 그는 캐나다라는 클래식의 변방에서 공부했습니다. 유학도 가지 않았지요. 그래서 더 강한 개성을 키울 수 있었는지도 모릅니다.

1955년 <골드베르크 변주곡>을 녹음하러 뉴욕에 나타났을 때 모습은 정말 해괴했어요. 6월에 두꺼운 코트를 입고 머플러에 장갑까지 끼고 나타났답니다. 뉴욕의 물은 믿을 수 없다며 물병도 따로 준비하고, 유명한 ‘굴드 의자’도 챙겨 왔대요. 그는 높이가 낮은 의자에 구부정하게 앉아서 연주하는 걸로 유명했거든요.

더구나 손가락은 쭉 펴서 연주해서 기존의 전통 방식을 거부했어요. 원래 피아노는 손을 계란 쥔 것처럼 살짝 동그랗게 만 상태에서 쳐야 타건이 정확해집니다. 그런데 글렌 굴드에겐 그런 게 의미가 없었죠. 그리고 무엇보다 연주할 때 늘 ‘허밍’을 했어요. 그의 씨디를 들으면 허밍 소리를 들을 수 있어요.

그는 아주 개인적인 사람이었죠. 주로 독주만 했고 협연만 가끔 했어요. 실내악처럼 소수의 아티스트가 함께 하는 연주는 별로 안 했는데, 하더라도 동료들과 꼭 불화를 일으켰지요.

그는 연주회장에서 연주하는 것보다 레코딩을 선호했어요. 레코딩은 마음에 들 때까지 녹음할 수 있으니까요. 그는 엄청난 완벽주의자였어요.

그의 연주는 매우 지적이고 정확합니다. 악보를 철저하게 분석하고 이지적으로 연주했지요. 특히 바흐 연주에 일가견이 있었어요. 바흐의 명곡 <골드베르크 변주곡>을 들어볼게요

https://youtu.be/p4yAB37wG5s?si=6IoJbLGwPBOnF9bO


바흐 외에도 베토벤, 브람스, 그리고 20세기 작곡가들의 작품을 연주했지요. 무슨 이유에서인지 쇼팽, 슈만, 슈베르트처럼 낭만주의 피아노 작품들은 연주하지 않았어요. 아마 너무 선율이 로맨틱하고 감정적이어서 싫었나봐요.

글렌 굴드가 연주한 <베토벤 피아노 협주곡 5번>을 들어볼게요. 미켈란젤리와 어떻게 다른지 비교해서 들어보세요.

https://youtu.be/kpz_U8wHpa8?si=_A1bMraPs33WKeUf


그는 피아니스트로 한정적인 활동을 하는 것을 거부했어요. 방송 대본도 쓰고 다큐멘터리도 제작했지요. 작곡도 했어요. 지휘자로 활동하고 싶어했는데 딱 한 개의 레코딩만 남겼지요. 50세에 갑자기 심장발작으로 사망했기 때문이에요.


음악사에 길이 남을 기인 아티스트들의 이야기 재미있으셨나요? 다음 포스팅엔 바이올리니스트 이야기를 들려드릴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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