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비극적인 삶을 살다 간 두 명의 여성 연주자들을 소개하려 합니다.
첫번째 소개할 사람은 피아니스트 클라라 하스킬(1895~1960)입니다.
그는 루마니아의 음악 애호가 집안에서 태어났어요. 세 딸 중 둘째딸로 세 자매 모두 바이올린과 피아노를 배웠습니다. 그녀는 6살 때 모차르트 소나타를 단 한 번 듣고 그 자리에서 바로 연주했다고 해요.
11살에 파리 음악원에 입학하여 유명한 작곡가 포레에게 배우고 당대 명 피아니스트인 코르토의 문하에 들어갔습니다. 그러나 코르토는 3개월동안 하스킬을 가르치더니 더이상 가르칠 게 없다고 했답니다.
15세에 파리 음악원을 졸업했는데 최고상을 받았습니다. 전도유망했던 소녀 피아니스트에게 청천벽력같은 일이 벌어집니다. 17세에 세포 경화증에 걸린 것입니다.
이 병은 뼈와 근육, 세포가 붙어버리는 병입니다. 그녀는 8년간 연주를 할 수 없었습니다. 더구나 등이 완전 휘어버렸지요.
사진을 비교해보면 알 수 있듯이, 젊고 아름다웠던 하스킬은 20대부터 등이 곱추처럼 굳어버렸습니다. 그래도 말년의 하스킬은 늘 긍정적이었습니다.
“나는 행운아였어요. 나는 항상 벼랑의 모서리에 서 있었어요. 그러나 머리카락 한 올 차이로 벼랑 속으로 굴러 떨어지지 않았어요. 신의 도움이었죠.”
1924년부터 다시 연주활동을 시작한 그녀는 미국, 영국, 프랑스에서 활약했습니다. 그런데 2차세계대전이 일어났지요. 설상 가상 그녀는 극도의 공포와 긴장감 속에서 뇌졸증을 일으켰습니다. 실명의 위기까지 다가왔지요. 그러나 수술 끝에 다시금 회복할 수 있었어요. 그녀의 말대로 ‘머리카락 한 올의 차이’로 벼랑 끝에 떨어지지 않은 거죠.
그녀는 매우 겸손하고 수줍은 성격이었고 늘 고독했습니다. 그러나 연주는 눈부셨지요. 그녀의 가장 대표적인 레퍼토리는 모차르트입니다. 그녀의 연주로 모차르트 협주곡 20번을 들어보시죠.
https://youtu.be/coBhUvFgR5U?si=BkhwiJJHvYqJMMEc
물론 모차르트 외에도 방대한 레퍼토리를 연주했습니다. 바로크 작곡가 스카를라티의 건반악기 작품을 녹음한 음원입니다.
https://youtu.be/2xE4RzNiQWo?si=q2vYh_Q_2iHJI3-J
두번째로 소개할 사람은 첼리스트 재클린 뒤프레(1945~1987)입니다. 그녀는 영국에서 태어났고 다섯살 때부터 첼로를 배웠습니다.
얌전하고 겸손했던 하스킬과 달리 재클린은 늘 활달하고 태양처럼 밝은 소녀였어요. 호기심이 왕성하고 농담을 즐겼으며 모든 사람에게 사랑을 받는 존재였죠.
지적이거나 문화적 소양이 많은 타입은 아니었어요. 역사, 소설, 재즈 같은 다른 분야에 대해서는 아는 것이 별로 없었지요. 연습도 오래 하는 편은 아니었어요. 그러나 한 번 연습을 하면 온 몸이 땀에 젖을 정도로 몰입해서 했습니다.
그녀는 15살에 데뷔했고 28살까지 총 13년간 연주생활을 했어요. 그러나 20대 후반에 들어서 그녀는 극심한 피로감을 호소했어요. 아마도 정신적인 스트레스가 원인일 거라고 여겨 정신과 치료를 받았습니다.
그녀의 병명은 ‘다발성 경화증’으로 온 몸이 굳어가는 것이었습니다. 그녀는 더이상 연주를 하지 못했어요. 발병 초기에는 마스터 클래스를 열어 학생들을 지도했는데 큰 인기를 끌었지요. 그러나 점점 증상은 심각해졌습니다.
그녀를 이야기할 때 남편인 다니엘 바렌보임을 빼놓을 수 없지요. 아르헨티나 출신의 바렌보임은 스타 피아니스트였어요. 15세에 5개 국어를 유창하게 했고, 파티를 좋아하고, 자기 자랑을 늘 떠들고 다니는 사람이었죠.
재클린보다 키가 15센티나 작아 160센티의 왜소하지만 에너지 넘치는 남자였어요. 피아노 뿐만 아니라 지휘, 실내악에도 큰 재능을 보였습니다. 바렌보임은 유대인이었는데 재클린 부모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둘은 사랑에 빠지고 말았어요.
그들은 1967년 세기의 결혼식을 올립니다. 재클린은 하루만에 유대교로 개종해버리지요. 그녀의 결혼 생활은 너무나 행복했어요.
“이 부분 연주 어땠어? 하고 침대에서 남편에게 물을 수 있는 생활, 전 너무 행복해요!”
라고 인터뷰에서 말할 정도였죠.
그러나 오랜 투병 생활 끝에 남편도 그녀를 버렸죠. 별로 그녀에게 도움이 되지 않을 거 같다며 거의 연락을 하지 않습니다.
말년에 그녀는 종종 멍하니 앉아 자신이 녹음한 <엘가 첼로 협주곡>을 들었다고 해요. 그러곤 고개를 숙이고 주변 사람에게 물었답니다.
“어떻게 하면 삶을 견딜 수 있죠?”
참으로 마음 아픈 이야기입니다.
그녀의 연주로 <엘가 첼로 협주곡>은 큰 인기를 끌고 첼리스트들에게 중요한 레퍼토리로 자리잡습니다. 엘가와 재클린 모두 영국인이었죠. 클래식 전통이 약한 영국인에게 엘가와 재클린은 문화적 자부심을 느끼게 해주는 인물이었습니다.
그럼, 재클린 뒤프레가 연주하는 <엘가 첼로 협주곡>을 들어볼게요. 지휘는 남편인 다니엘 바렌보임입니다.
https://youtu.be/OPhkZW_jwc0?si=CnTD_V-kfUhTxlzN
토마스 베르너라는 첼리스트는 오펜바흐의 소품을 우연히 발견했습니다. 그는 이 아름답고 슬픈 곡을 재클린에게 헌정했어요. 제목은 <자클린의 눈물>입니다. 방송에 자주 나오는 작품이지요.
https://youtu.be/tgLe9m7xUXQ?si=7CEGqvi6qw2Qr5Ww
두 예술가의 삶을 고찰해보니 정말 건강이 최고인 거 같아요. 건강을 잃고 고독하게 불행한 삶을 살았던 두 예술가에게 응원의 박수를 보내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