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장안에 화제가 되고 있는 드라마 <폭싹 속았수다>는 탄탄한 대본, 아름다운 제주도의 풍광, 믿고보는 배우들의 호연으로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관식이와 애순이의 사랑, 해녀 삼촌들의 공동체 의식 등에서 볼 수 있는 끈끈한 인간애가 참 보기 좋은 드라마입니다.
저는 이 드라마의 분위기를 조성하는데 한 몫하는 것이 바로 배경음악으로 나오는 1960~70년대 가요인 것 같아요.
오프닝 곡은 김정미의 <봄>입니다. 신중현 작사 작곡입니다. 김정미씨는 제 2의 김추자라 불리며 1970년대 큰 사랑을 받은 가수입니다.
https://youtu.be/ffvJqu4nPZw?si=0UlYkOyIL18V7Mgo
1960년대부터 트로트 일색에서 벗어나 서구 문화의 영향으로 포크, 록, 디스코 음악이 인기를 끌게 됩니다. 특히 김민기, 송창식, 윤형주, 양희은으로 대표되는 통기타 세대들의 노래가 큰 인기를 끌지요. 시대에 반항하며 청년정신을 대표하던 음악문화였어요. 드라마에 삽입된 양희은의 <나도 몰래>를 들어볼게요. 신중현씨 곡입니다.
https://youtu.be/KpPXf-0K6kE?si=gaVodfkATBbkeQKZ
신중현씨와 함께 활동하는 가수를 신중현 사단이라 불렀습니다. 신중현 사단의 대표적인 가수로 김추자를 꼽을 수 있습니다.
독특한 보컬로 사랑받은 김추자의 <님은 먼 곳에>는 지금 들어도 아우라가 참 강해요. 70년대 특유의 멜로디와 사운드가 느껴집니다. 이 곡 역시 신중현씨의 작품입니다.
김추자씨는 춘천 출신으로 1970년대를 풍미한 소울 가수지요. 큰 키에 섹시한 무대 매너, 허스키한 보이스로 남성들을 매혹시켰지요. 큰 인기를 누리다가 1980년대에 들어와 은퇴 후 조용히 춘천 인근에서 가정주부로 살아가고 있다고 합니다.
https://youtu.be/0ah7cDPGOHE?si=9WlX2iCHWyQks08r
애순이가 다시 태어나도 관식이와 결혼하겠다고 말할 때 나오는 서유석의 <선녀>도 좋았어요. 관식이에게 애순이는 늘 선녀같은 존재였을 거 같아요. 이 곡도 신중현씨 작품이네요.
https://youtu.be/Y2zA7qYkWko?si=C3c-I8eqDC_bGIQR
신중현씨는 한국 대중음악의 대부로 불리는 분입니다. 대중적인 감각을 잃지 않지만 해외의 새로운 음악 어법을 계속 받아들여 창의적이고 신선한 대중가요를 많이 만들었습니다.
신중현의 어머니는 일본인이었으나 일찍 돌아가셨습니다. 어린 시절 온 가족이 만주에서 살았는데 이 때 축음기로 다양한 음악을 들었다고 해요.
한국에 돌아온 이후 가세가 기울어 힘든 시절을 보냈습니다. 부모님이 돌아가시고 소년 가장이 된 그는 미 8군 밴드에서 기타리스트로 활동하며 음악인생을 시작했습니다.
포크나 록 음악이 청년 정신을 대변하므로 위험하다고 생각한 박정희 정부는 당시 대마초를 불법으로 규정하며 많은 아티스트들을 감옥에 가두었습니다. 신중현, 김추자, 김정미, 이장희, 한대수 등이 모두 감옥에 갔고 많은 노래는 금지곡이 되었지요.
금지곡을 지정할 때도 억지스러운 경우가 많았습니다. <아침 이슬> 가사의 ‘붉은 태양’이 북한을 상징한다고 금지, <거짓말이야>에서 김추자의 손짓은 북한과 교신하려는 몸짓이라 금지, 이런 식이었습니다. 냉전시대 반공주의와 유신 독재가 빚어낸 웃지못할 상황이었지요. 정치와 이념이 인간의 자유와 문화를 억압하는 시대였습니다.
그럼 마지막으로 펄 시스터즈의 명곡 <커피 한잔>을 들어보겠습니다. 신중현은 당시 서구의 사이키델릭 록을 한국 가요에 접목시켜 이 음악을 만듭니다. 몽롱하고 환각적인 느낌의 록입니다.
https://youtu.be/_rm32rXeUqg?si=nQ2hIkPwq7aqqS4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