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로운 존재들의 사랑이야기
국립 극장에서 공연중인 연극 렛 미인.
줄거리는 사실 엄청 새롭거나 파격적이진 않았다.
뱀파이어 소녀와 학폭 피해자 소년의 사랑 이야기.
하지만 그 안에서 배우들이 보여주는 ‘몸의 연기’는 정말 인상적이었다. 단순히 대사만 전달하는 게 아니라, 몸을 유연하게 쓰면서 감정과 상황을 표현해 주니 몰입감이 훨씬 깊어졌다.
https://youtu.be/cQls4kAxGfA?si=YJJJe8fsJSe-U4cB
무대 미술도 매력적이었다. 특히 자작나무 숲을 배경으로 한 장면은 시각적으로도 분위기적으로도 강렬했다. 나무 사이로 스며드는 조명이 차가운 공기와 긴장감을 더해, 마치 관객이 그 숲속에 함께 서 있는 기분이 들 정도였다.
그리고 마지막 장면.
놀이터가 순식간에 수영장으로 바뀌는 전환은 정말 신박했다! 무대 장치의 움직임과 조명, 사운드가 한 번에 맞물리면서 “와…” 하는 감탄이 절로 나왔다. 이런 무대 전환을 직접 보는 재미가 연극만의 매력이라는 걸 다시 느꼈다.
전체적으로, 이야기보다는 무대와 배우의 신체 표현에서 강점을 느낀 공연이었다. 시각적으로도, 감각적으로도 인상 깊은 무대~ 토니상을 수상한 외국인 연출자가 연출했다던데 뭔가 서양의 정서가 느껴지는 연극이었다. 우리의 정서와는 다른 서늘하면서도 은유적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