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과 나는 대학교 2학년 때 농활에서 만났다. 하루 일찍 내려간 나는 고추 비닐 하우스에서 일하고 있었는데 남편은 날 보고 “주인집 따님인줄 알았다”고 농담을 건넸다.
남편은 처음 보는 여자에게 농담을 하는 성격이 아니다. 그날부터 남편은 나와 밤마다 회의가 끝나면 내용을 정리해서 마을 신문을 만들었다.
그리고 농활 마지막날 나에게 목걸이를 교환하고 싶다고 했다. 나는 나무로 만든 탈 목걸이를 하고 있었고, 남편은 어머니가 이탈리아에서 사온 십자가 목걸이를 하고 있었다. 나는 예쁜 십자가 목걸이가 탐이 나서 바꾸자고 했다.
농활에서 돌아온 이후에도 남편은 매일 나에게 삐삐를 남겼다. 한달 후 쯤 “취중진담”을 부르며 나에게 사랑을 고백했다. 나는 아직 남편에게 이성적인 감정을 느끼진 못하지만 나를 좋게 봐줘 고맙다고 말했다. 남편은 고맙다는 말에 용기를 얻고 그 이후에도 열심히 나를 따라다녔다.
내 생일날 동아리 친구들이 모여 학교앞 술집에서 생일 파티를 해주었다. 남편도 선물을 사들고 슬쩍 생일파티에 왔다. 나는 고주망태가 되어 화장실에서 구토를 했다. 나를 챙겨주러 온 남편은 나를 닦아주더니 화장실에서 나에게 뽀뽀를 했다. 나의 첫 키스였다. 나는 스무번째 생일에 장미, 향수와 더불어 키스까지 3종 세트를 완성한 셈이었다!
이후 나는 남편과 씨씨가 되었다. 9월 내 생일부터 사귀기 시작했는데 10월 어느 날 저녁 학교 대운동장 앞 나무 아래에서 남편은 나와 결혼하고 싶다고 했다. “지금?” “아니 나중에 난 너와 결혼하고 싶어” 신중한 남편이 그럴 때는 추진력이 좋았다 ㅋㅋ
우리는 싸우기도 하고 상처를 주기도 했지만 8년 연애를 하고 29살에 결혼을 하였다. 그리고 예쁜 두 딸의 부모가 되었다.
남편과 나는 이제 만난지 23년이 지났다. 모르고 산 세월보다 서로를 알고 산 세월이 더 길다. 앞으로도 같이 재미있고 건강하게 살았으면 좋겠다. 그동안 고마웠어! 앞으로도 잘 부탁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