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그대로이다.
나는 프라하를 참 좋아했더라. 외국에 간다면 어느 나라에 가보고 싶어?라는 질문에 나는 습관적으로 영국!이라고 대답했었다.
영국에 뭐가 있는지 뭐가 유명한지도 모르면서 9살 그 옛날에 아빠랑 TV에서 영국을 보고 나서부터 아마 외국은 영국밖에 없는 줄 알았던 모양이다.
자타가 공인하는 아주 유명한 길치인 나는 새로운 환경에 놓이는 것을 참으로 두려워한다. 구글지도 하나만 있으면 세상 어디에서도 살아남을 수 있다고 당당히 말하는 아들이 그저 부럽기만 한 나다.
그런 내가 좋은 일인지 나쁜 일인지 8년이 넘게 외국에서 살고 있으니 참으로 아이러니하다.
나는 세상에 두려움이 많지만 다행히 내 아이는 해보고 싶은 것이 많이 친구이다. 초등학교도 졸업하기 전에 좋아하는 음악공부를 하기 위해서 유학을 가겠다고 선포했고 교수님. 아이아빠가 다 찬성하고 응원해 주었다.
나도 내가 따라가야하는 일만 안 생긴다면 응원할 수 있었다.
하지만 아이와 함께 유학길에 올라야 하는 사람은 바로 엄마인 나다.
앞서 말하지 않았나. 나는 세상에 둘도 없는 길치이고 낯선 환경을 아주 두려워하는 사람이라고
하지만 두 눈에 별을 가득 담고 반짝반짝 빛내는 아이의 꿈을 접게 할 수는 없었다.
나는 어릴 때 학교교육 외에 다른 교육은 받아본 적이 없다. 삼 남매에 둘째 딸인 나는 그것이 꼭 가정형편보다는 둘째도 딸을 낳아 구박받은 엄마의 은근한 복수임을 알고 있었다.
그래서 그 어린 나이에도 마음속으로 결심한 바가 있다. 나중에 내 아이를 낳으면 하고 싶은 공부는 다 시켜줘야지!! 하는
그래서 아이와 머나먼 나라로 유학을 떠났다.
한국의 모든 관계와 일 에서 멀어지니 자연히 아이와 나의 삶에 집중할 수 있었다.
한국에서 단 하루도 온전히 나만 생각했던 시간이 없었다는 것이 멀리 떠나고 보니 보였다
그때가 내 나이 40살이었는데 어느 날 나는 밥을 먹다가 무언가를 발견해 대성통곡을 했었던 일이 있다. 내가 호박을 좋아한다는 것을 갑자기 깨닫게 된 것이다.
생각해 보면 나는 내가 무슨 색을 좋아하는지 어떤 음식을 좋아하는지 모르고 살아왔던 것이다.
이제 하나는 확실히 안다. 나는 된장찌개를 먹을 때 호박을 가장 먼저 떠먹는다는 것을.
유럽에 있으니 아무래도 주변 나라들을 여행할 기회가 많다.
참 아이러니한 게 내가 그렇게 가보고 싶었던 영국은 아직 못 가봤다.
어느 날 남편이랑 여행지를 고르다가 프라하에 가보고 싶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그래서 앞뒤 생각 안 하고 갔는데 나는 정말 프라하에 반했다.
건물 색깔. 건축물 모양 어느 하나 나를 사로잡지 않은 것이 없었다. 이틀 만에 떠나야 하는 것이 정말 아쉬웠다.
그때 또 깨달았다. 아~나 프라하를 좋아하는구나!
얼마나 행복했는지 모른다. 내가 좋아하는 것을 또 하나 찾아냈으니 말이다.
나는 요즘 보물 찾기를 하는 것 같다.
예전에는 내가 뭘 좋아하는지 몰라 그게 그렇게 서운하고 서럽더니 요즘은 내가 좋아하는 것을 하나하나 찾아나가는 재미가 아주 쏠쏠하다.
카페 테라스에 앉아서 라테 한잔 시켜놓고 가만히 있는 것도 좋아하고 밀크티를 좋아하는데 집 근처에는 파는 곳이 없다. 그런데 어제는 집에서 만들어 먹어봤다. 좋아하는 밀크티를 이제 매일매일 마실 수 있다는 것도 행복하다.
내가 좋아하는 것을 하나씩 찾아서 하루생활에 추가하니 하루하루가 더 풍성해지고 행복해지는 기분이다.
요즘 내 꿈이 있다면 프라하에서 혼자 열흘 살기를 해보는 것이다. 단 숙소는 중심가에 있어야 한다. 왜냐하면 나는 지독한 길치라 숙소를 잘 찾아갈 자신이 없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