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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프라하 Oct 30. 2023

신남을 유지하며 사는 방법

무엇을 하든 노는 것처럼 하면

며칠 전 아들이랑 산책을 하며 이런 대화를 한 적이 있다. 콩쿨에 나가기 위해 숙소 잡는 걸 얘기하다가 자기는 에어 비앤비가 좋단다.

그래서 왜 냐고 물었더니 호텔은 며칠 예약했다가 중간에 나오게 되면 숙박료를 돌려주지 않는데 에어비앤비는 취소하는 날짜만큼 환불을 해준다는 것이다

무슨 말인고 하니 보통 콩쿨을 하면 3차 4차 이렇게 여러 날에 걸쳐서 하는데  본인이 파이널까지 못 가고 중간에 떨어질 경우에 집으로 돌아와야 하는데 그때 환불받지 못하는 숙박료가 아깝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떨어질 것을 미리 대비해 하루 이틀만 예약할 수는 없지 않은가. 마음은 항상 파이널까지 가고 싶은 것이니

그 말을 들은 나는 나도 모르게 아이고 아들아~ 하는 깊은 탄식이 절로 나왔다.

아무리 돈도 좋지만  중간에 뭐 하러 취소하고 집에 올래.  콩쿨 떨어진 건 떨어진 거고 이왕 비행기값 기차값 들여서 멀리까지 간 거 넘어진 김에 쉬어간

다고 근처 여행하면 좋지

콩쿨 떨어진 거 마음도 다스릴 겸.

일부러 시간 내서 여행 다니기도 힘든데  모르는 곳 새로운 곳  갔으면 거기 여행하고 주변 여행하고 네가 그렇게 좋아라 하는 성당들도  가보고 또 기도도 많이 하고 새로운 곳  음식도 먹어보고 그러면 되지

그 돈 60유로 80유로 돌려받자고 그냥 집으로 오게?라고 했더니

아. 그렇네요 그러면 좋겠다  하는 것이다.

파이널까지 가면 좋겠지만  혹시 그렇지 않더라도 원하는 결과를 얻지 못하더라도   자신에게  마음 추스를 시간도 주고 또 여행할 수 있다는 즐거움도 주고 처음부터 그런 마음으로  짐을 꾸린다면  콩쿨하러 가는 아들의 마음도 훨씬 가벼울 것이다.

 

숙박비 환불이 아들에게 중요한 이유도 그 마음도 충분히 안다..

길어지는 유학생활에 혼자 돈 버느라 애쓰는 아빠한테 죄송할 것이고 파이널까지 못 가고 수상도 못했는데 뭘 더 돈을 쓰나 하는 미안한 마음이 들어

을 아들이다.

 맥도널드 몇 번 안 가면 되는데  아들은 이런 미안함

 지금까지 떨어지자마자 주섬주섬 짐을 쌌나 보다.


그래서 나는 아들에게  

너는 결과만 중요하니?

최선을 다한 네 마음은 안 소중하니?

너는 최선을 다해  준비했고 이번에 안 됐으면 다음

 또 준비하고 도전하면 되지. 뭘 떨어졌다고 바로 짐을 싸서 오냐? 혹시 마음이 불편해 그 동네에 있기 싫으면 주변에 기차 타고 다니면서 여행하면 돼

지.

인생 즐겁게 살아라. 결과만 생각하지 말고 네가 해낸 과정도 칭찬해 줘.  짐 꾸릴 때부터 혹시 원하

는 결과를 얻지 못하더라도 새로운 곳 갔으니 놀다 와야지 하는 생각으로 여벌 옷 챙겨봐 봐

얼마나 신나나

하고 말해줬더니

그래서 엄마는 항상 신나는 그예

요? 묻는다.

응. 엄마는 그래서 매일 신나. 뭔가 일이 잘 안 되면 짜증은 좀 나겠지만 뭐 다른 거 하면 되니까


오랜 유학생활에 일찍 철이 들어 버린 아들은 돈 걱정을 많이 한다. 학교 레슨 말고 사 레슨으로 따로 가는 레슨은 이제 본인이 아르바이트한 걸로 충당하려고 노력한다

아들은 지금 과외 알바를 하고 있는데 본인이 두 명 가르치고 받은 페이를  자기 사 레슨비로  홀라당 다 드리고 오니 좀 허무하면서도 기쁨을 함께 느끼고

있다.

마음은 충분히 알겠지만 돈 걱정은 부모에게 맡기

고 반복되는 고된 연습과 긴장되는 콩쿨들을 수행

해 나가면서도 그 안에서 소소한 즐거움과 행복을 느끼며 신나게 살아갔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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