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별을 노래하는 연우와 어린왕자

남해 고사리밭길 연가

by 정연우


남해 고사리밭길 연가 / 정연우


고사리 따러 가세! 고사리 따러 가세!
동대만으로 고사리 따러 가세!!
고사리 한 줌이면 내 새끼 배불리고
고사리 한 줌이면 내 새끼 월사금이지
망태야 어서가자 고사리밭으로 가자

고사리 꺽을 때가 되면
내 온 몸은 도구가 되지
하늘 아래 어디를 봐도 고사리뿐이고
바다를 발 밑에 둬도 고사리뿐이라네!
엉금엉금 기어서 끊다가 보면
폭삭폭삭 주저앉아서 끊다가 보면
끊어지는 것이 어디 고사리뿐이라야지
이른 새벽 젖 한모금에 내 새끼 창자가 다 붙었겄네
만가지 생각이 눈가에서 흰주름을 만들면
꺼억꺼억 주름을 삼키다가
기다가 앉았다가 뒹굴다보면
끈적끈적한 땀방울이 구름처럼 몰려오고
하루 해는 동대만에서 눈 벌겋게 뜨고
어서 집으로 가자고 조르는데
공룡수염같은 구불구불한 고놈을 잡아채느라
허리가 끊어졌는지
일어서는 허리에서 똑깍 소리가 나는데
할 일 없는 무심한 눈물이 쏘옥 빠지는데
어째 사는 것이 다 이 모양다냐!
무얼 찾아서 이 길에 와서
허리한번 펴기가 이리 힘들다냐!

앉았던 자리 움푹 패인 곳을 보니
손잡고 가자던 눈 벌건 석양이
금세 자리 차지하고는
내 등을 미는데

한짐 지게 앞에서 눈치없는 서방은
흙묻은 치맛자락 잡아 이끌며
내 등허리에서 집 짓자하네!
아이고, 마소! 마소!
내 등허리 부러진지 오래라오!!



ㅡㅡㅡ
#남해바래길 #남해언포고사리밭길 #식포바래길 #적량성_적량포구 #그리움의섬_남해 #남해고사리밭길연가 #2021년2월21일

얼음식초 내어주신 남해 숲속의 작은 오도막집 펜션 주소영님! 정말 맛있었습니다. 고맙습니다.~
그대가 나를 이끌었지. 남해로 이끌었지...지금도 그러하지... 고마워요.

적량포구_ 내가 남해를 처음 왔을 때 당도한 곳이 이 곳 적량성이다. 벌써 20여년 전이다. 적량성에 스민 빛... 그 때 적량성은 내게 기억의 창문을 열어두라 했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