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별을 노래하는 연우와 어린왕자

내 이름은 명태라오

by 정연우


내 이름은 명태라오 / 정연우

나도 한 때는 바다에서 살았었지
욕심껏 파닥이며 태평양을 누볐
겁도 없이 삼킨 프랑크톤
폼나는 흰살 근육을 갖게 해 주었
잡히기 전까지는 그랬


단도로 배꼽을 가르고 꺼낸 내장은 버리더군
겨울 북풍한설에 내장도 없이
아가미마저 떨어져 나간 턱을 벌리고
노끈으로 엮어서 말리는데
어떤 집은 시멘트벽에다 못 박아서 걸어 말리고
어떤 집은 서까래 밑에서 말리고
또 어떤 집은 소쿠리에다 말리는데
마르면서도 서러워서
터진 뱃 속을 왔다갔다하는 바람 붙잡고
엉엉 우는데
그새 딱딱해진 몸뚱아리가

이미 내가 아니더군

눈물은커녕

게딱지 닮은 몰골은
골골마다 주름이 되었으니
어디가서 나를 보거든

동태라 지 말고
명태라 불러주오

긴 겨울 눈비 맞아가며 살던 바다를 앞에 두고
꾸덕꾸덕 말라가는 몸뚱아리
치매 앓은 시아버지 아침국에
나를 패서 넣어도 좋고
먹고 살겠다고 발 동동거리는 서방님
소주안주로 구워도 좋고
밤이면 발딱발딱 뛰어 오르라고
새신랑 발바닥을 쳐대도 좋다네
그대 인생에 눈비 내릴 때

나를 잘근잘근 씹어도
좋다네

헌데 말이오 그거 아시오
살았을때는

바닷속을 원없이 헤엄쳐 다닐 줄 알
죽어서도 파닥이며

이리 말라 죽을 줄은 몰랐다네

보니 알겠네
살아생전의 업보 명태로 남아
파닥거리며 사는 그대들에게

씹히는 것 같으이



ㅡㅡ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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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태_생태_노가리_코다리_황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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