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한 때는 바다에서 살았었지 욕심껏 파닥이며 태평양을 누볐었지 겁도 없이 삼킨 프랑크톤은 폼나는 흰살 근육을 갖게 해 주었어 잡히기 전까지는 그랬었어
단도로 배꼽을 가르고 꺼낸 내장은 버리더군 겨울 북풍한설에 내장도 없이 아가미마저 떨어져 나간 턱을 벌리고 노끈으로 엮어서 말리는데 어떤 집은 시멘트벽에다 못 박아서 걸어 말리고 어떤 집은 서까래 밑에서 말리고 또 어떤 집은 소쿠리에다 말리는데 마르면서도 서러워서 터진 뱃 속을 왔다갔다하는 바람 붙잡고 엉엉 우는데 그새 딱딱해진 몸뚱아리가
이미 내가 아니더군
눈물은커녕
게딱지 닮은 몰골은 골골마다 주름이 되었으니 어디가서 나를 보거든
동태라 하지 말고 명태라 불러주오
긴 겨울 눈비 맞아가며 살던 바다를 앞에 두고 꾸덕꾸덕 말라가는 몸뚱아리지만 치매 앓은 시아버지 아침국에 나를 패서 넣어도 좋고 먹고 살겠다고 발 동동거리는 서방님 소주안주로 구워도 좋고 밤이면 발딱발딱 뛰어 오르라고 새신랑 발바닥을 쳐대도 좋다네 그대 인생에 눈비 내릴 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