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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천경 Jan 12. 2019

‘마음학교’를 만들자

■천경의 니체 읽기 칼럼

세간의 이목을 집중시켰던 인천 초등학생 살인사건의 주범 측은 가해자의 정신 병력을 부각해 형량을 낮추려 했다가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병이 나를 그리로 몰았다’고 하면 정상 참작이 되는 사회 분위기를 반영한 의도였을 것이다.    


그렇다면 범죄자와 정신병자는 얼마나 다른 사람들일까?    


니체는 범죄자와 정신병자 사이에 본질적인 차이가 없다고 인식한다. 이는 일반적인 도덕 원칙을 따르는 보통사람들의 정신을 건강한 것으로, 범죄자의 정신을 병든 것으로 보는 관점이다. 그런데 범죄자를 정신병자로 취급하게 되면 형벌이 아니라 치료에 무게중심이 옮겨간다.     


니체에 따르면 근대 이전에는 광인이나 나병환자는 물론 일반 병자들도 죄인으로 취급해서 공동체에서 격리시켰다. 그들을 ‘악마의 서식처’(미셸 푸코, 광기의 역사)로 보는 시각 때문이다. 그러나 이제 광인이나 여타 병자는 사회의 악이나 저주의 대상이 아니라 치료 대상이 되었다.    


니체는 ‘죄라는 개념을 이 세계에서 치워버리자’고 매우 위험한 주장을 한다. 죄인을 병자로 생각한다면 ‘병자들에게 복수를 원하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라고. 다시 말해 모든 죄인은 병자라는 주장이다. 그리고 이들을 사회가 치료해 주어야 한다고 말한다. <니체, 아침놀. 202절>    


굳이 니체가 아니더라도 범죄는 사회의 산물이다. 범죄자들이 정신이 아픈 사람이라는 사실 또한 인정할 수밖에 없다.     


이제 국가가 나서야 한다. 사회 시스템의 희생자로서 범죄자라는 시각으로 이들을 비호할 생각은 없다. 이 시스템을 어디서 어떻게 고쳐야 할지도 막막하다. 다만 지금 우리가 할 일은 ‘범죄자=아픈 사람’이라는 등식으로 스스로를 바라보자는 거다.     


우리 더 아프기 전에 예방하자! 마음이든 몸이든 어디가 아픈 사람은 자기 삶을 능동적으로 일구어 낼 수가 없다. 그래서 사회적인 치유 시스템이 필요하다. 물론 주위에 심리상담소도 있고 정신과의원도 있지만 가격이 비싸서 접근이 용이하지 않다. 또 ‘문제 있는 사람’이 방문하는 곳이라는 생각이 여전하다.    


국가적으로 ‘마음학교(가칭)’ 프로그램을 운영하기를 제안한다.


스무 살 이상의 성인 모두를 대상으로 각 지자체별로 평생교육원 등에 마음학교 프로그램을 마련해서 무료 혹은 실비로 교육과 상담을 받도록 하자. 마음학교는 최소한 개인당 2-3년간 이용하도록 허용하자.  잘 시행될 경우 일선 고교와 대학에도 마음학교를 운영하자. 현재처럼 각 학교에 심리상담사를 두고 ‘문제성 학생’들이 상담받는 아니라 모든 학생을 대상으로 하자.    


우리는 다들 아프다. 다들 간당간당하게 삶의 벼랑에 매달려 살아가는 존재들이다. 우리가 우리를 돌보지 않으면 누가 돌보겠는가?    


마음학교에서는 다양한 집단 심리치료와 개인 심리상담 및 마음 치유 프로그램 등을 통해 ‘모르는 나’와 만나는 시간을 갖는다. 성인이 마음학교 프로그램을 이수했을 때는 취업 시 일정한 가산점수를 주자. 그는 자기 안을 깊이 응시하는 절대 시간을 가졌으므로 ‘경쟁력’ 있고 믿을 만한 개인이 되었기 때문이다. 초 중등학교를 의무 교육으로 하듯 고교 졸업 후 마음학교 교육을 필수 코스로 정하자. 물론 생업이나 학업을 병행하면서 주. 야간 언제든 편한 시간을 선택해 참가하면 된다.     


마음학교에서 우리는 상처만 치유하는 것이 아니다. 상처가 있다면 상처를 치유할 것이며 자신의 고유성과 독특성을 발견하는 시간이 될 것이다. 우리는 자신에 대해 잘 모른다. 그래서 삶을 함부로 낭비하며 힘들게 산다. 나의 소중함을 모르기에 타인에 대한 존중도 잊고 산다. 이 프로그램은 나를 알아가는 과정이 될 것이며  타인과 연결되는 깊은 깨달음에 도달하는 순례가 될 것이다. 자신의 유일무이 성과 고유한 천재를 만나는 시간, 자신을 구원하는 시간!    


굳이 니체의 목소리를 빌려오지 않아도 인간은 자연의 한 조각이며 자연의 일부분이다. 우리는 태어나는 순간부터 자신의 충동을 억압하고 부모라는, 학교라는 규율과 권력의 눈치를 보며 살아왔다. 그래서 우리는 누구나 피 흘리며 아프다. ‘나는 절대 그렇지 않다’고 말하지 마시라.    


마음학교는 스무 살 이후 남녀노소 누구나 이용할 수 있다. 최소한 2-3년 간 자기를 만나는 공부를 한 후 각자는 새로운 도전에 나설 것이다. 마음학교의 인력은 교수, 정신과 개원의, 경험 많은 심리상담가 중 자질과 양식이 있는 인력을 선발해 봉사하게 하자. (무료 봉사가 이들 삶에 큰 명예가 되도록 인센티브를 주고 국가적으로 배려하자.) 물론 최소한의 상근 인력이 필요하다.

 

마음학교를 만들자. 이 프로그램을 통해 우리 모두는 어느 날 불현듯 성장해 있을 것이다. 또한 이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동안 행복할 것이다. 더불어 사회 시스템을 좀 더 유연하고 따뜻하게 변화시키는 노력도 병행하자.    

마음학교, 그곳에 가서 나를  알자. 존재의 깊은 안으로 들어가는 경험을 하자. 낯선 나를 직면하는 시간, 나를 넘어선 나를 만나자. 다시는 이전의 존재로 되돌아 갈 수 없는 존재의 도약을 경험하자. 그리하여 더 가볍고 경쾌하게 살자. 우리 잘 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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