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어 있기를 좋아하는 고양이를 위해집사들은 숨숨집을 사준다. 조그만 구멍으로 쏙 들어가면 안정감을 느끼는지 여기저기 자신만의 숨숨집을 만들어 놓는다. 고양이가 집사만큼이나 택배를 좋아하는 이유는 물건을 꺼낸 그 자리에 남아있는 택배박스 때문이다. 박스만 보면 자기 것인 양 쏙 들어가 자리를 잡는 귀여운 고양이. 하루는 신상 숨숨집을 큰맘 먹고 구매했다. 택배가 도착하자 신나서 개봉한 후, 짠 하고 개시를 했는데, 고양이는숨숨집은 쳐다보지도 않고 택배박스에서 나오질 않아 큰돈 들여 구매한 집사를 멋쩍게 했다. 알 수 없는 고양이 마음. 지 마음대로다!
소파 아래나 침대 아래에 숨는 것도 좋아해서 침대 밑도 자주 청소해 줘야 한다. 침대 밑에 들어가지 못하도록 철망을 설치해 봤지만 철망을 쓰러뜨려서라도 들어가려는 고양이를 보고 안쓰러워 그냥 집사가 청소를 더 열심히 하기로 했다. 이런, 또 당했다.
숨어있는 고양이를 찾아야 할 때, 알아서 집사에게 오는 훈련!
고양이 이름 부르면 집사에게 오게 하는 훈련
먼저, 고양이 위치를 파악한다.
너무 멀지 않은 곳, 눈이 마주칠 수 있는 거리에서 고양이 이름을 부른다. '후추야' 이름을 부르니 고양이가 쳐다본다. 보기는 하되 움직일 생각이 없다. 그럴 땐 손에 든 간식을 보여주거나 간식 통을 흔든다. 이번 간식은 <닭가슴살>이다. 고양이용 간식으로 판매하는 닭가슴살을 가늘게 찢어 몇 가닥을 준비했다. 닭가슴살을 본 고양이가 반응을 보이도록 살짝 흔든다.
눈을 떴다 감았다 일어날까 말까 고민을 한다. 다시 한번 나른하게 고양이를 부른다. '후추야'. 기지개를 켜고 귀찮다는 듯 일어났다. 그럼 집사가 한 발 고양이에게로 다가간다.
이제 고양이가 올 차례다. '이리 와. 여기까지 오면 간식 줄게' 어슬렁어슬렁 발소리도 안 내고 고양이는 집사에게 다가온다. 맛있는 간식을 준다. 이름을 불러 쳐다봤던 1단계 훈련과는 조금 다르다. 고양이가 집사가 있는 곳까지 오게 하는 훈련이다. 1단계 '집사 쳐다보기' 훈련에 성공했다면 2단계 '이리 와'훈련은 거저먹기다. 멈추지 말고 한 단계 더 나아가자.
이리 와 훈련 _ 업그레이드 버전
집사가 부르는 곳 어디든 오게 하는 훈련이다. 단, 어린 고양이는 침대 위를 폴짝 뛰어오르지 못할 수도 있으니 몇 달 기다릴 것. 고양이는 훌쩍 커버리니까.
소파나 침대에 앉아 고양이를 부른다. '후추야'
1단계와 2단계 훈련에 성공했다면 간식 먹을 생각에 엉덩이를 씰룩이며 다가올 것이다. 집사의 손에 든 간식을 보여주고 냄새를 맡게 한다. '어서 빨리 줘. 먹고 싶단 말이야.' 고양이가 관심을 보이면 이때 훈련을 시작한다.
소파 옆자리를 툭툭 두 번 두드린다. 매번 같은 방식을 고수해야 한다. 툭툭, 두 번이다. 고양이는 "뭐하냥?' 당황한 듯 집사를 쳐다본다. "후추야. 일루와" 툭툭. 손바닥으로 소파를 내리치는 소리로 통일하여 고양이의 시각적인 관심을 유도해야 한다. 손에는 간식을 들어 후각으로 자극하고, 손바닥으로 내리치며 청각으로 자극하고, 후추야라고 사랑스럽게 부르는 집사를 바라보게 하여 시각을 자극하는 오감훈련이다. 어쩌다 고양이가 툭 하고 올라온다. 간식을 먹기 위해 올라오는 것이다. '툭툭하고 소리를 냈을 때 집사 곁으로 가면 기분 좋은 일이 생긴다'를 인식하게 하는 훈련이다.
이 훈련은 쉽지 않다. 후추는 내 옆에 가만히 앉아 있는 아이가 아니라서 옆에 와 앉게 하는 훈련을 하기까지 꽤 오랜 시간이 걸렸다. 그래도 결국 훈련에 성공했으며 같이 앉아 동물농장을 보기도 한다. 상상만 해도 행복한 투샷이다. 훈련에 성공하면 간식 없어도 가능하다. 그날이 올 때까지 포기하지 말고 부드럽고 여유 있게, 절대 혼내지 말고 다정하게 훈련할 것. 반복될수록 집사와의 신뢰와 믿음이 깊어지고 애정도 생긴다. 나에게 맛있는 간식을 다정하게 주는 집사, 이 얼마나 아름다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