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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애플의 브런치 Aug 27. 2022

ADHD 자가 진단 테스트 2가지, 그 결과? 38점!

무슨 배짱으로 제안했는지 모르겠지만, 인간관계 훈련을 하자고 말한 이후엔 온통 그 생각뿐이다. 한 분야의 지식을 쌓아 1,000시간에 도달하거나 어느 임계점을 넘으면 그 분야의 준전문가가 된다는 말이 있는데, 내가 그 상태가 된 것일까? 아니면 선무당이 사람 잡는 다던데 섣부르게 주워들은 지식으로 친구를 더 혼란하게 하면 어떡하지? 걱정과 설렘의 저울질이 시작됐다. 


더 이상 물러날 곳이 없다. 못 먹어도 go다! 친구의 설레는 눈빛을 실망으로 바꿀 수는 없었다. 빠른 시일 내에 친구를 도와줄 방법을 찾아야 한다. on 버튼은 켜지고 말았다. 


"나 성인 ADHD인 것 같아" 

그 말이 계속 걸렸다. ADHD가 뭔지 제대로 알아봐야겠다. 




ADHD란, attention deficit hyperactivity disorder

주의력 결핍, 과잉 행동장애를 말한다. 행동에 실행 지시를 내리는 전두엽 기능에 이상이 있기 때문에 단순히 집중력이 부족하거나 행동이 부산스러운 것만 의미하지는 않는다.  '산만한 것'만의 문제가 아니라 인지, 정서, 행동 조절과 관련해 전반에서 어려움을 느끼는데, 70% 정도는 유전적인 영향이 있고 30% 정도는 환경적인 영향이 있다고 한다. 


국민학교 때부터 오랜 시간을 함께한 연이는 아무리 생각해도 ADHD 같지는 않았다. 성실하고 약속에 늦지 않으며 즉흥적이지 않고 일도 잘 해낸다. 하지만, 본인 피셜로 인간관계에 서툴고 자신감이 부족하며 리더십이 없다고 한다. 누구나 자신의 장점에 가려진 단점을 더 크게 보지 않는가? '이 정도의 단점은 누구나 고민하는 부분이야. 괜찮아'라는 위로조차 되지 않는 조언을 껌 씹다 버리듯 냅다 뱉지 않기 위해서 나름 전문적으로(?) 한 걸음 내딛기로 했다. 


때마침 ADHD 자가진단 테스트를 발견했다. 가벼운 테스트를 해보면서 ADHD인지 알아보는 건 어떨까? 친구에게 링크를 건넸다. (링크는 맨 아래 첨부할 테니 필요한 분은 해보시길) 






ADHD 자가 진단 

1. 일을 순서대로 진행하기 어렵다. 

2. 새로운 일을 시작하고 준비하기까지 많은 시간이 걸린다.

3. 동시에 여러 가지 일을 시작하지만 끝마치기 어렵다.

4. 책을 읽거나 대화하는 도중 쉽게 주의가 분산된다.

5. 어떤 일에 과도하게 집중한다. 

6. 정밀한 일에 주의를 기울이지 못한다. 

7. 조심성이 없어 실수를 많이 한다. 

8. 다른 사람 말에 귀 기울여 듣지 않는다. 

9. 지속적인 정신력을 요하는 직업을 피하거나 싫어한다. 

10. 상황을 고려하지 않고 머리에 떠오르는 생각을 즉각적으로 말한다. 

11. 지루함을 견디지 못한다.

12. 불필요하게 끝없이 걱정한다. 

13. 위험을 고려하지 않고 행동한다. 

14. 질문이 끝나기도 전에 불쑥 대답해 버린다. 

15. 차례를 기다릴 때 초조하고 답답하다.

16. 술. 담배, 게임, 쇼핑, 일, 음식 등에 깊이 빠져든다. 

17. 가만히 있지 못하고 손발을 움직이거나 몸을 뒤튼다.

18. 말을 지나치게 많이 한다. 

19. 가끔 창조적이고 직관적이며 지적으로 우수해 보인다. 

20. 가족 중 우울증, 조울증, 약물남용, 충동조절장애가 있는 사람이 있다. 

21. 돈을 충동적으로 쓴다. 

22. 과속, 음주 운전 또는 과음을 자주 한다. 



질문을 적다가 소스라치게 놀랐다. 몸이 차가워지면서 오한이 몰려오고 머리끝이 쭈뼛하게 서는 걸 느꼈다. 이상하다.  ADHD 테스트에 상당 부분 내가 고민하고 괴로워하는 질문이 많았다. 갑자기 얼굴이 붉어지기 시작했다. 어쩌면?? 나부터 검사를 해봐야겠다.  



당신의 ADHD 수치는?

38점  


20점 미만 : ADHD가 의심되지 않음

20점 이상 : ADHD가 의심됨


ADHD가 의심되는 수치가 나왔다. 흔히 ADHD라면 상상하는 부주의하고 산만한 행동을 하지는 않지만, 공상에 잘 잠기고 잘 잊어버리거나 물건을 잘 잃어버리고 느리고 할 일을 제대로 마무리하지 못하는 '주의력 결핍 우세형'이라는 결과가 나왔다. 


딸아이 하복 상의를 잃어버려 집 안 구석구석 찾아봤지만, 결국 못 찾았다. 10일간 버티다 급하게 교복집에 달려가 상의를 샀다. 이 사이즈가 마지막이라고 했고, 더이상 구매 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그런데, 최근에 또 잃어버린 것이다. 개학날 교복을 준비해 주려고 찾아보니 하복 상하의 한 벌이 통째로 없어졌다. 기억이 전혀 나질 않는다. 옷장 구석구석을 찾아봐도 없다. 얼른 이 여름이 끝나 동복을 입기를 기다리는 중이다. 땀내 가득 찬 여름 교복 한 벌로 버텨야 하는 딸에게 미안한 마음이 가득하다. 내 머리가 고장 난 게 아닌지 답답하기만 하다. 


크고 작은 문제들이 쌓이기 시작했다. 냉장고 문을 제대로 닫지 않아 삐삐삐 소리가 수차례 들려온다. 잘 닫겠다고 다짐했지만 마음처럼 되지 않는다. 약속에 늦는 일이 자주 발생했다. 회의 시간에 집중을 못해 회의 내용을 이해해지 못할뿐더러, 회의 중간에 자꾸 밖에 나가려고 엉덩이를 들썩들썩 한다. 머릿속 이성세포가 감성세포를 혼내 눌러 앉히고 있음을 느꼈다. 그런데, 아무리 참으려고 해도 짜증과 집중의 한계치가 임계점을 넘어가면 화장실 핑계 삼아 그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버리니 이성세포도 내 변덕을 어찌 못하는것 같다. 머리가 나쁘다거나 초기 치매가 아닐까 생각하던 차, 어쩌면 내가 ADHD가 아닐까 의심스럽기 시작했다.


'나를 포함하여 수많은 사람들이 이런 고민을 하고 살겠지. 현대인들이라면 누구나 겪는 정신적인 문제일까? 스마트폰과 정보의 홍수 속에 빠져 살았던 대가를 혹독하게 치르는 걸까?' 근거 없는 추측도 해본다. 




오은영 박사님이 인생 삼담 프로그램에서 제안하신 테스트도 해봤다. 

성인 ADHD 테스트 


1. 아침에 일어나기 힘들다.

2. 모임에 항상 늦는다. 

3. 휴대폰이나 자동차 열쇠 같은 물건을 하루에도 몇 번씩 찾는다. 

4. 저축을 못하고 돈 관리에 어려움이 있다. 

5. 유명 맛집이어도 웨이팅이 있으면 포기한다. 

6. 영상을 볼 때 2배속으로 시청한다. 

7. 4차원 같다는 소리를 많이 듣는다. 

8. 말실수 등으로 사람들에게 오해를 자주 받는다. 

9. 6개월 이상 게임 중독에 빠진 적이 있다. 

10. 주변 친구들보다 이직이나 퇴사가 잦은 편이다. 


이 중 5개 이상이면 성인 ADHD가 의심되는 정도라고 한다. 성인 AHDH는 귀찮아하는 것과 지루한 것을 참아내는 능력이 부족하고, 반복적인 일을 좋아하지 않고, 말실수로 오해받을 때가 많다고 한다. 자가 진단을 하면서 놀랬다. 진짜 염려했던 이 질환을 내가 가지고 있는 건가? 



1. 아침에 일어나기 정말 힘들다. 아이 학교에 보내고 다시 잠들면 12시가 돼서야 몸을 움직인다. 아무리 몸부림치고 일어나려고 해도 일어날 수가 없다. 


2. 모임에 자주 늦거나 몇 분 지나서 도착한다. 게을러서 그런 것도 있겠지만, 순간적으로 약속을 까먹는다. 수업 시작 1시간 전에 까먹었다가 급하게 생각하서 과속을 해서 도착한 적도 있었다. 한두 번이 아니라는 점이 문제다. 사회생활을 잘할 수 있을까 두려운 마음도 든다.


3. 휴대폰, 열쇠를 하루에도 몇 번씩 찾는다. 노안이라 필수품이 된 안경을 그렇게나 찾아 헤맨다. 소중히 여기던 수첩을 최근 분실했다. 수많은 아이디어를 적어놓은 소중한 수첩인데, 제발 찾을 수 있기를.... 


4. 돈 관리를 정말 못한다. 수업하고 '강사료가 입금되었나요?'라고 물으면? 눈만 껌뻑인다. '전 그걸 제때제때 확인해 본 적이 없는데요? 왜요? 문제가 생겼나요?'라고 물으면 '돈이 안 들어왔으니 확인해 보세요.'라고 알려준다. 이건 거의 포기다. 


5. 웨이팅은 절대 안 한다. 


6. 원래 영상은 2배속으로 보는 것 아닌가?


7.  똑똑하고 꼼꼼할 것 같으며 차가운 외모만 보고 "에이~ 무슨. 네가 그런다고? 말도 안 돼"라는 사람도 많다. 진짜 친한 사람만 나를 4차원이라 하고, 엉뚱하다.라고 말한다. 수시로 떨어뜨리는 수저와 어딨는지 몰라 찾아 헤매는 물건들, 옷을 뒤집어 입고도 모르는 덜렁 거림과 공상에 빠져 사는 나를 보며 헛똑똑이, 덜렁이라며 챙겨주는 지인들이 여럿 있다. 사회생활을 하다 보니이런 모습을 숨기려 엄청난 에너지를 쓰고 있다. 아직까지는 숨길 수 있어 다행이다. 


8. 말실수를 안 하려고 매우 노력한다. 


9. 지금은 손 털었지만, 20대에 게임 중독이었다. 눈을 감으면 머릿속에서 게임이 차르르 펼쳐졌고 하루 종일 게임 생각만 했다. 국민학교 때는 친구 잘 못 만나 (?) 오락실 하는 친구네 집에 매일매일 놀러 가 미친 듯이 오락을 했다. 오락실과 나는 한 몸이었고, 오락을 하지 않는 남자는 만나지 않겠다고 선언할 정도였다. 그래서 소개팅을 하거나 남자 친구를 사귈 땐 가장 먼저 오락실에 데려가거나 스타크래프트 한 판을 한다. 오락을 같이 하면 상대의 인격이 드러난다. ㅋㅋㅋ 


10. 이건 아니다. 엉덩이가 꽤 무겁다. 결혼해서 지금까지 한 집에서 산다. 이사도 가본 적이 없다. 



오은영 박사님이 제안한 ADHD 테스트에선 하나 빼고 다 해당된다. 친구에게 알려주려고 찾아본 ADHD 테스트였는데, 왜 손가락이 나를 향하고 있는 것 같지? 실제 ADHD 진단이 나오지 않더라도 내가 경계성 어딘가에 있는 건 아닐까? 생각해봤다.  '나는 왜 이모양이지?'라며 고민했던 질문에 답이 풀릴지도 모른다는 희망이 꿈틀대기 시작했다.





희망이 아니라 절망이라도 나는 진실을 알고 싶다. 








ADHD 테스트 링크 

https://testharo.com/adhd/test_adult.ph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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