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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애플의 브런치 Aug 27. 2022

인간 관계가 제일 어려워. help me!

프롤로그


"나 성인 ADHD 인가 봐" 미세하게 떨리는 친구의 목소리에서 심상치 않음을 느꼈다. 무슨 일이 있는 게 분명했다. 세상 착하고 순수하며 티 없이 맑은 이 아이를 누가 또 건드렸단 말인가! 가만히 두고 볼 수가 없었다.


"만나서 얘기해" 가장 빠른 시일 내에 만남을 약속했다.

"목요일 어때?" 톡이 왔다. 

"좋아. 만나는 김에 쭈도 부르자." 

"그날 쭈 생일이야" 

"그래? 잘됐다. 시간 되는지 물어볼게" 


국민학교 친구 3인방, 같은 교회를 다니며 초중고를 함께 하고 청년의 열정을 불태웠던 건전하고 바르며 이보다 더 착할 수 없는 친구들이다. 착한 아이들일수록 착하지 않게 사는 법을 알려줘야 한다. 특히, 착한 아이 콤플렉스를 벗어나도록 도와줘야 한다. 나쁜 남자에게서 친구들을 지켜야 하고, 무례하게 대하는 상대로부터 친절하게 거절하는 법을 알려줘야 하며, 내가 예민한 게 아니라 네가 너무한 거야 를 똑똑히 알려 줘야 한다. 나는 이 친구들을 보호할 의무를 갖고 태어났다. 


목요일은 빨리도 찾아왔다. 거리상 중간에 위치한 우리 집에서 모이기로 했다. 친구들이 들어서자 미모의 고양이가 반가워해 줬지만, 동물이 무서운 친구들은 피하기 바빴다. 고양이의 매력을 모르는 친구들이 안타까웠다. 자존감이 높은 고양이처럼 산다면 관계에 대한 고민도 없을 텐데 말이다. 



"왜 네가 ADHD라고 생각했어?" 

이 질문을 던지는 순간, 스위치가 탁! 켜진다. 느슨해진 뉴런과 뉴런 사이 시냅스가 타다닥 팽팽하게 연결되면서 눈빛부터 달라진다. 카페인 없으면 정신 못 차릴 정도로 만성피로에 졸려하던 눈이 초롱초롱해지고, 귀는 토끼처럼 쑥 커지며 숨 쉬는 것도 까먹을 정도로 상대에게 집중하며 토시 하나 빠뜨리지 않고 경청하기 시작한다. 모드가 바뀌면 두뇌 회전도 빨라진다. 고민 너머에 있는 진짜 걱정이 무엇인지 파악하기 시작하고, 도움을 줄 수 있는 방법이 뭐가 있을지 생각한다. 친구의 고민과 유사한 책이 있었는지 기억을 더듬어 생각해 보고, 어떤 말을 전해야 상처받지 않고 잘 이해할 수 있을지를 점검한다. 


"이해력이 딸리고 집중이 잘 안 되고~ 충동성이 있으며 결핍이 있어. 그리고 나만 말하는 것 같아. 주변 상황을 잘 캐치하지 못하고 사람과의 관계에서 티키타카가 잘 안돼" 연이의 고민을 듣자마자 쭈가 말했다. "무슨 말을 하는지 알 것 같아. 너에겐 그런 경향이 있어. 나는 진작부터 알고 있었지. 하지만, 너의 그런 순수함을 사랑해. 그게 너야. 그런 네가 얼마나 귀한 사람인데... "


쭈의 진심 어린 말에 공감했다. 나도 연이를 만나 대화할 때마다 그런 생각을 했었다. 쭈의 말처럼 그런 연이를 우리는 사랑한다. 하지만, 연이는 직장과 단체생활에서 알게 모르게 관계의 어려움을 느끼고 있었고, 관계를 개선해 보고 싶은 마음이 풍선처럼 부풀어 오른 상태였다. 터지기 직전에 이 마음을 발견한 것이다. "나 어떻게 해야 달라질 수 있을까? 정신과를 찾아가야 할까? 가서 뭐라고 물어야 하지?" 연이는 위로와 공감을 너머 적절한 설루션이 필요한 상황이었다. 


"정신과를 간다고 네 문제가 해결되진 않을 것 같아. 문제를 진단하고 그에 맞는 약을 처방해 주고 적절한 심리상담을 권해. 연기로 가득 찬 방에 창문을 여는 정도랄까? 너무 답답해서 내 상태를 알고 싶다면 상담을 가는 걸 권하고 싶어. 하지만, 개선이 되지는 않을 것 같아."


친구는 걱정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관계의 어려움으로 퇴사를 생각하고 있는 데다, 소규모 모임의 팀장으로서 팀원을 이끄는 리더십도 부족해 자신감이 떨어져 있었다. 

 


순간, 친구에게 추천해줄 책이 번뜩 떠올랐다. "작년엔 220권의 책을 읽었는데, 인간관계에 대한 책을 30여 권쯤 읽은 것 같아. 그중 적극 주천하고 싶은 책이 있어. 보기엔 두껍지만 이해하기 쉽고 사례가 많아서 엄청 도움이 될 거야. 인간 본성의 법칙이란 책을 읽고 관계에 대한 생각을 깔끔하게 정립하게 되었어. 이거 읽어봐. 원하면 빌려줄게" 


베개로 쓰기에도 무리가 있는 907페이지의 두께의 흰 표지가 깔끔한 <인간 본성의 법칙>이란 책을 꺼내서 가져다주었다. 연이는 200g 정도의 오돌토돌한 책의 겉표지를 만지작만지작 거리며 망설이기 시작했다. 연이는 이 책을 다 읽을 자신이 없어 보였다. 


"내가 너 대신 그 책을 읽고 사례별로 써머리 해줄게."


"그래 준다면 정말 고마워." 연이의 눈이 반짝이며 글썽이기까지 했다. 


"그렇게 고민이 된다면 나랑 같이 인간관계 훈련을 해볼래? 나 10년 전에 강의를 들었어. 대화법과 인간관계 훈련법 이런 거 말이야. 내가 널 도와줄 수 있을 것 같아" 무슨 배짱이 생겼는지 모르겠지만 나는 덜컥 이 말을 내뱉고 말았다. 


"나도 사람과의 관계가 너무너무 힘들어서 괴로웠던 시간이 있었거든. 사람은 괜찮은데 만나고 오면 항상 마음이 불편할까? 나는 잘못한 게 없는데 왜 내 책임으로 돌리며 화를 낼까? 관계의 갈등은 어떻게 해결해야 현명할까? 책을 엄청 찾아 읽고 강의를 들으면서 조금씩 답을 찾아갔어. 그리고 이제야 조금 편해졌거든. 아.... 네 마음을 알 것 같아. 내가 고민하며 깨달았던 것들을 너에게 알려주고 싶어." 




친구 눈이 반짝반짝 빛났다. 

고마워. 정말. 

해보고 싶어. 인간관계 훈련! 




이렇게 이 글이 시작되었다. 






human relations training  

인간관계 훈련이란, 

인간관계에서 상대방의 인격을 존중하고 자신의 생각이나 의견, 느낌 등을 솔직하게 표현하는 방법과 기술을 익혀 타인과의 관계를 향상하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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