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수업이라 오리엔테이션을 할까 생각했다. 강사 소개를 하고 돌아가며 자기소개를 하면서 앞으로 어떻게 수업이 진행될지 소개를 하다 보면 20분은 훌쩍 넘길 테고, 그림책 하나 읽어주면 무난하게 마무리되지 않을까도 생각했다. 하지만, 이내 생각을 고쳐먹었다. 저학년 수업은 첫 만남에서 카리스마를 보여줘야 한다. 잠시도 딴짓할 틈을 줘서는 안 된다. 과제를 모두 채워 제출하도록 몰아붙였다. 나눠준 종이에 답을 다 써야 수업이 끝날 것이며 하기 싫어도 끝까지 해보는 힘을 기르자고 말했다.
소리를 지르거나 하기 싫다며 수업에 방해되는 태도를 보이는 아이가 있을 땐 조용히 그 아이가 집중할 때까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기다렸다. 시간이 지나 아이가 조용해지면 다시 수업을 시작했다. 이 과정을 몇 차례 거치니 떠들거나 방해하는 행동이 줄어들었고, 책을 읽는 내내 집중했으며 아이들 누구도 움직이지 않았다. 교실에 계신 도우미 선생님이 놀란 표정을 지으셨다. 하지만, 이 시간이 잠시라는 걸 난 알고 있었다. 아이들은 잠깐이라도 여유가 생기면 떠들 것이고, 소리를 지르고, 화장실을 가겠다며 들락날락하겠지. 여긴 학교가 아니니까!
매번 이런 식으로 진행한 건 아니다. 글을 써야 하는 이유를 들어 설득하고, 습관이 자리 잡을 때까지만 카리스마 있는 수업으로 진행했고, 그 이후엔 내가 가진 가장 큰 무기인 다정함과 따스함을 조금씩 보여줬다. 차차 떠들고 노래하고 그림을 그리면서 글쓰기 시간을 보냈다. 그제야 아이들은 자신만의 글을 꺼냈다. 아이들에게 글쓰기란 속 마음을 꺼내는 행위다. 강제와 압박이 아닌 먼저, 습관을 자리 잡게 하고, 쓰는 방식을 친절하게 알려준 후, 마음을 꺼내게 하면, 진정한 글쓰기의 매력으로 빠지게 된다.
수업은 이렇게 진행한다.
주제에 맞는 그림책을 함께 읽어보고, 워크북에 나온 질문을 던지며 생각을 한다. 그리고 대화를 나눈 후 대화한 내용을 글로 쓴다. 유튜브에 좋은 자료가 있을 땐 영상을 보여주며 잠시 집중하는 시간을 가졌다. 영상이나 PPT 화면보다 다 같이 옹기종기 모여 그림책을 읽어주는 방식을 선호했지만, 인원도 많고 책상도 커서 그림책을 읽어주기 적합하지 않았다.
지금의 인원으로 최선의 교육을 하려면 PPT를 활용한 자료라고 판단했기에 일주일에 한 번 진행하는 글쓰기 수업을 위해 내가 가장 소중하게 여기는 시간을 아낌없이 투자했다.
수업 준비는 이렇게!
먼저, 주제를 정하고 도서관에 가서 관련 책들을 찾아봤다. 아이들 글쓰기 비법 같은 책들은 크게 도움이 되지 않아 주제에 맞는 그림책 찾기에 더 집중했다. 그림책을 고른 후, 작가가 쓴 다른 책들도 함께 읽어가며 작가의 세계관을 이해하고자 노력했다. 아이들에게도 한 권의 그림책이 아닌 작가가 쓴 다른 그림책도 같이 소개했다.
그림책을 골랐다면 주제와 학습 목표에 맞는 PPT를 만들었다. 그림책 내용을 소개하고 생각할 질문을 만들었다. 그림책 관련 동영상을 찾아 영상을 첨부했고, 글쓰기를 도와줄 워크북을 만들면 끝이다. 단, 한 시간 수업을 위해 2~3일을 썼다. 아이들의 생각을 끄집어낼 더 나은 질문이 없는지... 고민에 고민을 더했다. 내가 좋아서 하는 수업이 아니었다면, 이런 자료를 만들 수 있었을까.....
학자는 시간이 오래 걸리고 명예와 대가가 따르지 않는 관찰의 임무를 성실히 수행합니다. 학자는 자유롭고 용맹해야 합니다. 조용히 원대한 목표를 가지고 자기 일에 몰두하는 사람이 항상 승리합니다. 대서양의 거대한 파도가 달을 따르듯이, 마음이 진실로 가득 차 있는 사람에게 점점 더 많은 사람들이 모여들기 마련이죠.
자신의 힘을 모두 쏟아부은 사람은 가장 풍성한 지혜의 보상을 얻게 됩니다. 탐구하고 또 탐구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