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만들기 마지막 과정, 작가 소개와 책 표지 만들기

나도 초등 작가

by 애플

'나도 초등 작가' 수업 10주차에 들어섰다. 이번 시간은 책 표지를 그리고 작가 자신을 소개하는 글을 쓸 차례다. 표지를 시작으로 다음 장에는 작가 소개란을 넣고 그동안 쓴 글을 모아 스프링으로 묶으면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나만의 책이 완성된다. 수업에 꾸준히 참석한 아이들은 이미 책 제목 짓기를 마쳤다. 하지만 자주 빠진 몇몇 아이들은 아직 제목을 정하지 못했다. 제목 짓기는 가장 고민되는 부분인데, 아이들은 놀랍게도 고민 없이 뚝딱 제목을 만든다. 번뜩이는 아이디어가 바로 제목으로 탄생한다. 아이들이 지은 제목은 다채롭다. '매일의 하루', '내 모습', '바나나자동배 나나나는 바나나자동차', '고속토끼', '나는 학생', '지구의 생활', '나는 인기짱', '꼬마 악어 타고', '바다 생물', '아기고양이 냥이의 하루' 등. 제목의 의미를 물으면 "그냥 생각났어요!"라며 웃는다. 별다른 고민 없이 나온 이 제목들은 마치 언어 마술 같다.



지난 시간에 제목을 정한 아이들의 글을 모아 교실 대형 화면에 띄웠다. 자신의 글이나 그림이 화면에 나타나면 아이들 볼이 발그레해진다. 간혹 허리에 손을 대고 어깨를 있는 힘껏 뒤로 제치며 입을 앞으로 쭈욱 내밀며 자랑하는 아이도 있지만, 대부분은 수줍게 웃는다.


10주간 읽은 책과 수업 내용을 돌아보며 함께 쓴 글을 보는 동안, 아직 제목을 짓지 못했던 아이들도 모두 제목 짓기를 마무리 했다. 이제 작가 소개란을 채울 차례다. 처음 수업 계획서에는 작가 소개란에 아이들의 사진을 붙일 생각이었다. 그런데 아이들 손에 연필보다 먼저 색연필을 들려 있는 모습을 보고 자화상 그리기로 계획을 바꿨다. 그림을 좋아하는 아이들이 자신을 어떻게 표현할지 궁금했기 때문이다. 평소 아동미술치료에 대해 의문이 있었는데, 아이들의 그림을 가까이에서 보게 되니 이보다 자신을 표현하기 좋은 도구가 없다는 것을 알게 됐다. 말은 숨기기 쉽고, 글은 쓰기 어려울 수 있지만, 그림에는 진심이 드러난다.




네모 박스 안에 아이들은 정성껏 자신을 그려 넣었다. 작가가 직접 그린 자화상은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특별한 작가 소개가 되었다. 자화상 옆에는 작가로써의 포부, 희망사항, 또는 장래희망을 적어 보기로 했다. 아이들 마음 속에 작가에 대한 꿈씨앗을 하나씩 심어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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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책 표지를 그릴 거예요. 글과 제목에 어울리는 그림을 그려보세요. 시작!"

이상하다? 아이들의 손이 움직이지 않는다. 책 표지를 그리는 게 어렵고 낯선 모양이다. 아이들 눈높이에 맞춰 친절하게 설명해봤지만, 오히려 더 난감해했다. "표지 그리기가 어려워요?" 물으니 "선생님 어떻게 그려야 할지 모르겠어요" 라고 답한다.


이럴 때는 설명보다 자유를 주는 것이 더 낫다. "그럼 자유롭게 그리기! 대신 책의 맨 앞장 표지니까 정성을 다해 그려야 해요!"라고 말했다. 자유가 주어지자 아이들의 손이 바빠졌다. 연필로 꼼꼼히 밑그림을 그리는 아이, 거침없이 검은색 크레파스로 동그라미부터 그리고 고민하는 아이, 바다가 좋다며 파란색으로 파도를 칠하는 아이, 자신을 반짝이는 아이돌처럼 그리는 아이까지. 각양각색이다. 뭐가 됐듯, 자신이 표현하고 싶은 걸 그리는게 최고의 작품 아닌가. 마음껏 그리도록 시간을 내버려뒀다.



슥삭슥삭, 색연필 소리로 가득한 교실에서 갑자기 시끄러운 소리가 들렸다. 모두 그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거기에는 금방이라도 울 것 같은 준석이와 센터 막내 선생님이 있었다. 무슨 일인지 알아보니 이랬다. 조금 전 준석이는 내게 "선생님 다 그렸어요. 이제 나가도 되죠?" 라고 물었다. 교실 밖에서 놀고 싶었던 준석이는 표지를 제일 먼저 끝냈다. "다른 친구들이 끝날 때까지 기다려야 해. 얼마 남지 않았으니 크레파스를 정리하고 있으렴" 이라고 말한 뒤 나가 놀 수 없다고 말했다. 평소에도 수업 중 화장실을 들락거리며 쓰기 싫다고 뾰루퉁해 있던 아이다. 제일 먼저 끝낸 게 자랑스러웠는지, 옆에 앉은 아이들을 괴롭히기 시작했다. 아이들은 부럽기도 하고 귀찮기도 한 표정을 지으면서 표지 그리는데 집중했다. 반응이 없는 아이들에게 흠미를 잃은 준석이는 자신의 표지를 응시하기 시작했다. 다른 아이들의 표지와 자신의 표지를 번갈아 보던 준석이는 자신의 표지가 마음에 들지 않았던 모양이다. 그래서 처음부터 다시 그리겠다고 센터 선생님께 새 종이를 달라고 떼를 쓰고 있던 것이다.


수업 전, 종이는 한 장씩만 주기로 약속했다. 한 명에게 새 종이를 주면 너도나도 다시 그리겠다고 할테고, 그러다 보면 정해진 시간안에 수업을 끝낼 수 없기 때문에 내가 정한 규칙이다. 센터 선생님은 단호했다. "종이를 다시 줄 수 없어. 인원수에 맞게 딱 한 장씩만 주기로 했잖아. 처음부터 제대로 그렸어야지. 옆에 있는 애 그림 좀 봐. 얼마나 잘 그렸니? 너는 검은색으로 대충 낙서를 해놨으니 이게 표지가 될 수 있겠어? 이제 너에게 기회는 없어." 그 말을 들자 준석이의 소리는 더욱 커졌다. "망쳤어요. 다시 그리고 싶어요!".


아이들 모두 그리던 손을 멈추고 준석이를 쳐다봤다. 이 사태가 어떻게 해결될지 궁금해 하는 아이들 중 몇몇은 자신도 새 종이로 달라고 하려던 참이었다. 규칙도 지켜야 하지만, 속상한 준석이의 마음도 외면할 수 없었다. 잠시 고민하다 그 아이에게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종이는 한 사람 당 한 장뿐이야. 선생님에게 남는 종이가 없단다. 그래서 말인데, 뒤집어서 새로 그리면 어떨까? 선생님이 기억했다가 네 책 표지는 뒷면 그림으로 해줄게."


준석이는 잠시 생각하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시간은 얼마 남지 않았지만, 준석이는 있는 힘껏 그림을 그렸다. 평소 쓰기 싫다고 도망 갈 기회만 엿보던 그 아이가 맞나? 싶었다. 아까의 실수를 반복하지 않겠다는 듯, 종이 한 가운데에 제목을 큼지막하게 쓰고, 손가락에 힘이 잔뜩 들어간 상태로 빈틈없이 꾹꾹 색을 칠했다. 그렇게 준석이의 책 표지도 멋지게 완성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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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무리:

12주간 진행된 '나도 초등 작가' 책 쓰기 수업을 마치고 스프링으로 만들어 나눠주었습니다. 우연히 시작한 책 쓰기 수업은 무척 힘들었지만, 한 권의 책이 완성되니 뿌듯했어요. 글쓰기가 어렵다며 싫어하던 아이들이 점점 글쓰기 시간을 기다리고 자신의 이야기를 꺼내며 꿈을 꾸었던 이 시간이 오래 기억날 것 같습니다.


나도 초등 작가 이야기를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이 글에 쓰인 이름은 모두 가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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