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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주 Mar 06. 2016

아쉐날링 세렝게티

[아프리카 여행 일기] Day10. 2박3일 응고롱고로-세렝게티 마지막날

저는 한 달 동안 케냐 - 탄자니아 - 말라위 - 잠비아 - 보츠와나 - 짐바브웨 - 남아공을 '자유여행(케냐, 짐바브웨, 남아공) + 트럭킹(*Southern Discoverer)'으로 다녀왔습니다. 

*This trip begins in Nairobi, Kenya and travels south through Tanzania, Malawi, Zambia and Botswana, before ending in Victoria Falls, Zimbabwe.

관련 글 : 「나의 청산, 푸른 아프리카」, 「Day1,2. 드디어 여행의 시작
관련 매거진 : [푸른 아프리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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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박3일 응고롱고로-세렝게티 투어

첫날 : Day8. 입김이 호호 나왔던 밤 

이튿날 : Day 9. 아프리카 동물의 왕국 에서 이어지는 내용입니다~ :)


Day 10. 세렝게티

세렝게티에서 방목된 채 잠들었던 우리. 세렝게티에서의 마지막 날인 오늘도 우리는 또 열심히 광활한 평원을 달렸다. 어제만큼이나 많은 멋진 동물들을 보았지만, 그새 익숙해진 모양인지 카메라 셔터를 누르는 횟수가 현저히 줄었다.


버펄로 안녕..(아련)

10마리도 넘는 사자가 나무 밑에서 쉬고 있는 것을 봤다. 모두가 등을 돌리고 한 방향을 보고 있길래 사자의 시선을 따라가 보니..

사자들의 시선 끝에는 버펄로 두 마리가 있었다. 거리가 80m가량 떨어져 있긴 했지만 바람이 사자 무리 쪽에서 버펄로 쪽으로 불고 있었기 때문에 충분히 사자의 냄새를 맡을 수 있는 거리였음에도 두 마리의 버펄로는 한가하게 풀을 뜯고 있을 뿐이었다. 우리 모두 의아하게 여기고 있을 때 우리의 가이드 애니스트가 버펄로는 포식자의 냄새를 맡아도 잘 도망가지 않는다고 설명해 주었다. 그 어떤 포식자를 만나 싸운다 해도 충분히 이길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의 경우는 무려 10여 마리의 사자 "무리"이기에 도망가야 했지만… 사자 1마리나 사자 10마리나 냄새 자체는 큰 차이가 없어 버펄로가 저렇게 평화롭게 있는 것 같다고 했다. 사자 무리의 사냥을 마냥 기다릴 수는 없어 우리는 곧 자리를 떴다. 버펄로 두 마리는 어찌 되었을까. 이렇게 사진에나마 남겨서 추억해야지. 버펄로 안녕…(아련)   



오늘의 샷은 코끼리

세렝게티에서는 딱히 코끼리와 관련된 재밌는 에피소드가 있는 건 아니지만 (나중에 보츠와나 쵸베 국립공원에서 본 수영하는 코끼리가 너무 강렬해 잊힌 듯) 이 코끼리 사진을 올리기 위해 쓴다. 정말 느릿느릿 평화롭게 걸어 다니는 코끼리. 지프차가 있든 없든 상관하지 않고 이렇게나 여유롭게 다가오는 모습을 보면 나도 함께 평화로워지는 기분이었다. 아기 코끼리는 귀여워 ><



세렝게티 한가운데서 멈춰 섰다

세렝게티를 달리는 일은 힘들었다. 비포장도로, 아니 도로도 아닌 그냥 날 것 그대로의 땅을 달리다 보니 고스란히 전해지는 진동은 생각보다 피곤했다. 하지만 아무렴 그 거친 땅과 직접 부딪히는 타이어와 그 마찰력을 이기고 나아가기 위해 힘쓰는 엔진보다 힘들었을까. 우리 일행은 운전사 애니스트에게 차는 정말 괜찮은 거냐며 수시로 물었지만 애니스트 왈, 지난 2년 간 한 번도 고장 난 적이 없는 튼튼한 녀석이라고 했다.

그럼 그 튼튼한 녀석은 고장 주기가 2년인가 보다. 그래서 2년에 한번 정도는 고장나나 보다. 그리고 하필이면 우리가 그 튼튼한 녀석을 탄 날이 2년 하고 하루가 더 지난 날이었는지 우리의 지프차는 세렝게티 한가운데서 멈춰 섰다.


차에 대해 그다지 아는 것이 없어서 뭐가 고장 난 지는 설명을 들어도 잘 모르겠지만, 일단 시동이 걸리지 않았고 차 앞쪽 보닛에서 연기가 났다. 엔지니어인 폴 아저씨와 운전사 애니스트가 보닛을 열고 무엇이 문제인지 살펴봤고, 멈춰선 우리 차를 본 다른 차 운전사들도 고맙게도 차를 세워놓고 와서 우리를 도와줬다. 다들 심각하게 차를 살펴보는 동안, 나를 포함해서 도움 안 되는^^ 사람들은 차에서 내려 스트레칭도 하고, 직접 땅에 발을 딛고 서서 느끼는 세렝게티의 경치에 철없이 한껏 들떠 있었다. 

혹여 고치지 못할까 심각한 그들과 그 와중에 멋진 프로필 사진을 건져보겠다고 열심히 사진을 찍고, 찍혔던 우리의 대조적인 모습ㅎㅎ     


여러 사람들의 노력 덕분에 우리의 차는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다. 애니스트가 다시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운전에 집중하려던 순간, 지금까지와는 또 다른 진동이 한번 크게 느껴졌다. 이어지는 애니스트의 한숨 섞인 한마디. Flat tire... 

2년 동안 멀쩡했다던 차가 대체 오늘 왜 이러는 걸까. 이번엔 타이어를 교체하기 위해 멈춰 섰다. 

 

각 지프차에는 이렇게 스페어타이어가 2개씩 달려있다. 우리는 먼지가 뽀얗게 앉아있던 스페어 타이어를 꺼내 구멍 난 타이어 교체 작업을 시작했다. 생전 처음 겪는 타이어 펑크! 나는 또 이 상황이 마냥 신기하고 재밌었다. 내 생애 첫 타이어 펑크가 아프리카, 그것도 세렝게티에서라니!!! 신난다!! ㅎㅎ 이번엔 사진 찍기보다는 타이어를 가는 멋진 운전사 애니스트와 우리 일행들의 모습에 집중했다. 구멍 난 타이어를 조인 나사를  적당히 풀고, 도구를 사용해 차체 한쪽을 들어 올려 고정하고, 구멍 난 타이어를 빼고 새로운 타이어로~ 

나보다 세 살 많은 레베카는 직접 자기차의 타이어를 갈아본 적이 있다고 했다. 물론 이 지프차보다는 훨씬 작은 차였다곤 하지만 순간 레베카가 너무 멋있어 보였다. 나도 이번에 어깨너머로 배운 타이어 교체법을 언젠간 써먹어볼 수 있길. 


모래 파운데이션

두 번의 의도치 않은 노동이 있긴 했지만 이것도 나름 추억이라 생각하며 우리는 드라이빙을 계속했다. 사실 우리를 힘들게 한 건 이런 굵직굵직한 사건보다는 모래먼지였다. 특히 투어를 마치고 세렝게티에서 응고롱고로를 지나 돌아오는 길은 모래먼지가 정말 심해도 너무 심했다. 투어용이라 오픈형 지프차였지만 모래먼지 때문에 이미 뚜껑은 닫은 지 오래. 더웠지만 창문조차도 열 수 없었다. 닫을 수 있는 창문은 다 닫았지만 차가 달리면서 만들어진 모래폭풍은 우리가 닫을 수 없는 모든 구멍으로 고스란히 들어왔다. 


나는 당시 맨 뒷좌석에 앉았다. 나의 좌석 뒤에는 우리의 짐이 들어있는 트렁크가 있었고 그 트렁크 속 공간 어딘가에는 환기구?가 있었다. 환기구 기능을 하라고 뚫린 구멍인건지, 그게 정확히 어디있는 건지 제대로 파악도 안됐지만 그 어딘가 있는 구멍의 존재감은 어마어마했다. 가만히 앉아있으면 트럭 안 모든 표면에, 정말 미세한 모래가 소복소복소복소복 쌓였다. 옷의 접힌 부분과 그렇지 않은 부분의 색 차이가 나기 시작했고, 팔을 슥슥 문지르면 그 부분만 눈에 띄게 깨끗해져서 그림을 그릴 수 있을 정도였다. 우리가 숨을 쉬고 있다는 걸 증명이라도 하듯, 우리의 얼굴에는 계속 콧바람이 불어 뭔가가 퇴적되기엔 적합하지 않은 코 밑 인중을 제외한 모든 부분에 갈색 파운데이션 파우더가 덮였다. 사진을 찍고 싶었지만, 가방 속에 넣어둬도 미세한 모래먼지 때문에 카메라 렌즈가 뿌옇게 변하는 마당에, 방진 기능도 없는 나의 연약한 카메라를 꺼낼 용기가 나지 않았다. 호흡기를 보호하기 위해 우리의 말수는 점점 적어져 갔다.      



마사이족 언어 한마디

모래먼지와 함께한 드라이브를 마치고 마지막으로 마사이족 가이드, 운전사들과 같이 사진을 찍고 이야기도 나눴다. 친절한 가이드들은 마사이족의 언어, Maa의 간단한 표현 몇 가지도 가르쳐 주었다. 그냥 들리는 대로, 그것도 영어도 아닌 그냥 한글로 받아 적은 거라 정확성은 조금 자신이 없다....


마사이족 언어Maa

가장 기본적인 인사, Hello는 슈바이슈파이의 중간. 대답은 남자는 에바, 여자는 이바라고 하면 된다.

입에 달고 살면 좋은 표현, 감사합니다 Thank you는 아쉐Thank you so much 아쉐날링

좋다 Good은 시다이

안녕 bye는 세레(이)


나는 아쉐날링~ 세레! 라고 마사이족 친구들에게 아쉬운 인사를 남기고 아루샤 캠핑장으로 돌아가기 위해 다시 차에 올라탔다. 


아쉐날링 응고롱고로~ 세레 세렝게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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