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조주 Aug 28. 2015

나의 청산, 푸른 아프리카

아프리카는 나에게 청산 같은 곳이다

아프리카는 나에게 청산 같은 곳이다.

청산별곡(靑山別曲)에서 '청산에 살어리랏다'라는 구절에서 나오는 청산. 왠지 '얄리얄리 얄라셩 얄라리 얄라'라는 울림소리 가득한 콧노래 비스무리한 그런 소리가 입에서 절로 나올 것 같은 그곳. 조금은 다른 사람들이 의아해할 수 있는 나의 이상향.   

 

어렸을 때, 잠들기 전 엄마가 읽어주는 어린왕자를 들으며 바오밥나무를 언젠간 내 두 눈으로 직접 보고 싶다고 생각했다. 막연했던 그 바람은 바오밥나무는 아프리카에서 볼 수 있다는 걸 알 정도의 나이가 되어가면서 아프리카를 가야겠다, 가고야 말겠다라는 막연한 꿈이 되었다. 그리고 그 막연한 꿈은 점차 인생 계획표의 중요한 한 부분으로 자리 잡아갔다. 고등학교 2학년 3반 23번이었던 내가 세웠던 인생 계획표에 따르면 대학교 3학년 때 휴학을 하고 아프리카에 가야 했다.

     

하지만 인생은 역시 계획대로 되는 것이 아니었다. 1학년 2학기 때 들어간 학내 언론사에서 수습기자, 부기자, 정기자 여기까지는 필수 임기. 그런데 어라 부장? 얼씨구 국장? 까지 하게 되면서 5학기를 고스란히 보내게 되었다. 이와 더불어 언론들이 몇 년 전부터 Bold체로 제시해준,  아프리카=□라는 등식의 네모 칸에 써야 할 것만 같은 단어, '에볼라' 덕택에 이상향을 향한 나의 발걸음은 첫 발자국을  떼기는커녕 제자리에서 꼼지락거릴 뿐이었다.     

 

꼼지락을 넘은  스물셋

만약 계속 꼼지락거리고만 있었다면 이 글을 쓸 이유도 없었을 것이다. 2015년 7월부터 8월. 이십 대에서 처음으로 시옷이 들어가는  스물셋. 23살이 되어 드디어 가장 있어야 할 자리에 있는 바오밥나무를 원 없이 보고 왔다. 너무 오랫동안 꿈꿔왔던 아프리카라 꿈꿨던 만큼 준비해서 제대로 갔다 오고 싶었던 아프리카. 아는 만큼 보고, 듣고, 느끼게 될 것이라 믿으며 틈틈이 각종 책과 다큐멘터리를 찾아보고 한국외대 용인캠에서 아프리카학부 수업을 청강하기 위해 왕복 5시간 넘게 버스를 타면서도 힘든 줄 모, 마냥 나를 설레게 해줬던 아프리카. 떠나기 한 달 전부터 침대에 누워 잠을 설쳐가며 아프리카에 있는 내 모습을 상상 해도 그릴 수 없었는데 이젠 미소 지으며 회상도 할 수 있다.

     

모래 씹히는 우갈리정도는 손으로 흘리지 않고 먹게 됐고 불빛 하나 없는 샤워실에서 랜턴에 의지해 찬물 샤워도 할 수 있게 됐다. 텐트에서, 가방에서, 침낭에서 온갖 벌레가 나와도 그냥 그러려니 무뎌졌고 텐트 치는 법과 매트리스를 무게 실어서 작게 만드는 법, 펑크 난 타이어 가는 법도 알게 됐다. 맨날 바가지 쓰던 내가 마지막엔 185달러짜리를 55달러로 깎는 기염을 토했고 이제 간단한 인사 정도는 스와힐리, 지체와, 얀자, 츠와나, 숀나, 줄루어로 할 수 있게 됐다. 제대로 못 씻고 맨날 흙먼지를 뒤집어써서 꼬질꼬질하고 로션 하나 못 바른 나를 웃으면서 아껴주는 소중한 사람들도 많이 만났다.      


아프리카를 나누고자 주섬주섬

이번이 내 인생 마지막 아프리카 여행이 아니지만, 다음에 가게 될 아프리카가 이번만큼이나 좋을 수 있을까 걱정될 정도로 너무 행복했던 여행이었다. 그 을 나누고 싶어서. 누군가가 내 글을 읽고 ‘아프리카’라는 단어에 대해, 그 자체에 대해 한 번쯤 생각했으면 해서. 나의 청산, 아프리카를 가기 전부터 차례대로 하나씩 주섬주섬 꺼내보려 한다.            

내가 간다 유후 with Local Kids

@ Lake Malawi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