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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주 Sep 01. 2015

아프리카, 일단 생각을 해보자

#트럭킹 / 단체 관광도, 혼자 다니기도 좀 그렇다면 "트럭킹" 어때요?


"푸른 아프리카는 뭘까"

아프리매거진 "푸른 아프리카"를 만들면서 어떤 글로 채워나갈까 고민을 많이 했다.

아프리카를 여러 번, 몇 개월씩 다녀온 것도 아닌 내가, 나의 아프리카 관련 글을 보러 온 사람들과 어떤 글로 소통해야 할까. 탄자니아에 어느 도시는 버스비가 얼마 정도 하더라. 케냐 몸바사로 가는 기차 출발 시간은 언제고 어느 정도 걸린다. 여행에 직접적인 도움이 되는 이런 세부적인 정보를 내가 제공할 수 있을까. 아프리카를 떠난 지 한 달도 안됐는데도 마지막으로 묵었던 숙소 가격이 가물가물한데. 그럼 난 어떤 글을 써야 할까.


고백합니다.

저는 전문적인 여행가가 아닙니다. 그냥 아프리카를 어렸을 때부터 꿈꿨을 뿐이고 대학생이 되어서, 아등바등 돈을 모으고 여기저기 기웃거리며 몇 안 되는 정보를 간신히 주워 모아 아프리카를 한 달 정도 다녀왔을 뿐입니다. 그런데 너무 행복했고 그 기억을 나누고 싶어서 주섬주섬 그 기억을 쓰려는  것뿐입니다. 여행 방식, 여행 일정, 마음에 들었던 점, 힘들었던 점 모두 다 저의 기억 속의 일들이라 누군가가 제 글을 보고 아프리카 여행을 떠난다고 결심했을 때 막상 도움이 많이 되지 않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누군가가 내 글을 보고 아프리카 여행을 떠난다고 결심했다는 것 자체로 충분하지 않을까"라며 스스로 공간을 마련해 보았습니다.


"이렇게 간다면 아프리카 한번 가볼 만하겠다", "이번 방학에 유럽이랑 아프리카 중 어디로 여행 갈지 고민이다", "생각보다는 괜찮을 것 같은데 좀 더 알아봐야겠다"


나의 글을 읽은 사람들이 이런 생각을 하게 된다면 좋겠다.

지극히 자기중심적인 편협한 여행 이야기라고 여겨질지도 모르지만 그래도 소박하고 평범하지만 재밌어서 "나도 가봐야지"라는 생각이 들게 하는 글이 되었으면 좋겠다. 생각지도 않았던 "아프리카"라는 단어가, 공간이 나의 글 덕분에 익숙해진다면,  한번쯤 고려해볼 만한 여행지가 된다면 좋겠다. 내 글을 읽은 사람들이 "아프리카 여행"을 따로 검색해봤으면 좋겠다.

    


저는 한 달 동안 케냐 - 탄자니아 - 말라위 - 잠비아 - 보츠와나 - 짐바브웨 - 남아공을 '자유여행(케냐, 짐바브웨, 남아공) + 트럭킹(*Southern Discoverer)'으로 다녀왔습니다.

*This trip begins in Nairobi, Kenya and travels south through Tanzania, Malawi, Zambia and Botswana, before ending in Victoria Falls, Zimbabwe.


아프리카, 여행지로는 다소 생소한 이 곳. 그래도 간다고 결심했을 때 최소 3,4주는 가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한번 가기가 쉬운 곳은 아니니까. 일단 멀고 항공권도 싸지 않으니 간 김에 좀 많이 보고 와야겠다. 관광상품으로 우르르 다니기는 좀 그런데, 또 완전 혼자서 자유여행으로 다니기엔 무섭다. 좀 섞어서 짜볼까?


이런 생각이 든다면 트럭킹을 한번 고려해보는 것이 좋을 듯하다. 트럭킹. 다소 생소한 투어 방식이지만 아프리카를 자유여행으로 갈 것이 아니라면 꽤나 적절한 방식이 아닐까 싶다.

간단히 설명하면, 여러 국가에서 온 사람들과 함께 '트럭'을 타고 아프리카 곳곳을 여행하는 투어다. 현지 가이드, 요리사, 운전사가 동행한다. 1박 2일짜리부터 거의 두 달에 걸친 일정까지. 여행 루트도 매우 다양해 선택의 폭이 넓다.

트럭킹, 또는 트럭투어라고 하지만 "자~ 이 깃발  잘 보고 따라오세요"하는 관광투어와는 정말 다르다. 뭐든지 스스로. 참을 건 참아가며.



트럭을 타고 계속 이동하는 건가요?

섬을 가기 위해 바다를 건너거나 사파리 투어를 할 때 빼고는 거의 트럭을 타고 이동한다. 에어컨 없는 트럭을 하루에 평균 7,8시간 넘게 타곤 했다. 교통체증이 심한 다르에스살람에서는 새벽 4시에 출발해 저녁 9시에 도착하기도.. 17시간.. 창문으로 들어오는 모래먼지가 너무 많아도, 그대로 내리쬐는 햇빛에 너무 더워도, 매우 덜컹거려서 엉덩이가 아파도. 피할 수 없기에 즐기...ㄴ다기 보다 초연해진다.


우리가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뒤에 짐을 싣는 트럭이 아니라 중소형 마을버스? 느낌으로 개조된 트럭이다. 좌석 배치는 트럭마다 다르지만 대부분 마주 보고 앉을 수 있는 좌석이 앞 쪽에 있고 나머지는 일반 버스처럼 되어있다.

이렇게 달려도 안 부서지나 생각이 자주 들었지만 식재료 보관함부터 락커, 물탱크까지 거의 모든 게 있었던 우리의 트럭.   


식사는 어떻게 하나요?

요리사가  중간중간 슈퍼마켓에서 식재료를 사다가 식재료를 보관하는 트럭 밑 별도의 공간에 쟁여놓는다.  관광지에 가지 않는 이상, 하루 세 끼를 직접 만들어 먹었다. 조를 짜서 돌아가며 식사 준비를 돕고 본인이 먹은 그릇은 본인이 설거지.

대체로 아침, 저녁은 캠핑사이트에서, 점심은 이동을 하다가 잠시 적당한 길가에 멈춰 서서 간단히 만들어 먹는다. 점심은 대부분 만들기도 먹기도 간편한 샌드위치. 저녁이 제일 여유롭고 푸짐했다.


식사시간은 도로 사정에 따라 상당히 들쭉날쭉했다. 새벽 5시에 출발해야 할 때는 새벽 4시에 아침식사를 하고, 도로 사정이 좋지 않아 잠시 트럭을 세울 공간도 없을 때는 아침에 미리 싸온 샌드위치를 트럭 안에서 먹기도 했다. 캠핑사이트에 도착을 해서 개인 텐트를 치고, 식사 준비가 끝나야 저녁을 먹을 수 있기 때문에 9시가 넘어서 저녁을 먹는 일도 허다했다. 매우 힘든 일정에도 살이 빠지지 않은 건 야식 같았던 저녁 때문이야....

 

잠은 어디서 자나요?

잠은 트럭 속에서^^가 아니라 캠핑 사이트에서 텐트를 치고 잤다. 매일 이동을 하기 때문에 매일 다른 캠핑사이트에서 내 한 몸 뉘일 텐트를 세운다. 열 시간 넘게 흔들리는 트럭을 타고 깜깜할 때 캠핑사이트에 도착해서 헤드랜턴을 낀 채로 텐트를 치고, 다음 날 새벽 4,5시에 일어나 다시 해체..


나는 "텐트에서 일교차와 벌레를 느끼며 자보자"라는 생각에 텐트를 선택했지만 텐트가 불편할 것 같다면 조금 돈을 더 내고 같은 캠핑사이트에 있는 저렴한 숙소를 이용하는 방법도 있다. 이 숙소는 정말 캠핑사이트의 퀄리티에 따라 천차만별이다. 시설이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은 캠핑사이트의 경우, 숙소라 함은 그냥 침대 하나를 네 개의 벽이 둘러싸고 있는 공간일 뿐이다. 그 외엔 아무것도 없다. 벌레. 벌레만 여전히 매우 많다. 손바닥 반만한 벌레도 있었다.. 분명 돈을 더 내고 싱글룸으로  업그레이드했는데 도미토리가 되어있어.. 내 침대에서 좀 나가, 벌레야.



아프리카는 교통인프라가 잘 되어 있지 않아서 비행기를 타지 않는 이상 많은 시간을 기다리고, 기다, 기다리는데 보내는 경우가 많다. 이 점을 트럭킹은 잘 보완해준다. 또 식사 제되고 숙박할 곳을 따로 알아볼 필요도 없어 편리하다. 하지만 식비, 숙박비, 이동비 등을 다 따졌을 때 트럭킹은 자유여행으로 다니는 것보다 결코 싸지 않다. 오히려 비싸다면 꽤나 비싼 편.

그렇지만 나는 20여 일 동안 트럭을 타고 다니며 함께 모래먼지를 뒤집어 쓰고, 함께 구정물로 설거지를 하고, 함께 투덜대며 텐트를 칠 수 있었던 친구들을 만난 것만으로 트럭킹은 충분히 좋은 선택이었 생각한다. 


많은 아프리카 트럭킹 회사가 있지만 우리나라에 제법 알려진 3대 트럭킹 회사는 노매드, 트레블코, 아카시아다. 이번 여행에서 나는 트레블코(20박 21일 일정)와 노매드(1박 2일 일정)를 이용했다. 트럭킹 사이트에서 여러 일정들을 살펴보기만 해도 괜스레 설렘설렘해지는 기분을 느낄 수 있다. 이 글을 읽고 나니 아프리카가 조금 마음을 비집고 들어왔다면 해볼 만한 일!  


1. 일단 생각을 하고

2. 검색을 해보고

3. 사이트 여기저기 둘러보고

4. 일정을 좀 살펴보면

5. 우와 설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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