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조주 Sep 10. 2015

아프리카 여행 일정은 "헐겁게" 짜자

항공권, 트럭킹, 자유여행 일정 버무리기

아프리카 여행 일정은 “헐겁게”짜자.

*솔직함 주의. 포장 X. 있는 그대로.


일단 아프리카 여행 일정을 짜면서 잊지 말아야 할 것은 “여유”다. 아프리카에서 빡빡하게 일정을 짜 놓으면 마음도 빡빡해지고 돈도 버리고 성격도 버린다. 그리고 아마 절대 그 일정을 지키지 못할 것이다.      



에피소드 #1 케냐-몸바사 기차

나는 케냐 나이로비 입국한 날 바로 몸바사에 가는 기차를 탔다. 트럭킹 시작일까지는 약 일주일 가량 남아있었고 그 기간 동안 케냐에서 유일하게 바다를 볼 수 있는 곳이라는 몸바사에 가서 여유롭게 지내다가 돌아오려 했다. 비행기를 타면 50여 분이 걸리는 거리였지만 나이로비에서 몸바사로 가는 길의 넓은 평원이 보고 싶었던 나는 기차를 탔다. 기차는 저녁 8시에 출발해서 아침 10시에 도착 예정. 저녁과 아침, 두 끼를 제공해주는 침대칸 1등석 티켓을 사서 들뜬 마음으로 기차에 올랐다. 말만 1등석이었다. 한 평도 안 되는 공간에 물이 졸졸졸 나오는 개인 세면대와 이 층 침대가 있다. 모기도 있다. 냉방시설이라곤 먼지가 뽀얗게 앉은 녹슨 선풍기뿐. 틀어보지도 않았다.      


7시 30분에 미리 기차에 탑승했지만 기차는 움직이지 않았다. 역에 정차되어 있는 기차 안에서 아무런 흔들림 없이 평온하게 저녁을 먹었다. 물이 졸졸졸 나오는, 일반적인 세면대의 반만 한 아주 잔망스러운 세면대에서 씻을 수 있는 정도로만 적당히 씻었다. 메고 온 배낭의 지퍼 부분이 터져서 바느질을 하는데도 기차의 움직임은 전혀 느낄 수 없었다. 침대에 누워 가져온 스카프를 이불마냥 덮었다. (이부자리가 제공되지만 정체모를 하얀 가루가 덕지덕지 붙어있었다. 침대라기보다는 가죽시트의 소파에 가까워서 까는 이불이 꼭 필요하진 않았다) 도대체 언제 출발하려는 걸까 슬슬 궁금해지는 찰나에도 기차는 여전히 출발하지 않았다. 궁금해하며 잠이 들었고 처음으로 움직임을 감지한 것은 새벽 2시였다. 일단 여기, 이 시점까지 예상 도착시간 + 6시간. 그리곤 두어 시간 정도 달렸을까. 새벽 4시 반경, 기차가 멈춰 섰다. 그러곤 또 세월아 네월아 하염없이 그 상태 그대로 있었다. 이런 식으로 가다 서다를 반복하던 끝에, 14시간이 걸린다던 기차는 결국 18시간을 더 얹어서 ‘32시간 기차여행’이라는 아주 끈적끈적하고 찝찝하고 간지러운 추.. 아니 기억을 나에게 주었다. 기차의 특징 정시성은 어디 갔을까? 도착시간은 자연스럽게 새벽 4시가 되었다. 집집마다 전기쇠창살이 있고 온갖 개들이 왈왈 대는 위험해 보이는 새벽 밤거리를, 17kg 가까이 되는 배낭을 메고 내 한 몸 뉘일 곳을 찾아 헤맸던 두 시간은 나의 한 달 간 아프리카 여행 중 가장 힘들었던 시간..     



비록 몸바사를 가는데 시간이 너무 많이 걸려서 다시 나이로비로 돌아올 때는 비행기를 타야 하긴 했지만 일정을 거의 짜 놓지 않았던 나는 “이게 아프리카의 여유로움이려니..”하며 초연할 수 있었다. (이 와중에 비행기도 한 시간 연착^^) 하지만 같은 기차를 탔던 영국 신사 두 분은 18시간 연착된 기차 때문에 120달러짜리 호텔과 150달러짜리 항공권을 날려야 했다. 점점 초조해지다가 마지막에는 결국 “I’m a gentle man but fxxk train!!”이라며 화를 내셨다. 직역하면 “난 신사지만 이건 좀 xx” 이런 느낌. 이럴 땐 옆에서 “기차가 나빴네잉~”하고 거들어줬어야 했는데 머리를 못 감아서 나는 그냥 나의 침대칸에 박혀있었다.           


일단 트럭킹 일정. 그 다음에 항공, 자유일정

트럭킹과 자유여행을 섞어서 한다고 했을 때 (*참고. 푸른 아프리카 1편. 아프리카, 일단 생각을 해보자) 제일 먼저 트럭킹 일정을 정하고 나서 그 다음에 다른 일정을 조정하는 것이 좋다. 그 다른 일정이라 함은 항공, 트럭킹 전후의 자유일정? 정도. 물론 각 트럭킹 회사마다 다양한 투어 루트와 일정을 제공하고 있어 원하는 날짜를 고르는데 엄청난 제약이 있는 건 아니다. 하지만 아무렴 입출국날짜 조정이 훨씬 더 쉽기 때문에 괜히 트럭킹 루트와 일정를 입출국 날짜에 "끼워맞추"며 고생하지 말자.


항공권 예매하기

우리나라에서 아프리카로 가는 비행기는 당연히 일본이나 중국만큼 많지 않다. 특히나 휴가철의 경우에는 항공권을 미리 예약하지 않으면 원하는 날짜의 항공권을 구하기 어렵다. 나도 7월과 8월 항공권을 4월에 말 즈음에 예약하려 했음에도 가장 원하던 날짜의 항공권을 구하지 못했다. 결국 2자리 밖에 안 남아있던 2순위 항공권을 겨우 예매했다.

아프리카로 가는 항공편은 다른 나라들에 비해 검색을 해도 잘 나오는 편이 아니다. 대체로 트럭킹이 어디서 시작하고 끝나는지에 따라 인아웃을 많이 결정하긴 하지만 확실히 안 정하고 항공권부터 둘러보기도 하기 때문에 항공권 상담을 통해 견적을 안내 받는 방법이 직접 하나하나 찾아서 예매하는 것보다 매우 편리하다. 나는 키세스 실시간 항공 예약 상담을 통해 여러 항로의 견적을 뽑아 결정했다.


성수기였지만 국제학생증 할인을 받아 비수기 가격으로 항공권을 구할 수 있었다. (*참고. 국제학생증 ISIC)

원래 트럭킹 일정 한 개만 신청했지만 사실 항공권 때문에 트럭킹을 하나 더 예약했다. 트럭킹 일정이 케냐 나이로비에서 시작해 짐바브웨 빅폴에서 끝나는 일정이라 나이로비 인, 빅폴 아웃 항공권 견적을 내봤지만 빅폴 인아웃으로는 학생항공권이 제공되지 않았다. 그래서 빅폴에서 남아공 요하네스버그로 가는 1박 2일 트럭킹을 하나 더 예약을 했고 요하네스버그 아웃 항공권을 구매했다. 물론 트럭킹 비용은 더 들었지만 국제학생증 할인을 받을 수 있었기 때문에 견적을 내봤을 때 70만 원 가까이 차이가 났다.


단순히 거리나 날짜에 따라서만 금액이 차이나는 건 아니기 때문에 견적을 여러 가지로 뽑아서 결정하는 것이 좋다. 다른 교통수단(트럭, 버스, 기차 등)이 어떻게 될지 모르므로 여유시간을 두는 것도 필수다.  


자유일정 끼워넣기

아무래도 트럭킹을 하게 되면 트럭킹 일정이 주가 되는데 그  중간중간에 자유일정을 끼워 넣으면 훨씬 더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다. 나는 케냐 자유일정 6일 + 트럭킹 (케냐 나이로비 -> 짐바브웨 빅폴) + 빅폴 자유일정 4일 + 트럭킹 (빅폴 -> 남아공 요하네스버그) + 요하네스버그 자유일정 1일. 이렇게 계획을 했고 매우 만족스러웠다. 자유일정 일수는 그 나라에 대해 알아본 후 결정하는 것이 좋다. 트럭킹 일정이 케냐 나이로비에서 시작하긴 했지만 바로 탄자니아로 떠나기 때문에 혼자 케냐를 여행할 수 있도록 일주일 정도 일찍 입국했다. 짐바브웨 빅폴은 정말 할 수 있는 활동이 많고 유명한 관광지이기 때문에 4일 정도 여유 있게 둘러볼 수 있도록 했고, 요하네스버그는 치안이 그다지 좋지 않아 그냥 공항에서 머물다가 귀국할 생각이었기에 하루만 여유를 두었다.


자유일정 중 빅토리아 폭포에서 한 Flying Fox

사실 마음을 먹는다고 쉽게 갈 수 없는 아프리카. 그런 만큼 간다면 여유롭게 즐기고 올 수 있도록 여행 일정은 꼭 "헐겁게" 짜자. 폴레폴레~ *Pole Pole~


*'느리게 느리게'라는 뜻의 스와힐리어. 우리나라의 '빨리 빨리' 만큼 흔히 쓰이는 말이다. 물론 뜻은 정 반대지만^^


매거진의 이전글 아프리카, 일단 생각을 해보자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