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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주 Sep 14. 2015

아프리카에서 나는 시간을 셌다

[주절주절 아프리카 감성] 세는 시간도 채움이었다

우리는 시간의 흐름을 느낀다. 바쁘게 돌아가는 시계 바늘을 보며, 토요일 저녁에 벌써 월요일을 걱정하는 한숨 소리에, 숫자로 가득한 종이 달력을 한 장씩 넘기며, 우리는 아, 시간이 흐르고 있구나. 시간은 금이다. 허투루 보내지 말고 알차게 살아야지 따위의 생각을 하며 시간을 보낸다.


아프리카에서도 한 달간 시간을 셌다. 버스 왼쪽 창가에서 비치던 햇빛이 오른쪽 창가로 넘어오는 걸 보고, 손톱 같았던 초승달이 탐스런 보름달이 되어가는 걸 보며, 아 내가 시간을 채우고 있구나. 그 채움이란 게 이렇게 벅차고 좋으면서도 아쉽구나. 시간은 정말 금이구나 라는 생각을 하며 시간을 채웠다.


시간이란 어디까지나 상대적인 것이고 내가 인식하기에 흐르고 존재하는 것인데 나는 왜 지금까지 뭐에 쫓기듯 지나간 시간을 세고 남은 시간을 재고 그 차이에 조급해했을까. 그리고 그 인식의 방법 자체에도 여유를 두지 못했을까. 해는 동쪽에서 떠서 서쪽으로 진다. 달은 한 달 주기로 모양이 변한다. 이런 건 과학시간에 열심히 배워놓고 왜 그걸 실험이나 체험이라는 단어에 갇히게 하고 평소에 하늘을 올려다보지 못했을까.


아프리카의 밤하늘은 맑았다. 너무 식상한 표현이지만 정말 쏟아져 내릴 것 같이 별이 많았고 하나하나 제 빛으로 반짝였다. 캠핑장에는 불빛 하나 없었기에 나의 작은 랜턴을 끄고 나면 그냥 오롯이 달빛밖에 없었고 그 정도 빛으로는 아무것도 볼 수 없었지만 그 빛을 내는 달만은 또렷하게 볼 수 있었다.


아프리카의 햇빛은 눈부셨다. 어디서나 햇빛은 눈부시겠지만 아프리카의 햇빛은 너무 따갑고 피하려야 피할 수 없어서 자신이 움직이고 있음을 너무나도 분명하게 우리에게 각인시켰다. 트럭 창가에 앉아서 하염없이 덜컹이며 가노라면 팔꿈치에서 꼼지락대던 햇빛이 어느 새 턱 밑에서 아른거리다가 감은 눈꺼풀까지 찔러왔다.  


아프리카에서의 시간이 소중했던 이유는 내가 그 시간을 직접 느끼면서 하나하나 셌기 때문이고, 그렇게 시간을 세면서 그 세는 시간 또한 채움의 일종이었음을 알았기 때문이다.

아쉽다. 누구보다 소중하게 세어 담았지만 여전히 남는 아쉬움에 다시 돌아갈 수도, 아니 다시 돌아간다고 해서 그걸 다시 빼서 담을 수도 없어서. 그립다. 아프리카에서 시간을 담던 내 모습이. 하루하루 지나는 걸 아쉬워하면서도 항상 내일을 기다렸던 내 모습이.


어차피 같을 수 없다는 걸 알면서도 나는 또 서울의 밤하늘을 본다. 이젠 밤하늘을 봐야겠다고 마음먹게 된 나 자신을 조금 기특해하면서 본다. 올려다보면서 또 다시 시간을 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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