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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 로지 Feb 08. 2022

내 생일은 내가 정한다 by.뾲이

역시 계획대로 되지 않은 긴 출산 후기 글 

1/24, 40+1


오늘로서 출산 예정일에서 하루가 지났다. 


지난주 초, 복복이는 아직도 윗 물이 좋은지 내 갈빗대를 친구 삼아 배 위쪽에서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엄마가 밖에서 이렇게 저렇게 배도 좀 눌러보고, 얘기도 하면서 밑으로 보내보려고 해도 어김없이 단단하게 만져지는 부분은 배 위 쪽이었다. 


예정일 전 마지막 진료를 보면서, 의사 선생님은 남은 며칠은 자연진통을 기다려 보고, 진통이 오지 않으면 아이가 이제 많이 컸으니 제왕절개 수술 날짜를 잡자고 말씀하셨고, 1/27일 오전으로 결정하였다. 이때 복복이의 예상 몸무게는 3.7kg 정도... 좀 크긴 하지만 그래도 자연분만이 아예 불가능하지는 않은 정도. 또 내 키나 체형도 작지 않고, 크게 다른 이유가 있지 않다면 진료 처음부터 자연분만으로 방향을 잡아 온 터 이기도 했다. 


이미 남편과 나는 수술 날짜 및 시간도 생각해 보고, 마음의 준비를 하고 병원에 왔지만, 그래도 막상 수술을 결정하고 수술 동의서 및 이런저런 설명을 듣고 나니 마음이 심란했다. 


'아 원래 이런 날은 집에 가는 길에 맛있는 집에 들러 기분전환을 하고 가야 하는데! 이래저래 싱숭생숭하네'


한참 사람들이 백신을 맞기 시작할 때 임신을 해서, 나는 국민 대부분이 맞았다는 백신 접종을 하지 못하였다. 그 결과, 임신 후반부터는 남편과 둘이 식당이나 카페를 가는 것도 제한이 생기고, 뜨끈하게 혹은 식당에서 예쁜 플레이팅에 담겨 좋아하는 사람들과 함께 식사하는 기쁨이 얼마나 컸는지도 느끼고 있는 참이다. 


집에 도착해서 오후 출근을 앞두고 있는 남편과 일전에 맛있게 먹었던 중국집에서 탕수육과 잡탕밥을 시켜 먹었다 - 이것이 최후의 만찬이 될 줄이야. 남편은 조금 쉬고 오후 출근을 하고, 나는 수술 날짜를 잡긴 했지만, 혹시라도 모를 자연진통의 시작과 입원을 대비해서 근처 보건소에 코로나 검사를 하러 갈 참이었다. 또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하자는 생각으로 15층 아파트 계단도 오르고, 1시간 정도 걸리는 보건소까지도 걸어갈 생각을 했다. 


집에서 조금 쉬다가 코로나 검사를 다시 시작하는 오후 2시경에 나도 무거운 몸을 일으키고 옷을 챙겨 입고 보건소로 향했다. 참 신기한 게 평소에는 멀어서 한 번도 걸어갈 생각하지 않았는데, 걷기 운동을 계기로 거리를 늘리다 보니 만삭의 몸에도 편도 1시간 거리는 어렵지 않게 느껴졌다.


한 중간 정도 갔을 때였나? 평소와 같이 걷기 시작하면 배가 뭉치는데, 그것과는 조금 다른 통증이 있었다. 중간 정도의 생리통처럼 배가 스르르르 아팠다가 괜찮았다가, 또 조금 지나면 아프기 시작했다 일정 기간을 두고 통증이 있었다. 


그전까지 아무런 출산의 징조가 없었는데, 설마... 하면서도 예정일이 지난 것도 있고, 왠지 모를 느낌에 진통 주기 체크 어플을 다운로드하여서 찬찬히 눌러보기 시작했다. 초산은 혹시라도 진통이 시작된다고 해도 빠르게 진행되지 않는다고 알고 있어서 마음은 그리 조급하지 않았지만 그래도 무언가 두근거리면서도 불안한 마음이 들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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