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시 계획대로 되지 않은 긴 출산 후기 글
(이어서) 도착한 임시 선별 검사소는 매우 붐볐다. 아무래도 최근에는 여러 가지 사유로 - 나처럼 병원 방문이라던지, 개인 일정에 따른 필요 등 - PCR 음성 결과가 필요한 사람들이 늘어나서인지 어린아이들부터 노인들까지, 한눈에 봐도 한참을 서서 기다려야 할 판이었다.
나는 어차피 지금 무리(?)를 해서라도 몸을 부지런히 움직이고 자극을 주어야 출산이 자연적으로 진행될 수 있는 상황이었다. 서서 기다리며 종종걸음도 해 보고 이리저리 몸을 움직이며 조금이라도 몸을 더 움직였다. 그러면서도 좀 전에 시작된 통증이 계속 신경 쓰였다. 시간이 지날수록 조금 더 강도가 심해져서 코로나 검사를 마치고는 다시 한 시간을 걸어 집까지 갈 상황이 아니었다.
할 수 없이 택시를 불러서 타고 가려고, 서 있는 택시에 붙어있는 콜택시 업체로 전화를 했는데 (카카오 택시 등, 다른 호출 앱이 전혀 깔려있지 않았었다), 서로 위치를 잘 몰라 기사님과 실랑이를 하다가, 목소리만 높아지고 그냥 다른 택시 탄다고 전화를 끊어버렸다 - 사실 배가 아파서 차근차근 설명드릴 여유와 인내심이 없었다. 그렇게 어쩔 수 없이 좀 걸어야 하나 했는데, 길 건너편에 택시 승강장에 서 있던 택시가 보여서 다행히 집 앞까지 안전하게 올 수 있었다.
집에서 멀리 떨어져 있을 때는 심리적으로 불안하더니, 집 앞에 오니 또 마음에 안정이 좀 되었다. 통증은 그대로였지만, 이왕 먼가 신호가 온 거 더 촉진시켜보자!라는 마음에 또 15층 계단을 올라 집까지 겨우 도착했다. 그때부터는 배를 부여잡고 침대에 누워 진통 체크 어플을 확인하며 끙끙 거리며 시간을 보냈다.
나한테는 이미 9살, 7살 두 아이를 둔 여동생이 있는데, 괜히 남편에게 먼저 이야기하면 일하는 동안 신경 쓰일까 봐 우선 여동생과 연락을 시작했다.
'진통이 있기는 한데, 이게 진진통인지 가진통인지 모르겠어 ㅠㅠ... 아프긴 한데 참을만하기도 하고, 오늘 선생님이 분명히 초산모는 아파서 정말 죽을 것 같을 때 천천히 출발하면 된다고, 괜히 일찍 병원에 오면 고생만 한다고 하셨는데... 아직 그 정도는 아닌 것 같고...ㅠㅠ'
그렇게 몇 시간을 누워있다가, 진통 간 쿨타임(진통 중간 쉬는 시간)에 우선 병원 분만실에 먼저 전화를 했다. 분만실 간호사 선생님분들이 마침 다 분만에 들어가셨다고 하고, 교육을 받으시는 듯한 다른 분이 전화를 대신 받으셨다. 증상을 말씀드리니, 본인도 머라고 대답을 해 주기 어려우신 듯 연락처를 남겨주시면 다시 연락을 주신다고 하셨다. 그렇게 분만실과 통화를 먼저 하고, 상황에 따라 남편에게 전화하려고 했는데 결국 그날 분만실에서 콜백은 오지 않았다.
월요일은 원래 남편의 퇴근시간이 좀 늦는 편인데 (거의 밤 10시가 넘어서 퇴근), 나는 우선 남편에게 톡으로 상황을 전달해 놓고 오늘 좀 일찍 퇴근해 달라고 말했다. 그리고 곧 다시 전화해서 지금 병원에 가봐야 할 것 같은데 집으로 출발해 달라고 했다. 나중에 알고 보니, 내가 진통이 잠시 멈췄을 때 전화를 걸어서 목소리가 좀 차분했다고 느껴졌는지 남편은 여유롭게 하던 일을 마무리하고 있었다고 했다. 그날, 분만실에서 우리 복복이 울음소리를 들을지는 꿈에도 상상하지 못한 채!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