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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 로지 Aug 25. 2024

다시, 아프리카 대륙을 밟다.

우간다의 이웃 나라, 케냐에 오다.

작년 12월이었으니, 벌써 8달도 넘은 일이다. 회사에서 주요 기금을 출연하는 재단에서 견학 및 홍보활동을 진행할 홍보대사를 모집하고 있었고, 견학지가 아프리카가 될 확률이 높다는 얘기에 아주 살짝 망설인 끝에 지원하였다. 사실 소식을 듣자마자 '오, 13년 전에 아프리카가 나를 다시 부르는가?' 싶을 정도로 강한 끌림(?)이 왔는데, 그래도 살짝 망설인 이유는 아직 세 살이 안 된 딸내미를 놓고, 열흘정도의 시간을 떠나 있어야 한다는 사실이었다.


'여보, 나 아프리카 견학 프로그램 지원해도 돼?'

'내가 안된다고 해도 지원할 거잖아?'

'에이, 그래도 아직 안 했어. 여보랑 얘기하고 최종 지원해야지^^'


항상 넉넉한 시간을 두고, 마지막 시간에 바쁘게 처리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나 자신아? 연말 마감기한에 부랴부랴 맞춰 라인 매니저의 승인 및 추천도 받고, 내 지원서도 잘 마무리하여 제출하고 나서 결과를 기다렸다. 바쁜 일상에 잠시 잊고 있을 무렵, 기쁘게도 합격 소식이 전해졌고 그렇게 지금 나이로비에 도착하였다.


단순히 견학이라고 하면, 덜렁 몸만 가면 될 것 같지만 이 회사는 절대 공짜로 그런 기회를 안 준다! 가기 전에도 열심히 같이 견학하는 팀원들과 만나서 무엇을 볼지, 다녀와서 가장 중요한 홍보 활동과 행사는 어떻게 할 것인지 짬짬이 만나서 논의하고, 견학 후 굵직한 일정들이 많이 계획되어 있다. 즐겁지만 어렵기도 하고, 살짝 부담도 되는 부분이지만, 같이 견학을 떠나는 팀을 잘 만나 즐겁게 계획하고 일정들을 소화한다.


아프리카는 나에게 복잡한 심경을 주는 곳이다. 20대 초반, 졸업 후 첫 회사 생활을 우간다에서 시작했고, NGO현장 프로젝트 업무의 보조로 3년 계약을 했지만, 6개월 만에 다시 돌아올 정도로 힘들고 어려웠다. 그 당시 느꼈던 외로움, 좌절감, 무기력함 등이 이 지리적인 공간과 함께 엮여 있어 나에게 아프리카 출장은 마냥 설렐 수만 없었다. 어쩌면 조금은 회피하고 싶은 20대의 나에게 돌아가는 기분이랄까. 그래도 여전히 좋은 기억과 추억들도 함께 있고, 무엇보다 그 쫀득했던 젊은 날에 내가 넓혔던 세계는 두근거림을 주기에 충분했다.


한국에서는 총 8명의 동료들과 함께 출장을 나섰다. 전 세계적으로 이번 케냐 프로그램에 참석자는 약 30명 정도 되는데, 많은 든든한 동료들과 같이 움직이니 든든하고 움츠러들지 않는다. 두바이를 거쳐 (경유지 6시간 이후 다시 5시간 정도의 비행은 쉽지 않았다...ㅠㅠ) 나이로비 공항까지 총 여정은 약 30시간. 몸은 많이 피곤하지만, 모두들 숙소까지 무사히 도착 후 여독을 잠시 풀고 즐거운 저녁식사와 간단한 맥주/티타임을 함께 하였다.


이케아 재단은 많은 파트너사와 함께 일한다. 그중에는 우리에게 익숙한 국경 없는 이사회나 유엔난민기구도 있고, 주로 아프리카에서 활동하는 조직들도 있다. 모두 재단과 장기적인 관계를 맺으며 지원받고, 의미 있는 기여를 한다.


월요일부터 빡빡한 일정으로 파트너사와의 만남, 현장 견학 및 커뮤니케이션 준비 과정들이 기다리고 있다. 항상 모든 일에는 이유가 있고, 내가 여기 온 소명이 있을 텐데, 잘 찾고 느끼고 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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