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한 로지 Aug 26. 2024

나이로비 빈민가와 부촌 쇼핑몰

도시슬럼가 키베라 그리고 빌리지 마켓 쇼핑몰

오늘의 한 줄 평은 온탕과 냉탕을 단시간에 임팩트 있게 오가서 머리가 어지러웠다고나 할까. 


오늘은 정규 일정 시작 전, 하루 여유가 있는 날이다. 한국으로 돌아가 진행할 행사 때 쓰일 간식(커피, 티)과 개인적인 쇼핑을 위해 시간을 쓸 예정이었는데, 어제 갑자기 이곳에 있는 동아프리카 최대 도시 슬럼가인 키베라에 방문해 보는 건 어떨지 의견이 나왔다. 우리 모두 여기에 온 목적을 상기해 보건대, 가능하다면 아프리카의 민낯이라고도 할 수 있는 도시 슬럼을 보고 간다면 의미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물론, 안전/치안의 문제와 실제 방문이 줄 수 있는 현지로부터의 부정적인 시선(우리를 구경 왔나...?)을 걱정한 것도 사실이지만, 다행히 걱정과 우려들을 좀 해소하고 갈 수 있었다. 


우선 키베라에서는 차에서 내리지 않고, 빈민가를 천천히 통과하는 형태로 보는 것으로 하였다. 우선 현지인의 코디네이션이 없으면, 외지인이 키베라를 걸어서 본 다는 것은 아예 가능한 옵션이 아니었기 때문에 현지 운전기사님이 주시는 설명 및 차 안에서 동네를 찬찬히 둘러보았다. 나는 사실 우간다에서 이미 비슷한 광경을 많이 보았기 때문에 충격적이거나 놀라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여전히 현장이 주는 불편함과 안타까움, 무력감과 슬픔은 차 안에서 멀미를 일으키기에 충분했다. 특히 아이가 있기 때문에 유독 아이들이 눈에 많이 밟혔다. 어른들이 먹고사느라 차마 돌볼 수 없는 아이들, 그 아이들은 이미 자기들끼리 거리에서, 도로 근처에서 혹은 열악한 운동장으로 보이는 곳에서 한없이 밝은 얼굴로 시간을 보내는 법을 잘 알고 있었다. 해맑게 인사하는 아이들, 그리고 그들과 대비되는 충혈된 눈에 피곤해 보이는 어른들의 얼굴이 오래 기억에 남을 것 같다. (브런치 다른 글에 자세히 내용을 정리해 주셔서 공유합니다: 아프리카 최대 ‘도시 슬럼’ 키베라(KIBERA)… 무 (brunch.co.kr) )

그래도 두 아이는 엄마 등에 업혀 있으니 다행이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모두의 마음이 먹먹하고 답답해서 차 안에는 무거운 공기가 흐를 때, 우리는 선물을 사기 위해 들리기로 한 빌리지 마켓에 도착했다. 나이로비는 동아시아의 중심역할을 수행하고 있기 때문에 많은 국제기구와 주요 기관들이 많이 있다고 알고 있다. 이 쇼핑몰을 유엔 본부 근처에 있었고, 이 근처는 많은 대사관과 기구들이 있어 일종의 부촌을 형성하고 있었다. 쇼핑몰 주차장에 들어가기 위해 모든 차는 검문을 받아야 했고, 총을 든 경비가 입구를 지키고 있다. 


쇼핑몰은 아주 훌륭하게 꾸며져 있었고, 한국에서 먹고, 쇼핑하는 것과 별반 다르지 않은 물가 수준이었다 (한국식 닭 볶음과 밥을 먹었는데, 약 13,000원이었다!). 아주 잘 정돈된(어색할 정도로) 쇼핑몰과 여유 있어 보이는 사람들을 보니, 방금 보고 온 키베라와 겹쳐서 머리가 어질 했다. 하지만 우리도 이런 환경에 적응된 사람이 아니던가? 곧 어느 누구보다 쇼핑몰을 즐기고, 많은 살거리, 구경거리에 정신없는 시간을 보내고 왔다.

나이로비에서 굉장히 핫 했던 쇼핑몰, Viliage Market

숙소에 돌아와 저녁을 간단히 먹고, 밤에 혼자 방에 있으니 이제 그 복잡했던 마음들이 불쑥 올라온다. 아마도 이런 마음과 질문들을 조금 소화하고 갈 수 있는 시간들이 곧 오지 않을까 생각한다. 

작가의 이전글 다시, 아프리카 대륙을 밟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