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유독 다른 사람의 커리어 패스에 관심이 많다.
어떤 사람을 만나도, 물어볼 기회가 생기면 항상 ' 그래서, 지금 하는 일을 어떻게 하게 되신 거예요?'라고 물어보게 된다. 그리고 보통 모든 이야기는 아주 흥미롭다.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물어보고 들으면서, 나의 이야기에 대해서도 정리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다. 나 역시 다이내믹하고 내 나름 흥미로운 커리어를 밟아오지 않았나!
이야기를 생각하다 보니, 학창 시절까지 거슬러 올라가게 되었다.
나는 아주 평범하게 자라고 지내왔다. 나이가 들어가면서, '평범하다'라는 것이 얼마나 큰 축복인지 알게 되었지만, 지금 보다 좀 더 젊은 날의 나는, 기구한 이야기 하나 들려줄 것 없이 지극히 평범했던 내 삶이 조금은 재미없다고 생각했다.
대학교까지는 내가 크게 선택하지 않아도 되는, 주어진 길을 잘 걸으면 되는 삶이었다. 초, 중, 고등학교는 큰 꿈도, 욕심도 내지 않고 집 근처 가장 가까운 곳으로 다녔다.
고3 때 처음으로 제법 선택 다운 선택을 해 보았는데, 바로 대학을 고르는 일이었다. 수능이 끝나기 전까지 나는 별다른 고민이 없었다. 우연히 사관학교를 꿈꾸는 친구와 같은 반에서 공부를 하게 되었고, 그 친구는 간호사관학교를, 나는 해군사관학교를 목표로 선택하고 꿈꿨다. 체육과목으로는 초등학교 때부터 상위권이었던 나는 틈틈이 야자시간 중간중간 운동장도 뛰며 체력장을 준비하고, 학교 근처 헬스장에서 근력운동도 병행했다.
정말 운 좋게 1차 시험이 통과하고, 체력장, 면접까지 끝났을 때, 이미 나는 학교 정문 앞 책방 아저씨까지 사관학교 예비 입학생으로 알고 있을 정도가 되었다. 3:1의 비교적 해 볼만한 경쟁률을 남겨 놨던 마지막 관문이었지만, 결국 수능성적이 부족해서 사관생도는 되지 못하였다. (그 이후 그 책방 아저씨는 괜히 민망하여 한동안 피해 다녔다)
그때부터 본격적으로 답 없는, 그리고 무수한 선택지 사이에서 본격 ‘입시 선택’을 해야 하는 순간이 찾아왔다.
당시 수능 및 입시에 관해 많은 정보가 없었던 나는, 입시학원에서 해 주는 무료 상담도 받으러 가 보았다. 하지만 내가 받았던 인상은, 가장 비관적인 시나리오를 들려주어 재수반 등록을 부추기는 것 같았다. 거기서 받았던 상담 내용은 뒤로 하고, 나는 온전히 내가 스스로 결정하자고 마음먹었다.
가장 큰 고민은 단연코
'서울로 갈 것 인가 말 것인가...'
서울이라고 하면, 어렸을 때 아빠 친구분들 가족과 놀러 간 63 빌딩이 전부였다. 서울은 항상 크리스마스 때, 명동 거리에서 비춰주는 연말 분위기 영상을 통해 보던 곳이었다.
'내가 서울에 있는 대학교에 다닌다? 서울생활을 시작한다?'
가지고 있는 정보는 너무나 제한적이었고, 목표로 하고 있던 학교나 학과가 없었던 상황에서 쉽게 지원 결정을 내리기 어려웠다.
그때, 중학교 때 친구 한 명이 연락이 왔다. 본인이 서울에 있는 친척집에 방문을 할 껀데, 본인도 나와 같은 고민을 하고 있으니, 같이 서울구경을(?) 해 보는 건 어떠냐고. 나는 전화를 끊고, 곧바로 당일 왕복 서울 기차표를 구매하고 집을 나섰다.
지금 생각해 보면, 우리의 서울구경 동선은 매우 비효율적이었다. 서울의 지리와 교통수단을 잘 모르는 상황에서, 우리는 '많이 들어 본 곳, 한 번쯤 가 보고 싶은 곳'을 서울역 지하철 노선도를 보면서 찍었고, 서울역에서 출발해 남산에도 올라갔다, 코엑스도 갔다 다시 경복궁도 구경갔다.
서울을 간 목적은 딱 하나였다. '가슴이 두근거리는지, 서울이라는 땅을 밟았을 때, 어떤 마음이 드는지.' 느껴보는 것. 막연히 상상하거나 생각하지 말고, 진짜로 느껴보는 것이었다. 복잡한 코엑스에서 사람에도 치여 보고, 경복궁 앞에서 여느 관광객처럼 사진도 찍어 보고, 남산에 올라 전망도 보았다.
그리고 내려오는 저녁 기차 안에서, 둘을 결정했다. 그래, 올라가 보자.
그렇게 나는, 인생의 중요한 첫 결정을 마쳤다.
나의 20대를 어디서 시작하고 펼쳐 나갈 것 인가.
그래, 지금은 서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