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감과 삘에 의지한 전공선택

by 한 로지

'학과 결정'


정말 나는 관심과 정보가 너무나도 없었다. 뒤돌아 보니, 대학교 전공이라는 것이 절대적이지 않지만, 앞으로의 방향성에 중요한 결정 중에 하나인데, 나는 지원하기 직전까지 대학교 전공이라는 것이 도대체 어떤 의미 인지도 사실 잘 이해하지 못했다.


전공학과는 어떻게 결정해야 할까? 나는 개인의 선호와 기호가 강하지 않은 '무난한' 성격이다. 물론, 지금에야 사회생활하며 자연스럽게 어느 정도의 패턴이 생기면서 좀 더 개인의 성향이나 선호도가 많이 생겼지만, 그 당시 나는 정말 고쳐줘야 할 정도로 '결정장애'가 있었던 것 같다.


우선, 학교는 서울로 가기로 결정했다.

서울에 있는 아무 대학교나 턱 하니 갈 수 있는 점수면 좋으련만, 서울에서도 적당한 수준의 학교와 학과를 잘 골라 넣어야지 간신히 갈 수 있는 어려운 수능 점수였다.


학교는 그렇다 쳐도, 지원할 학과도 골라야 하는데, (학교 X 학과)의 경우의 수는 정말 상상 이상이었다. 둘 중 어느 하나라도 고정값이 있어야 경우의 수가 좀 줄어 들 텐데, 둘 다 고정값이 없으니 정말 머리가 아플 지경이었다.


나는 학과를 먼저 선택하기로 하였다. 우선 갈 수 있는 가장 좋은 대학교 안에서 가장 커트라인이 낮은 학과를 (그게 어떤 전공이 든 간에 관계없이)가 보자 라는 전략도 생각하였으나, 내가 전공하게 될 전공을 랜덤으로 두고 진학 결정을 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했다.


그 당시 나는 좋아하는 것들을 먼저 생각했다. 나는 영어를 좋아했다. 그리고 외국을 좋아하고, 외국 사람을 좋아했다. 다른 친구들은 입시학원을 다닐 고3 때, 나는 영어회화학원을 다니고 외국인 선생님과 수업을 하면서 입시 스트레스를 풀(?) 정도였다.


그리고 독일에 계셨던 큰 이모네 가족 덕분에, 중학교 2학년 겨울 방학 약 1달 동안 동갑이었던 사촌이 다녔던 중학교에 같이 다닐 수 있었다 - 외국은 우리나라와 달리 겨울방학이 짧기 때문에, 내가 방학이던 그 시기, 독일은 이미 학기 중이었다. 그 당시는 어렵고 힘든 시간도 있었지만, 분명히 그때 느꼈었던 무언가 때문에 나는 항상 어느 순간 다시 외국에서 생활하는 꿈을 꾸고 있었다.


'그래, 결심했어... 나는 '국제'가 들어가는 학과에 갈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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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무역, 국제통상, 국제학부, 국제관계...


나는 국제관계학과가 정확히 무슨 공부를 하는 곳 인지도 모르고, 막연히 영어를 쓸 수 있을 것 같다, 먼가 다른 나라들과 연관된 무언가를 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으로 최종 지원하게 되었다. 지금 생각해 보면, 나의 저 두 가지 이유는 사실 어떤 전공을 해도 다 할 수 있는 일이다. 근데 그때는 그런 전공이 아니면 하지 못한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


내가 지금 학부 전공을 다시 정할 수 있는 백지상태라면 어떨까? 물론 문과 졸업생이기 때문에 이미 어느 정도 정해진 큰 틀은 있지만...


나는 지금 다시 결정한다고 해도, 가장 먼저 내가 단어를 들었을 때, 마음이 뛰는 직관적인 학과를 결정했을 것 같다. 물론, 앞으로의 비전이나 미래에 좀 더 경쟁력 있는 커리어를 생각하겠지만, 사실 지금 시대는 분야를 초월해서 본인이 잘하는 부분으로 얼마든지 승부해 볼 수 있는 환경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더더욱 누군가 '좋다고 하더라' 보다는 본인이 'win' 할 수 있는 영역으로 들어가는 것이 맞다고 생각된다.


결론적으로, 나는 반은 맞고 반을 틀렸다. 영어를 쓰고, 외국과 관련된 뭔가를 하는 것은 좋았지만, 내가 관련 있는 분야는 외교나 국제정치 쪽이 아니라, 좀 더 International Business와 관련된 일이었다. 2학년부터 경영학과를 복수 전공하면서 아쉬운 부분을 채워 나갔지만, 결국 나는 학과 수업과 전공에 대한 깊이 있는 공부는 하지 못하고 졸업하게 되었다.


그러면서, 대학생 때, 앞으로 커리어 방향에 대해 많은 고민들을 하게 되었다. 어쩌면 두 학과 모두 큰 이야기를 다루는 전공이라 유리한 점도 있었지만, 졸업 후 직업이나 진로에 대해서 조금도 좁혀 주지 못했기 때문에, 전공과는 별개로, 나는 나 대로 다시 한번 좋아하고 하고 싶은 영역을 탐색해야 하는 숙제가 생긴 것이다.




덧,


얼마 전, 나는 비슷한 결정을 다시 한번 하게 되었다.

바로 대학원 진학 및 전공에 대한 결정이었다. 지금 돌이켜 생각해 보니, 고3 때 했던 고민과 비슷한 고민들을 했던 것 같다. 지금 달라진 점이 있다면, 백지상태가 아니라 어느 정도 스케치를 마친 원판이 있다는 것. 스케치를 마쳐서 다시 다른 백지에 드로잉부터 시작하는 것이 아니라, 컬러링을 시작할 색깔과, 재료를 고민하며 결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어떻게 칠해질지는, 두고 볼 일이지만, 이번엔 완성작에 대한 그림을 머리에 넣고 시작할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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