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있었던 작은 에피소드들...
아무래도 태어나서 처음(그리고 유일하게) ) 차가 있던 때라, 차와 관련된 기억이 많이 남아있다.
미국에서는 꼭 운전을 해야 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출국하기 전 급하게 운전면허증을 땄다. 실제로 아빠와 몇 번 주행, 주차 연습을 해 본 게 다 였는데, 무슨 배짱으로 미국에 온 지 얼마 되지 않아 렌터카 회사로 차를 빌리러 갔는지 모르겠다.
그 당시, 그냥 모든 게 답답했다. 자유로웠던 한국에서의 생활과는 달리, 모든 것들이 낯설고 어색했던 미국 생활. 나는 말도 서툴고, 세상 물정도 모르는 아주 어린아이로 돌아간 느낌이었다. 그러다가 무작정, 운전을 하고 싶었다. 나는 생각이 들면, 실행에 옮기는 속도가 아주 빠르다. 바로 집과 가장 가까운 렌터카 업체를 찾아서 (다시 집에 올 때는 걷거나 버스를 타고 와야 했으므로...) 저렴한 차를 하루 빌렸다.
그 당시 내가 얼마나 초 보였느냐 하면, 막상 업체에서 차 키와 차 위치를 알려주고 잘 다녀오라고 하는데, 시동 거는 법이 기억이 안 났다. 또, 시동까지는 걸었는데, 어느 페달이 엑셀이고 브레이크였는지 너무나 헷갈리는데 차가 앞으로 튀어 나갈 까 봐 밟아 보지도 못했다.
그러던 내가, 차를 타고 동네 산책도 아니고, 무려 2시간 거리에 있는 워싱턴 D.C. 까지 다녀오기로 마음먹었다. 그것도 혼. 자.
혼자 가기로 한 건, 나름 다 이유가 있었다. 나도 불안한 운전인데, 옆에 누군가를 태우는 것은 안될 말이었다. 이 머나먼 타국에서 나도 큰일(?) 나면 안 되지만, 남에게 피해를 끼치는 것은 더더욱 안될 일이었기에, 나는 홀로 탐험하기로 결심했다. 그 당시는 아직 스마트폰이 세상에 나오기 전이었다. 렌터카에 내비게이션도 없었고, 결국 나는 정말 표지판을 온전히 의지해서 워싱턴 디씨까지 운전해야 했다.
다행히 미국의 고속도로는 단순해서, 나는 보통 컴퓨터에서 구글맵을 켜서, 경로를 확인한 후, '94번 도로 -> 395번 도로' 이렇게 도로 이름과 나가야 하는 거리 이름을 종이에 적어 앞에 붙여 놓고 운전을 시작했다. 지금 스마트 폰과 핸드폰 내비게이션이 있는 시대에는 생각도 할 수 없는 장면이다.
결론적으로 다행이었던 건, 정말 큰 사고 없이 왕복 워싱턴 D.C까지 다녀올 수 있었다. 하지만 나는 워싱턴에서 단 한 번도 내릴 수 없었다. 그 이유는... 주차를 못 했기 때문이었다. 워싱턴 디씨는 슬슬 운전할 수 있었던 리치먼드 시내 운전과는 차원이 달랐다. 우선, 로터리가 너무 많았다!
나중에 알고 보니, 이 수많은 로터리가 존재하는 워싱턴 D.C의 시내 도로는 악명이 높았다. 특히, 운전에 익숙하지 않은 초보 운전자나, 이 지역에 처음 오는 사람들은 혼란에 빠지고 만다. 여기에 더해 수많은 일방통행, 복잡한 관광지는 거의 나를 패닉으로 몰고 갔다. 차 한번 제대로 세우지 못하고, 한번 로터리에 들어가면 나가지도 못하고 어물쩡거리는 엄청난 민폐를 끼치며, 혼비백산한 상태로 D.C. 에서 빠져나왔다. 이후 모든 기력이 다 빠져버린 나는, 고속도로 중간에 있는 졸음쉼터에서 휴식과 쪽잠을 청한 후에 리치먼드에 도착할 수 있었다.
그 후, 꼭 다시 한번 가보지 했던 워싱턴 D.C. 는 운전이 익숙해지고 난 후에도 결국 다시 가 보지 못한 채 한국으로 돌아왔다. 나의 20대를 돌이켜 보면, 여기저기 족적을 남기고 다니는데 급급했던 것 같다. 찬찬히 깊이 있게 보는 것보다는, 많이 다양하게 보고, 가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 그러한 생각으로, 미국에서 돌아오기 전에는 무려 기차를 타고 미국 일주(?)를 하게 된다.
하지만, 지금은 조금 덜 가고, 조금 덜 보더라도 하나를 보더라도 더 찬찬히, 자세히 들여다보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그때만큼 용기도 기력도 부족하지만 ㅎㅎ 조금 더 느려도 괜찮다는 마음의 안정감이 생겼달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