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출근길에 자동차 바퀴가 펑크 나다

미국에서 있었던 작은 에피소드들...

by 한 로지

새벽 출근길이었다. 그 날 같이 아침 근무였던 민주 언니를 조수석에 태우고 차로 약 15-20분 정도 걸리는 출근길을 운전하고 있었다. 리치먼드는 역사가 오래된 도시라, 도시 중심 도로에 많은 탑 들과 장식물들이 있다. 왜 그랬는지 모르겠으나, 나는 잘 돌아가면 되는 턱을 새벽에 빠른 속도록 타고 넘었다.

머뉴먼트 거리.PNG 구글에서 찾아본 당시 거리. 앞차처럼 잘 돌아가면 될 것을...

갑자기 뻥! 하는 소리와 함께 차 핸들이 돌아가기 시작했다. 그 당시 깜깜한 새벽에 엄청난 소리였고, 옆에 앉은 언니는 이게 도대체 무슨 소리라고 했고, 당황한 나는 계속 돌아가는 핸들을 부여잡으며 나도 잘 모르겠다고... 거짓말을 했다. 그 당시는 언니가 걱정할까 봐 그랬다고 했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당황에서 그랬던 것 같다.


나는 무리해서 조금 더 가려고 했다. 그 이유는, 이제 호텔까지 얼마 거리가 남지 않았고, 우리 둘 다 아침 출근 시간에 맞춰 출근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갑자기 뒤에서 경찰 사이렌 소리가 울리며, 우리 차를 잡았다.


나는 옆으로 차를 세우고, 건장한 경찰관 아저씨 두 분은 우리 보고 더 이상 갈 수 없다고 했다.


'선생님... 우리 출근까지 거리가 얼마 남지 않았는데 그냥 가면 안될까요ㅠㅠ?'


'안됩니다. 펑크 난 타이어로 운전하는 것은 불법이고, 이대로 운전하면 휠이 다 상해서 아예 휠을 교체해야 하는 상황까지 됩니다.'


'그럼 저희는 어떻게 해야 하나요 ㅠㅠ...'


'드렁크에 보조 타이어 있나요?'


다행히 10년도 훌쩍 넘은 내 오래된 포드 차 안 드렁크에는 얇은 보조 타이어가 있었다. 그렇지만, 바퀴를 교체하는 변변한 도구가 없어, 나는 경찰차에 있던 정비 도구로 타이어를 교체하게 되었다. 물론, 건장한 경찰 아저씨 둘이 새벽에 오들오들 떨고 있는 외국인 여자 두 명을 대신하여 타이어를 교체해 주셨다.


'오늘, 정비소에 가서 타이어 구멍을 때우든지, 바꾸던지 하세요. 이 보조 타이어로는 오래 못 갑니다.'


'네, 정말 정말 감사합니다! 땡큐 베리 감사!!'


조수석에 탔던 민주 언니는, 마침 또 뒤따라 출근 중이던 다른 언니 오빠가 탄 차를 타고 출근을 마무리하고, 내 사정을 이야기하고 조금 늦을 것이라는 소식을 전해 주었다. 나중에 들었지만, 뒤에 출근 중이던 윤진 언니와 성록 오빠는 새벽부터 경찰차 사이렌을 올리고, 앞 차를 세우던 모습을 보고 누가 새벽에 마약이라도 해서 걸렸나, 하고 생각했단다. 그러면서 어떤 차 인지 좀 보자 하고 창문을 내려서 봤는데, 내 차 여서 다급하게 앞에 차를 세웠다고...ㅎㅎㅎ


나는 아침부터 당황스럽고 벌렁거리는 마음에, 누구에게라도 상황을 말하고 싶었고, 지구 건너편에 있던 아빠에게 정말 오랜만에 (처음이었던가...) 전화하여 상기된 상태로 이야기하고 있었다. 그래도 잘 해결되고 나서 무용담 이야기하듯 얘기했기 망정이지, 사고 중간에 전화했으면, 아빠는 지구 반대편에서 얼마나 걱정하고 심난하셨을 까. 그래도 이래나 저래나 아빠 걱정시켰던 큰 딸내미다.


이후에도, 차 계기판에 빨간 불이 들어온다던지, 차가 중간에 선다던지 하는 크고 작은 에피소드가 생겼다. 거의 중고차로 산 가격의 돈을 수리에 쓰고 나서 하도 기가 막혀서 그 당시 지인에게 '나는 꼭 자동차에 대해서 잘 아는 사람이랑 결혼할 거야!'라고 말하니, '으이그, 낡은 중고차를 안 타게 하는 사람이랑 결혼하면 될 거 아니야!'라고 했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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