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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리나 Nov 01. 2021

텍스트북 같은 남자, 버터 같은 여자

블랙프라이데이를 맞이한 와인 페어 행사가 막바지를 향해 치닫고 있다.

나는 하루에도 수십 개씩 텍스트북과 브레드앤버터를 판매하고 있다.

급기야 삼일만에 물량이 소진되어 품절되고 말았다.

다른 건 몰라도 이것만은 내가 제일 잘 팔 수 있다고 자신한다.

그렇다고 특별한 비밀은 아니다.

이름에 벌써 다 나와있지 않은가?

‘텍스트북’은 말그대로 교과서요,  ‘브레드앤버터’는 누구나 좋아하는 빵과 버터가 아닌가?

 

나파밸리의 정석을 담은 교과서 같은 텍스트북(textbook).

일일이 손으로 수확하는 정성과 캘리포니아 오가닉 서티피케이트 (California organic certificated).

토스트 바닐라향과 오크의 짙은 풍미가 올라오는 브레드앤 버터(bread & butter)

아는 사람은 알아서 사고, 모르는 사람도 덩달아 산다.

 

오늘 문득 엉뚱한 생각이 든다.  

‘뭐 눈에는 뭐 만 보인다’ 더니 이것도 직업병인가?

남친은 ‘텍스트북’ 같은 사람이고, 나란 여자는 ‘브레드&버터’ 이다.

(남친이 브레드 피트 라면 더욱 좋았겠지만 ㅎㅎ)

 

언제나 교과서처럼 바른 말과 바른 태도를 보여주는 남자

언제나 미끌미끌한 버터처럼 고열량 고열정의 여자

 

교과서는 때로는 지루하다, 너무 뻔해서 웬만해서 자극을 주지 않는다.

버터는 때로는 느끼하지만, 조금만 넣어도 자극적인 풍미를 돋궈줄 수 있다.

(너무 자의적인 해석인점, 인정 ~~)

그렇지만 버터가 오일을 안만난 것이 천만다행으로 여겨진다.

오일을 만났다면 내가 녹아 없어졌을테니까

 

남친은 일 년 전부터 단백질 다이어트를 하면서 탄수화물을 일절 섭취하고 있지 않다.

어떻게 밥이나 빵을 하루도 아니고 일 년을 거를 수가 있는지 정말 혀가 내둘러진다.

(떡볶이를, 라면을 어떻게 안먹을 수가 있냐구?~~)

자기의 기준으로 삼은 이상, 철칙으로 지킨다.

 

회사도 한 군데에서 십 년도 넘게 버티고 있다.

(버티는 게 아니라 그냥 잘하고 있는 거지!!)

나는 올 해만 해도 직업을 벌써 3번째 바꾸는 중이다.

(버티는 게 아니라 그냥 버라이어티!!)

 

책을 읽으면 한 권을 정독을 하면서 프롤로그부터 놓치지 않는 남자.

책을 읽을때 중간의 아무 페이지나 골라 내멋대로 펼치며 읽는 여자.

(이렇게 하면 상상력에 도움이 된다고 자기 합리화^^)

 

내가 말을 할 때면 처음부터 끝까지 잘라먹지 않고 잘 들어주는 남자.

내가 말을 들을 때는 어김없이 중간에 브레이크를 걸고 돌발 질문을 한다.

(임기응변을 워준다면서 싫어하는 거 알면서도 자꾸만 그런다)

 

한 번에 한 가지 씩 해야 주의 집중할 수 있는 사냥형 수컷.

한 번에 여러가지를 처리해야 하는 멀티 사고의 융합형 암컷.

(머리회전력이 빠르다고 주장하지만 쓸데없이 공회전)

 

화성에서 온 남자와 금성에서 온 여자처럼 나열하자면 끝도 없다.

 

여기서 가끔씩 하게 되는 질문이 떠오른다.

과연, 남녀는 같은 성향이 어울릴까?

아니면 다른 성격이 잘 맞을까?

 

대부분의 연애 초기에는 서로의 공통점에 이끌린다.

그런 맥락에서 같은 성향이 어울릴 것 같지만, 나와 똑같은 사람이라면 정말 ‘버터+버터’ 처럼

메쓱거리는 상황이 연출되지 않을까.

나란 사람은 한 명으로도 충분히 족하지 않을까.

남녀가 상보적인 결합인 극과 극의 기운인 것처럼 다소 반대적인 성향의 사람이 나도 모르게

잘 어울리는 것 같다.

특히, 시간이 지날수록 더욱 그러하다.

다행히 남친이 교과서 적이라 나는 그 책을 Keep

할 수 밖에 없다.

트렌디한 북이라면 한 번 보고 말겠지만 교과서는 언제나 통하는 변하지 않는 진리가 담겨져 있기 때문이다.

Keep going.

언젠가 내가 길을 잃고 방황할 때 다시 한 번 길잡이가 되어줄 그런 텍스트북,

당신은 가지고 있나요?

없다고 좌절은 금물.


당신에게는 노트북이 있다.

한 줄 한 줄 자신만의 기준과 공식들을

공책에 꾸욱 눌러쓰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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