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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리나 Sep 07. 2021

'스토리' 란 어떤 목적으로 태어났을까

스토리에 숨겨진 진실

스토리 텔링의 힘은 과연 어떤 기능을 하고 있을까?

우리는 선천적으로 이야기를 듣기 좋아한다.

아이들도 엄마가 들려주는 동화책 이야기를 좋아하며

어른들도 드라마가 보여주는 이야기에 빠져든다.

그럼 방향을 바꿔 질문을 던져본다.

스토리는 왜 생겨났을까?

역사학자들은 문자가 생겨나기 이전 구술을 통해 중요한 정보를 후세에 전하기 위해 전래 동화같은 이야기를 만들어냈다고 설명한다.

수많은 지식적 정보들을 나열식으로 외우기란 어려운 법이다.

어렸을때 공부하던 암기법을 생각해보면 단어에 이야기를 붙여서 외우면 기억이 잘 나곤 했다.

바로 그러한 특성을 이용하여 무언가를 전하려고 하기 위해서 이야기를 만들어 퍼뜨린 것이다.

최초의 소설이라고 일컬어진 일리아스와 오딧세이아도 구전 소설을 호메로스가 집대성한 것이다.


스토리를 이런 사회적 기능 차원에서 분석해 본다면 시각이 달라지게 된다.

그 어떤 것도 진화적 관점에서는 필연적인 이유가 반드시 존재하게 된다.

생존에 도움이 되기 때문에 그러한 기능을 발달시키게 되었다는 점을 유추해볼 수 있는데

과연 무엇이 생존에 영향을 미쳐 그것을 진화시키게 했는가를 다시 생각해 본다.



현생 인류의 종인 호모 사피엔스가 네안데르탈인을 경쟁에서 물리치고 진화의 승리자가 된 것은 바로 '협력' 이었다.

부족의 공동생활을 통하여 협력하였기 때문에 생존에 유리했다는 것이 역사학자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집단적으로 생활하는 공동체에서 가장 필수적이며 중요한 기능을 하는 것이 바로 규칙이다.

개인과 집단 간의 그러한 공통 기준이 없다면 집단은 효과적으로 개인을 통제할 수 없게 되고 곧 붕괴된다.

여기서 규칙을 내재화하게 되는 것이 바로 언어이다.

언어는 직접적인 지시형으로 전달될 수도 있지만 간접적인 은유를 통하여 그 의미를 더욱 효과적으로 전달할 수도 있다.

사람은 강압적인 지시형의 규제에는 심리적으로 반발심과 저항을 갖게 된다.

반면, 은유적으로 완화하여 표현하는 방법, 예를 들어 이야기를 통하여 예시를 들어주게 되면 상대방의 방어막을 푸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으며

간접적으로 그 사람의 의식 속에 어떤 메시지를 심어주게 된다.



아기돼지 삼형제의 이야기는 늑대라는 야생의 동물로부터 공포심을 유발하고 공격을 조심하라는 의미를 아이들에게 심어줄 것이다.

현대의 마케팅에 스토리 텔링 기법이 많이 언급되는 이유도 직접적인 광고 선전이 아니라 간접적인 이야기로 풀어주게 되면 소비자들이 훨씬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게 된다는 점에서 많이 이용하게 된 것이다.

 

구전으로만 존재했던 이야기가 문자화 되면서 인간의 문명에 놀라운 변화가 시작되었다.

고대로부터 이어져 내려온 두서없고 산만한 온갖 신화와 우화가 하나로 엮어져  완벽한 인과관계가 있는 이야기 구조로 재구성되기 시작했다.

그중 하나가 유대인들에게 강력한 힘으로 작용하고 행동규범이 되어 타민족과 차별화하게 된 '성경'이라는 이야기였다.

유배당하여 땅이 없는 민족에게 하나의 통일된 정체성을 느끼게 해 준것은 다름아닌 영웅적인 서사시로 기록된 성경이었던 것이다.

 

대 사회의 이야기로 돌아가보자.

우리가 가장 흥미롭게 듣는 이야기는 어떤 이야기인가?

유튜브의 컨텐츠와 조회수를 보면 쉽게 답이 나온다.

바로 가십( gossip ) 이다.

작년 가장 많은 세금을 낸 유튜브 채널은 바로 '가로세로연구소' 이다.

지금도 사람들은 연예인과 정치인들의 이슈에 열을 올리며 흥분하고 그 내용을 퍼나른다.

그 이면의 심리에는 어떤 의미가 들어있을까?

 

언어가 기능하는 사회적 요소는 타인에 대한 정보 교환이다.

공동체가 사회로서 운영되기 위해서는 타인에 대한 정보를 통해 적절한 처벌과 강화가 이루어져야 한다.

공동체에 도움이 되지 않고 피해를 주는 구성원은 반드시 그에 응당한 결과를 받아야 사회가 통제되고 질서가 잡힌다.

그래서, 사람들은 타인을 끊임없이 감시하고 경계하며 이야기를 퍼뜨린다.

그것이 그들의 생존에 유리한 행동이 되기 떄문이다.

지금도 뇌 체계는 이러한 생존 욕구와 보상 체계에 따라 작동한다.

수렵채집 시대로부터 뇌가 조금도 진화하지 않았다는 것이 과학자들의 설명인데 4~5만년 동안이나 지속되었던 뇌가 최근 몇 십년의 정보사회 문명으로부터 즉각 변화하기란 어렵다는 것이다.

 

카페에서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흠칫 놀라곤 한다.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우리는 연예인들의 사생활과 권력을 가진 사람들의 부정과 부패에 가장 민감하게 반응한다.

여기에는 또다른 심리적인 동기가 있는데

'사촌이 땅을 사면 배가 아프다'는 속담에서 알 수 있듯이 우리는 남들의 성공을 시기한다.

진화심리학에서 인간은 두가지의 기본 욕망을 가지고 태어난다고 설명한다.

하나는 남들과 잘 어울리려는 욕구이고 또 하나는 남들보다 더 잘나가려는 욕구이다.

성공을 향한 인간의 보편적 갈망때문에 무의식적으로 남이 잘되는 것을 고통으로 느끼며 반면 자신보다 낮은 지위에 있는 사람에게는 보다 관대한 태도를 보이게 된다.


른 사람의 인기와 아름다운 외모와 능력에 관해서 보여주고 뇌를 스캔하면 통증을 자각하는 영역이 활성화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누군가가 불행에 처한 이야기를 읽히자 뇌의 보상중추가 활성화 되었다.

뇌과학은 우리가 지위 높은 사람들과 공감하기 어렵다고 말한다.

따라서 이러한 지위에 대한 집착은 갈등과 분노를 형성하고 자극적인 감정을 이끌 수 있는 스토리 텔링에 필수적인 극적요소가 된다.

사람들의 원시적 정서를 자극해서 관심을 사로잡고 공감을 이끌어낸다.


국 모든 영웅적인 서사는 주인공이 부당한 대우와 불행한 환경의 역경을 물리치고 모든 것을 가진 악당, 권력자로부터 승리를 쟁취해 나아가는 여정이라고 할 수 있다.

결국 승자 게임인 것이다. 헐리웃 블록버스터 영화가 그러하며 소설과 드라마에서 수도 없이 반복 재생되는 신분간의 권력이동이 그것이다. 감정에 맞닿아 있기 때문이다.

 

전히 언론은 자극적이며 부정적인 기사들을 흘려 쏟아내며 우리의 감정을 편향적으로 흐르도록 조정한다.

타인과 공감하기 보다는 타인의 비판을 통해 자신의 이기심을 충족하는 방향으로 유도한다.

뇌 신경적으로도 긍정적 자극보다는 부정적 감정에 더 민감하도록 설계되어 있다.

 

개인적으로 그러한 기사에 동요되지 않도록 아예 정치 기사나 연예 기사는 보지 않는다.

사람들과의 관계 또한 그들의 대화를 통해서 선별하는데

남의 이야기를 신나게 떠드는 사람은 되도록 만나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그들은 결국 나의 이야기도 뒤에서 자기 멋대로 퍼나를 것임에 틀림없기 때문이다.

연예 뒤통령으로 불리던 이진호가 눈믈을 흘리며 참회하고 방송 은퇴를 선언했다.

그렇게 뒷담화로 연예인을 무차별적으로 공격하던 그가 어떤 이유에서 그런 쇼를 벌이는 것일까.

결국 남을 공격했던 똑같은 화살이 자신을 향해 다가오는 것을 막을 수가 없기 때문 아니었을까.

제3자의 눈으로 보면 뻔한 결말인데 당사자들은 그렇게 느끼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남이 하면 불륜이요, 내가 하면 로맨스라고 하지 않던가.

남을 향해서는 삿대질을 하면서도 자신에 대해서는 관대한 관용을 베푼다.

이러한 상대성을 극복하고 자신을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는 것이 바로 '메타인지' 이다.

성공한 사람들은 오히려 무심할 정도로 남의 이야기에 관심이 없다.

타인을 시기심의 대상으로 생각하며 열등감에 사로잡히기 보다는 자기 자신과의 싸움에 몰두한다.

그들은 남의 이야기가 아닌 자신의 성공 스토리를 만들어 갈 뿐이다.

 

필자 또한 어느 순간부터 드라마나 영화 속 이야기가 시시하게 느껴졌다.

왜 남의 이야기에 흥분하고 울고 웃어야 하는지 허무했다.

정말 재미있는 것은 바로 나 자신의 드라마이다.

내가 각본을 쓰고 내가 출연하고 내가 감독을 하는데 어떻게 해피엔딩이 아닐 수 있곘는가.

물론 영화적 재미를 위하여 갈등과 반전은 필수이다.

롤러코스터 같은 삶의 업앤다운도 그저 해피엔딩으로 가기 위한 여정이라고 생각해보니 그 자체도 즐길 줄 아는 여유가 생겼다.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스토리,

바로 당신이 만들어내는 삶  그 자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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