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리나 Sep 01. 2021

코로나 시대의 폐업은 코앞에 닥친 현실이 되었다

4단계 지속이 불러온 귀결, 다음은 누구?

" 사람은 누구나 가면을 쓰고 산다 "


페르소나 라는 심리학 용어는 사회적 이상에 맞춘 자아의 또다른 모습이다.

실제의 자신과 페르소나의 격차가 심할수록 마음의

갈등이 심하게 된다. 그만큼 불안과 스트레스를 유발하기 때문이다.


흔히 연예인들이 방송상의 이미지와 실재가 달라 극심한 대인기피증과 우울증, 공황장애까지 일어나는 이유도 이와 다르지않다.


직업상 항상 노출되는 사람에게 타인의 시선은  자아를 억압하는 덫이 되고 스스로 만든 성벽에 스스로가 갇혀버린다.


​사회생활을 하는 사람도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극심한 경쟁구도의 구조 속에서 자신의 표정관리를 하는 것은 누구나에게 해당되는 일이다.


​겉으로 보면 항상 웃고 다니는 사람들이 많다.


나는 그들이 원래 성격이 유쾌하고 낙천적이라 그런 것인 줄 알았다. 그러나 가끔씩 업장 뒤에서 보이는 그들의 모습은 완전 다른 표정이었다.


상 시름을 다 겪는 듯한 인상 쓰는 모습으로 담배를 피우고 있었다.

속으로는 썩고 있는 것이다.


의외로 잘웃는 사람이 스트레스가 많다고 한다.

착한 여자 콤플렉스 처럼 항상 좋은 모습을 보여주어야 한다는 생각이 강박관념이 되어 좀처럼 억울한 일을 당해도 화내지 못한다.

자기 까페의 분위기가 달라졌다.

묘한 기류의 탁한 공기가 가득 차 있다.

다음주  근무 스케줄이 나오지 않는다.


불안하다. 뭔가 석연치 않다.

한달 전 보았던 기사가 떠올랐다.

회사 매각설이다.

설이 아니라 진행 중이 사건이다.


건물은 이미 매물로 나왔고 채권단은 언론에 자주 보도되었던 무시무시한 옵티머스 자산운영 이다.


​점장은 몇 일을 고심하더니 나와 다른 한명에게 한달 휴무를 이야기한다. 휴무라는 것은 이런 경우에 맞지않는 명백한 거짓말이다.  

솔직히 그냥 정리 통보를 에둘러 말하는것이다.


물론 알바에게까지 고용 유지의 법적 권리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얼굴보며 같은 매장에서 함께한 직원에게

한마디 회사 상황에 대한 설명과 양해 없이 보내는 것은 좀 도의적으로 문제가 있다고 생각된다.

게다가 이번에 정리된 사람이른바 사회적 약자이다.

한 명은 중년, 한 명은 중국인.

남게 된 인원들은 모두 남자.


인력이 남는다면 돌아가면서 휴무를 해야하는데

둘에게만 통보가 떨어졌다.


"점장님이 남자들만 좋아하잖아요"

당연하다는 듯 예상했다는 듯 받아들이는 다른 한 명.

차별을 많이 겪어온 터라 오히려 담담해 보였다.


​나는 편파적인 것, 불공정한 것을 참지 못한다.

연 대표님의 의지인지 한 번쯤은 이의 제기를 해야한다고 생각했다.  마디 말이라도 해야한다.


매장에 매일 얼굴을 보는 직원한테 그저 '아.아'

(아이스 아메리카노)라는  밖에 한 적이 없는 대표.


나는 타이밍을 보았다.

가를 뒤짚을 수 있다고 생각하지는 않았지만

적어도 내 입장에서 할 말을 삼키고 뒤에서 원망하고 싶지는 않았다.


표실로 올라가는 엘리베이터를 탔다.

한 번도 들어가지 않았던 곳이다.

근로계약서도 까페 매장에서 썼었다.

그런데 그곳에 도착하자 검은 글씨의 플랜카드가 보였다.

 " 이곳은() 마린의 유치권이 행사되는 곳이니 출입을  통제하며 위반시 법적 조치가 취해질 수 있습니다."


이제 모든 것이 분명하게 보였다.


쨌든 기죽지 않고 들어가 준비한 말을 차분하게 풀었다.

다소 감정이 격앙되었지만 그래도 냉정하게 할 말은 다했다.

대표는 적잖이 놀라며 제 능력이 여기까지 밖에 안되서

미안하다고 사과하였다.


그의 표정을 보니 당장 자기 목에 칼이 들어오는데 직원들까지 신경 쓸 입장은 아닌 듯 하였다.

나는 대표 옆에 같이 듣고 있었던 점장에게 보여주는 항의를 한 것으로  만족하였다.

편파적으로 직원들을 다루며 예의 가식적인 미소로 모든 것을 무마하려는 그 태도에 나는 더욱 화가 난 것이었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인상 좋아보이던 그 웃음도 이제는 이죽거림으로 밖에 보이지 않았다.


" 한달 쉬시면 뭐하실 거예요? "


그 말에 이른바 빡침을 느꼈다. 마치 포상휴가라도 보내는 듯한 말로 사람의 마음을 떠본다.


점장은 직원들의 마음을 전혀 못 느끼고 있다.

그렇게 커뮤니케이션을 강조하며 직원간 유대와 소통을 강조했던 그 사람은 치 회사의 상황은 나랑 별개라는 식으로 책임감 없이 모른 척 하며 대하고 있다.


떠나는 사람도 그렇지만 남겨진 사람도 마음이 편치는 않다.

히려 분위기 파악을 잘하는 그들은 언제나 상황 판단이 빠르다.


내가 뒷켠에서 듣고 있는 것을 모르고 남겨진 한 직원이 점장에게 말을 꺼낸다.


" 점장님, 저 병가 쓸 수 있을까요?"


어이가 없었다. 인건비 때문에 사람을 내보내는데 병가를 그것도 알바가 쓴다고?


본인이 그만 둘 거면 다른 사람이라도 다니게 해야지 자신의 자리는 보전하고 그 시간에 다른 곳을 알아보겠다는 심산이었다.


" 왜? 어디 아파? 당연히 쓸 수 있지 "


정직원도 쓰기를 눈치보는 병가를 쓸 수 있다니 역시 점장이 애정하는 직원은 이렇게나 당당하다.


회사 매각에 유치권 현수막이 붙은 이 시점에 더 남는 것이 절대 유리하지 않다는 판단에서 계산된 행동이었다.

제 앞가림은 똑똑히 잘하는 스무살 친구들이다.


나는 그들이 한 편으로는 이해가 간다.

마나 현실에 희망이 없었으면 이렇게까지 전투적으로 적응을 해야하는 것일까하는 생각이 든다.


사회의 고용 불안, 구조적인 일자리의 문제를 깊숙히 느끼게 되었다.


다음날, 이제는 주방의 반란이 일어났다.


역시 경험많고 연륜있는 주방 쪽에서도 눈치 빠르게 이번 상황을 주시하고 있었다.


어른들의 시각에서는 또 다른 것들이 보이는 것이다.


점장이 커버할 수 없는 부분이라 대표가 직접 일대일로 면담을 하였는데 설득에 실패했다.


바로 오늘부로 음식 안나갑니다.  단단히 뿔이 났다. 음식 오더 받지 말라고 홀 데스크에 알린다.


얼마전부터 대표는 음식 메뉴에 대해서 고심하며 밀키트를 주문하고는 만들어보라고 지시 했었다.


주방에 요리사가 있는데 밀키트라니 이건 어떤 사건이 터지기 전의 전조 증상 같은 것이었다.


지금 생각해보니 요리사 없이 그냥 카페 직원들이 쉽게 조리할 수 있는 밀키트로 운영하려는 계산이 아니었을까.


가장 임금이 쎈 주방부터 없애려는 의도가 있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주방 매니저들은 당장 식재료부터 없애기 시작했다.

내가 일한 흔적을 없앤다고 표현했다.

어차피 새롭게 운영되려면 치워야할 것이었다.


피자 도우가 다 꺼내졌다.

남겨진 도우 하나 없이 다 구워내겠다고 하며 박스에 담아 하나하나 포장해나갔다.


어느새 매장에 회장님이 내려와서 미팅하는 모습이 보였다.


눈이 온통 충혈되고 안색이 좋지 않았다.


나는 짠한 마음이 들어 커피 하나 공짜로 드신 적이 없는 회장님께 토마토 주스를 직접 가져다 드렸다.


잠깐 테이블에 메모한 것을 보니 법적 공방에 대한 자문을 하는 것으로 보였다.


수십 억을 투자하셨는데 지금 상황이 오죽 답답하실까하는 생각이 든다.


나는 조용히 피자 매니저님께 회장님 드린다고 하며 피자를 가져다 드렸다.

깜짝 놀라며 고맙다고 말씀하시니 내 마음이 흡족하였다.


오늘이 내가 카페에 일하는 마지막 날이다.


점장은 마지막을 마주하기 꺼렸는지 오늘 공교롭게 휴무를 했다.

나는 마지막이지만 그래도 유종의 미를 거두고자 내가 할 일은 다 하고 가려고 마음 먹었다.

설겆이 거리도 치우고 매장도 정리하고 분주한 내 모습을 보며 남자 직원이 역시 눈치 빠르게 그냥 제가 할 테니깐 조금이라도 일찍 가라며 토마토 주스를 나한테 내준다.

그 마음이 짠하게 느껴져서 고마웠다.


아까 회장님도 내가 토마토 주스를 드렸을  

이런 기분 이었을거라는 생각이 든다.


힘들어 보이는 안색을 살피며 사소한 것이라도 마음을 써주는 것이 고마운 거다.


주방 매니저님께 오늘 마지막이라고 인사드리며 나온다. 주방도 내일부터 안나올 거라고 하시며

피자 한 박스를 건네 주신다.

내가 먹고 싶다고 한  디아볼라 피자를 챙겨주신다.


그렇게 까페를 나왔다.


카페를 나와 요트가 보이는 언덕 벤치에 앉아 피자 박스를 뜯는다.

기왕이면 따뜻할 때 먹는 게 맛있으니깐.  디아볼라와 토마토 주스를 먹는다.


조금 있으면 해가 지는 시간이다. 요트를 타러 오는 손님들이 보인다.


언덕에 앉아서  노을지는 핑크빛 한강과 이국적인 요트 선착장을 아련한 눈으로 다시 조망한다

언제 또 올까 싶어 쉽사리 자리를 뜨지 못한다.


회장님 보트도 보이고  회사가 운영하는 요트도 보인다.


사진 하나 남기려는 생각으로 요트 선착장을 내려간다. 평소 카페에서 자주 보았던 선장을 발견하고는

손을 흔들었다.

역시 눈치가 통했는지 잠깐 타도 좋다고 한다.

가 카페에 온 게 바로 요트 때문이었는데 마지막 날에서야 요트를 타보게 되었다.

그것으로 까페와의 인연은 끝났다.


며칠 후  주차장은 법적 이해 관계자들의 차량으로

무단 점거가 되었다.

플랜카드 글귀는  더욱 거세어 졌고 대표는 고소장을 받았다.


작가의 이전글 전주의 시간은 거꾸로 흐른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