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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리나 Aug 01. 2021

까페에서 주문할 때 흔히 놓치는 것들

놀라운 오더 매뉴얼의 비밀

일주일을  미친 듯이 일을 하였다.

카페는 쉽지 않다. 아니 가만히 서있는 것도 쉽지 않은  나이 탓인지도 모른다.

어느 곳이나 그렇겠지만 사람들은 일시에 몰려들기 때문에 정신 못 차릴 만큼 바쁘게 돌아가고

조금 한가한 시간이라 넋놓고 있다보면 시간이 훌쩍 지나가고 다시 번잡한 식사때가 돌아온다.

하루에 점심, 저녁 두번 전쟁을 치르는 셈이다.

11시 출근하여 8시까지  꼬박 9시간을 앉아 있지 못하고 동동거리며 써빙하고 치우고 세팅하고 뛰어가서 주문받고 난리 블루스를 쳐야 한다.

에이프런을 벗는 그 순간이 마치 백기를 던지듯  휴전을 선포하는 순간이다.

그렇게 일주일이 지나고  꿀맛같은 오프의 시간을 맞이한다.

 

아침, 쉬는 날이라 여유롭게 침대에서 뒹굴며 미적 거린다. 사실 밤마다 나는 몇시간 간격으로 잠에서 면서 뒤치닥 거린다.

깊은 수면에 닿지 못한 것인지 꿈결이 선명하게 느껴지는 렘수면 단계만을 지나치곤 화들짝 깨어버린다.

시계를 확인해보면 불과 두어시간 밖에 자지 못한 것이다. 하는 수 없이 다시 잠이 찾아오도록 눈을 감아보지만 어느새 잠은 도망가 버린다.

이럴 마다 유튜브의 오디오북을 듣는다.

책을 읽기 위한 것이 아니라 잠을 청하기 위한 것이다.

고맙게도 많은 유튜버들이 책을 읽어주고 있다. 어느 책이든 출간된 책이라면 나는 그만한 가치를 입증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자신의 저작물을 세상에 내놓는 것은 쉽지 않은 꾸준함과 용기가 필요한 법이다.

출판사에서 선택을 받은 책들 뿐만 아니라 스스로 자비 출간을 한 독립 출판의 책들도 그만한 자신감의 발로이며 인내심의 결과이다.

글을 좀 써보려고 했던 사람들은 모두 알 것이다.

꾸준히 매일 일정한 시간에 글을 써낸다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이며

그렇게 써낸 글이 다음날 쓰레기처럼 느껴지지 않고 그럴 듯하게 느껴질 수 있는 순간이 얼마나 려운지.

 

오늘은 출근하는 까페가 아니라 글 쓰러가는 까페로 향한다.

그러고 보니 여기서 이력서를 작성했고 까페에 지원을 해서 여기까지 온 것이었지. 불과 2주일뿐인데 그동안 많은 것들이 변해버려서 오랜 시간이 지난 것처럼 느껴진다.


집앞의 까페에 도착하고 주문을 한다.

"세트 메뉴 주세요."

그런데 그렇게 집 드나들 듯 자주왔던 곳인데 오늘의 경험은 색다르다.

주문을 받는 직원의 태도와 질문이 예사롭지가 않다.

그 짧은 순간에 몇가지의 질문이 매뉴얼대로 척척 나온다. 하나도 틀림없이 정확하게 묻고 서비스하는 태도였다.

   "아메리카노 아이스로 드릴까요?

    뜨거운 걸로 드릴까요?"

(나는 아메리카노를 주문하고 머리속으로 당연히 따뜻한 것을 생각하는데 주문받는 사람은 아이스로 내놓는 경우가 허다하다.)

    "커피는  진한 맛과 고소한 맛 두가지가 있는 데

    무슨  맛으로 하시겠어요? "

(이런 소비자의 취향까지 섬세하게 고려하니 쓰다니 연하다니 탓할 수가 없다.)

  "머그잔에 드릴까요, 테이크아웃으로 드릴까요?"

(내가 제일 싫어하는 것이 뜨거운 커피를 종이컵에 먹는 것이다. 대부분의 카페들이 설겆이가 귀찮아서 매장에서도 일회용을 쓴다. 요즘은 코로나라고 아예 묻지 않는다)

"샐러드 드레싱은 어떤 걸로 하시겠어요?"

(드레싱도 직접 고를 수 있는 3가지가 준비되어 있었다.)

 "샐러드는 접시에 드릴까요? 아니면 포장용으로    드릴까요?"

(샐러드는 세트메뉴에 포함된 것으로 포장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었는데 어떻게 알았지?)

 " 결제해 드리겠습니다. 영수증은 드릴까요?"

(나는 영수증을 챙기는 편인데 요즘은 묻지도 않고 안뽑아 주는데가 많아 왠지 달라고도 말못한다)

 " 진동벨 울리면 픽업1번에서 찾아주세요."

(헷갈리지 않게 정확하게 장소를 안내해준다.)

 

이것이 베테랑의 오더 받는 방법이었다.

이곳은 국내 커피 브랜드 1위의 이디야 플래그십 매장이다.

가맹점이 아니고 본사에서 직접 채용하고 운영하는 매장이다 보니 직원들의 수준이 예사롭지가 않다. 물론 정직원들이며 세계 유수의 바리스타 대회에서 받은 트로피들도 장식되어 있다.

이디야 커피는 저가용 테이크 아웃 전문 저가 브랜드였는데 이제는 프리미엄 전략으로 고급화를 꾀하기 위해 이러한 실험적 매장을 이디야 랩으로 차별화하여 운영하고 있었다.


육중한 철문에서는 호텔에서나 봄직한 컨시어지 서비스로 문을 열어주고 있으며 이곳에서 커피 로스팅을 직접하고 연구하여 브랜드의 철학과 가치를 직접 보여주는 곳이다.


나는 자리로 떠날 수가 없었다. 조금 더 그들을 켜보고 싶은 마음이 들어 커피 내리는 모습을 옆에서 구경했다.

주문을 받는 사람과 커피를 내리는 사람, 트레이에 세팅하는 사람, 옆에는 설겆이 조 까지 구분되어 컨베이어 벨트처럼 척척 돌아가고 있었다.

나에게 주문을 받은 사람은 끝까지 제대로 서빙될 수 있도록 시선을 놓지 않고 내가 지켜 서있는 것을 보며 진동벨을 울리지 않고 직접 내 앞으로 커피를 내준다.


는 정말로 감동했다.

어제 점장님이 한 말이 있었다. 단체 손님이 몰리는 바람에 주문이 수십 개가 연달아 몰렸고 급기야 한 분이 서빙을 받지 못했다고 말하는 컴플레인이 있었던 것이다.

나는 제대로 주문을 받았고 그건 서빙하는 쪽에서 못된 것이라고 안일하게 생각하고 있었는데 그게 아니었다.

주문을 받은 사람은 그 사람을 기억하고 제대로 음료가 나갔는지 끝까지 책임있게 주시하여야 한다는 것이다.


내가 직접 해보지 않고는 모든 게 당연해 보이고 또 쉬어보이기 마련이다. 그러나 결코 그런 일이란 없다. 특히 서비스 쪽에서는 디테일의 차이가 경쟁력이다.

나는 커피를 자리로 가져다 놓고도 그들의 숙련된 솜씨를 보고자 다시 커피 바 테이블을 뒤에서 지켜보고자 서성거렸다.

앞에서는 잘 보이지 않았는데 뒤에서는 더욱 현란한 기술과 손놀림을 볼 수 있었다.


마치 오케스트라가 지휘에 따라 움직이듯 일정한 리듬과 박자로 모든 것이 조화롭게 어우러져 있었다.

특히 커피를 내리는 바리스타는 오른쪽에서 원두를 그라인더에 갈고 왼손으로는 물을 정수기에서 뽑으며 다시  포터 필터의 커피를 템퍼링하고 에스프레소 머신에 장착하고 샷을 추출한다.  이 과정이 무한 반복되지만 마치 춤을 추 듯 손 동작은 경쾌하고 리드미컬하다.

자신의 열과 성을 다하는 곳에서 일어나는 이러한 혼의 일심동체가 보는 나를 흐뭇하게 하고 벅차게 한다.

한쪽에서는 제일 막내인 듯한 스텝이 설겆이를 무한 반복하고 있다. 그리고 틈틈이 홀을 훑고 테이블을 각 맞춰 정리하며 돌고 있다.

이 곳 직원들은 물론 전부 바리스타로 채용된 친구들이다. 아마 모르긴 몰라도 다른 곳에서 벌써 경력을 몇 년 씩 채우고 들어왔는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설겆이와 홀 정리부터 트레이닝 하는 것이다.

마치 쉐프가 되기 위해 설겆이만 내리 몇 년을 트레이닝 하듯이 말이다.

 

나는 어떤 생각으로 바리스타가 되고자 했는가.

그저 멋있어 보인다는 생각이었던 것인가.

나는 이것이 바리스타 트레이닝을 넘어서 내 인생의 트레이닝이 될 것임을 자각한다.

나는 다시 새로운 인생을 산다는 생각으로

커피를 내릴 것이고 고객을 응대할 것이고 매장을 관리할 것이다.

사회에 봉사하기 위해서 일할 것이며 감사를 실천하기 위해서 일할 것이며

사람에 존중하기 위해서 일할 것이며 인생을 충실히 살기 위해서 일할 것이다.

그것이 나의 다짐이고 목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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