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심이자 이서, 배우 남지현의 항상성
백일의 낭군님 4번째 묶음. 9화, 10화, 그리고 11화.
'그들의 꿈같은 시간'이라 이름 붙여보았다.
얽힌 인연을 모르고 살 수 있는 선택권이 주어졌다면 그들은 아마 그 길로 들어섰을 것 같다.
이서가 진짜 홍심이고, 율이 진짜 원득이라면 어땠을까를 매번 그리던 그들이었으니 말이다.
언제나 두 인물의 사랑이 중심인 드라마를 보며
- 두 인물이 사랑에 빠지게 되는 순간에 대한 이입도 와
- 사랑에 빠진 그 모습
을 집중적으로 보고는 한다. <신사의 품격>에서 이수와 도진의 사랑에 몰입이 덜 되었던 것도 저 두 가지 항목 때문이었을 것이다. 이 <백일의 낭군님>에서도 두 인물이 사랑에 빠지는 모습을 중점적으로 보았다. '설득력'이라는 말은 사랑을 이성적으로만 판단하는 것 같아서 쓰기에 조금 망셜여지지만 문학작품으로서의 완성도를 보면 틀림없이 설득력이 몰입을 불러오는 매개이긴하다. 운명적 선결혼과 필연적 후연애. 이 작품의 큰 틀이자 두 인물의 운명적인 만남을 뒷받침해준다. 그럼 지금부터 그들의 꿈같은 시간을 읽어 보고 싶다.
웃마을에 다녀온 원득은 자신이 원득이 아님을 알고 돌아온다.
원득이가 아니라는 사실을 말해주는 것이 고비는 넘겼으니 내가 필요 없어졌다는건가?
그저 혼인한 척 흉내만 내면 되는 것인데 그 것도 모르고 내가 너에게 자꾸 합방을 하자 하니 부담스러워진건가.
말 독하게 하는 버릇은 어디 가지 않았다. 돈이 그렇게 좋으면 첩이 되지 그랬냐던 그 때 처럼 또 홍심을 아프게 하는 말을 한다. 그런 그에게 모든 것이 거짓이었다며 잘못했다 말하는 홍심. 기억을 찾을 때 까지 있어도 좋고 떠나도 좋다며 원하는대로 해주겠다는 홍심에게, 그럼 내 마음은 내 마음은 어떻게 할 것이냐, 하고 말하는 원득. 보는 사람 마음 아리게 한다, 이 둘이.
원득이라 부르지 말라며 집을 나간 원득이의 짚신이 방 앞에 있는 것을 보고 안심한 홍심.
아직 잘라지지 않은 저고리를 한 번, 어미 잃은 강아지 마냥 측은하게 널부러져 있는 원득을 한 번 본다.
이 사람을 이리 만든 것이 자신이라는 걸 알기에 더욱 슬프다.
이 장면에서 원득이 스르륵 눈을 감는 장면이나 다시 스르륵 뜨는 장면은 도배우 연기의 몰입을 보여준다.
<스윙키즈>의 강형철 감독의 인터뷰에서 보았는데 도경수는 눈을 잘 쓰는 배우이고, 그래서 그의 눈을 후반부에 활용하려 했는데 처음부터 눈을 썼다는 것이다. 가만 보니 눈을 쓴 것이 아니라 '그냥 가만히 있었던 것'이라고. 좋은 자원을 가졌다. 눈의 깜빡임으로 상당한 느낌을 자아낼 줄 아는 배우이다.
김차언 부녀. 서로 원하는 것을 이루기 위해 팽팽한 분위기 속에 자리를 지키고 있다. 이 부녀를 보면 사람의 명수가 많은 것 처럼 그들의 조합인 가족 또한 그 양상과 모습이 참 다양하다는 생각을 했다. 포근히 한 번 안아주지 않고 다정히 말 한 번 건네지 못하는 이런 가족도 있는 것이었다. 스스로 외로워지는 사람들이다.
원득을 위해 밥상을 차려 놓고, 떠나기 전에 원득의 빚을 갚아주러 일 하러 나간 홍심.
홍심도 없는 집에서 자신이 누군지도 모르는 자신을 마주한 원득. 처량하고 또 슬프다.
산에 올라 일을 하다가 자매같이 지내던 끝녀에게 안타까운 마음을 들키고 만다.
끝녀는 원득이가 기억을 찾아도 니 옆은 안 떠날 것 같다 말해준다. 그리고 홍심의 기분을 북돋워주려 기분이 울적할 때는 물놀이가 최고라며 홍심을 냇가에 밀어 넣는다.
그런 홍심을 바라보는 원득. 아마 서운하고 또 서운하지 않았을까 싶다. 나는 이렇게 슬픈데 물놀이하며 즐거워하는 그녀의 모습이라니.
<백일의 낭군님>의 대표 네 인물 두 여성, 홍심과 소혜.
두 인물을 나란히 놓고 볼 기회가 그간에는 크게 없었다.
전혀 소혜의 얼굴도 나오지 않는 이 상황에서도 묘하게 그녀가 생각났다. 보통의 사각 혹은 삼각의 관계에서는 서로가 만나고 갈등도 심화되지만 그녀들은 만나서 일으킨 갈등이 없었다. 표면적으로는 연적이지만 이면적으로는 연적이 아니었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아마도 <백일의 낭군님>이 흥행을 할 수 있었고 또 비슷한 로맨스 사극인 <구르미 그린 달빛>과 <해를 품은 달>과도 지나치게 겹치지 않았을 것이다. 구그달의 라온과는 여성캐릭터의 성격이 겹치고 해품달의 연우와는 어렸을 적의 인연이 겹쳤으니 우려 되는부분이었다.
그리고 원득과 홍심 외의 인물을 최대한 배제하고 진행이 되었기 때문에 많이 빗겨가는 부분이 있긴 했으나 두 여성을 조금 후에 함께 논해보겠다.
못내 서운하다. 그리고 그런 홍심이 또 예뻐보이는 자신에게 화가 자꾸만 나는 원득이었다.
집에서 기다리고 있다가
옷 꼬라지가 그 게 뭐지. 어디서 신나게 물놀이라도 하다 왔나봐? 웃고 있던데? 나의 심기는 이리도 불편하게 만들어 놓고 넌 웃고 있던데.
난 니가 아무렇지 않은 게 싫다.
평상에 앉아보라며 확인할 것이 있다는 원득. 이 때 마음이 불편한 홍심이가 슬쩍 더 멀리 물러난는 것이 디테일이었다.
어디까지가 진실이냐며 홍심을 다그치는 원득. 자신이 듣고 싶은 건 사과가 아니라 하며 말을 잇는다.
물레방앗간에서 밤을 보냈다는 것도 지어낸 것이냐 묻는다. 이 와중에, 질투 나서말이다.
홍심의 말을 듣고서는 "허면, 얘기는 듣고 한 번도 본 적은 없다?" 라며 확인을 한다. 잠깐의 시간을 가져보던중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 했던 것은 그녀에 대한 생각이었을 것이다.
진짜 원득이, 진짜 아니더군. 홍심은 자기는 얼굴 같은 거, 까지 이야기 하던 중
클로즈업 되는 원득의 얼굴. 빠져든다.
"어서 들어가 옷부터 갈아입어라, 고뿔 걸리겠다"는 원득.
이 혼인, 시작은 네가 했지만 끝은 내가 낼 것이다. 내가 끝을 내기 전까진, 너는 내여인이고 나는 네 낭군이다. 명심하거라.
함께 꽃구경을 하고 싶다고 했는데 그 약조를 거울로 갚는 제윤.
짐을 꾸리지 못해 이제 그만 가봐야겠다는 말을 나눈 장면이 드라마에서는 편집된 모양이다. 나 같은 사내를 좋아하는 것은 허무한 일이라며 말했던 것도 말이다. 이 부분은 극의 전개상 더욱 도움이 되었을 것 같은데 빠진 것이 상당히 안타깝다. 제윤의 마음도, 애월의 마음도 안타깝다.
이 적 (ㅋㅋㅋㅋ)
이 상(ㅋㅋㅋㅋ)
도경수 배우는 귀여운 이미지로 지나치게 소비되는 것을 선호하지 않는 것 같으나 내재된 귀여움이 상당하다. 그 귀여움은 유머러스함으로 이어진다.
이 구도가 참 예쁘다.
손으로 받치거나 벨 것 위로 떨어지게 할 수도 있었는데 어깨로 받친 것.
이 찰나의 순간에 이입이 된 것은 참 문학 작품이 가지는 힘인 것 같다.
연출의 힘이자 배우의 힘이기도 하고.
(으어어어어어!!!!)
홍심 곁에 남을 수 있을 지 아닐지를 결정해야 한다.
아전의 만류에도 포기하지 않고 등록을 보러 관아에 들어온 원득. 제윤에게 들키고 만다.
그리고 왕이 하사한 비단을 받아서 빚을 갚는다. 그리고 진상을 하러 한양 가는 구돌을 따라 나선다.
마지막일 것 같은 느낌에 짐을 꾸리며 무거운 마음에 애틋한 홍심이었다.
너무나 아름다운 장면이었다.
비, 비가 온다.
색감을 정말 잘 뽑은 드라마라는 생각이 든다.
소담함, 그리고 시골의 작은 마을이 아름다울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비에 젖는 게 싫다는 원득은 비를 피해 물레방앗간으로 들어온다.
분위기를 전환하려다 본 원득의 지친 얼굴에 힘들었냐고 묻는 홍심. 원득은 '너도 힘들었겠더구나'라며 그녀의 아픈 가족사 이야기를 꺼낸다.
아직까지는 자신의 지나온 인생에 감정을 담아 이야기를 하기에는 어려워 보이는 홍심이었다. 밝고 경쾌하게 살아오려던 홍심이지만 이렇게 가라 앉는 이야기는 꺼리는 홍심을 보면 분명히 상처를 안고 살아사는 인물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 작품의 주된 인물은 원득이자 율인 도경수 배우가 맡은 캐릭터이고 이서이자 홍심인 남지현 배우의 캐릭터는 그의 아픈 추억속의 소녀이다. 하지만 로맨스는 두 인물 간의 케미스트리, 즉 상호작용을 통해 나오는 것이기 때문에 어느 한 캐릭터에만 무게를 둘 수는 없다.
원득 역의 도경수 배우가 자꾸만 보게 만드는 힘으로 이 극에 위치한다면 홍심 역의 남지현 배우는 보고 있지 않아도 그 자리에서 한 결 한 결을 표현해내고 있었다. 남자주인공의 상대역이 아닌, 개인사를 가지고도 아픈 티 내지 않고 밝고 씩씩하게 살아가려는 홍심이란 인물을 그리고 있었다. 그저 장나라의 <명랑소녀성공기>같은 촌스러운 귀여움이나 , 본인의 캐릭터인 <쇼핑왕루이>의 고복실의 촌스러운 귀여움을 계속해서 복제해가고 있다는 생각을 가졌던 것 같다. 하지만 조금 더 유심히 들여다보면 각 인물을 표현하는 방식이 묘하게 다르다. 홍심은 복실처럼 마냥 해맑고 촌스럽지 않다. 정이 많고 긍정적인 인물이긴 하나 정갈함을 유지하며 자신이 할 수 있는 것의 범위를 정해놓고 착실히 그 것을 해나가는 인물이다. '양반으로 산 세월보다 양인으로 산 세월이 더 많다'라지만, 이서를 드러내지 않으려 하지만, 그녀의 모든 행동은 무관의 어린 딸이자 사람을 평등하고 소중하게 생각하는 윤이서를 곧게 유지하고 있었다. 그녀의 표현력이나 흡입력에 대한 칭찬은 아니다. 하지만 그녀의 '노력'은 시청자인 우리도 분명 읽어내야 하는 부분이다. 이 드라마를 통해 그녀의 항상성을 보게 되었다.
괜히 길만 헤매다 늦어졌다는 원득,
한양을 익숙해한다던 구돌의 말을 오버랩
내가 안 올 까봐 걱정을 많이 했나보구나. 한양도 나쁘지 않아 눌러살까 생각도 하였으나 이 곳에 반드시 돌아와야 할 이유가 있었다. 먹구에게 두 푼을 주기로 했는데, 아직 주지 못했지. 어찌나 마음이 불편한 지.
비가 그칠 때 까지만
말 없이
'오늘의 홍심'과 '그간의 홍심'을 안아주는 원득.
이유도 대사도 구구절절 늘어 놓지 않아서 좋았다. 담백하고 예쁜 애정을 드러내는 방식이었다.
홍심이 원득에게 폭 안겨 있는 듯도 하고, 원득이 홍심에게 기대어 있는 듯도 하고.
10화의 이 장면 pick은 키스신보다 이 장면을 꼽겠다. 말이 없어 더 그윽했던 물레방앗간장면.
목욕을 마치고 온 원득.
서로 먼저 목욕을 하라며 귀여운 실랑이를 벌이다가 홍심을 들여보낸 후 자신을 쫓던 살수와의 시간을 곱씹는다. 그 생각을 골똘히 하다 홍심이 나오자 "여인이 목욕하는데 왜이리 오래 걸릴까 하는 생각"을 했다고 말한다. 하지만 홍심은 알고 있다. 그 이유가 아니라 다른 무언가를 심각하게 생각하고 있었다는 것을 말이다.
목욕을 하러 들어간 원득은 홍심이 새로 지어준 옷을 발견한다.
사설
이 장면에서 홍심의 손바느질을 보는데 어서 미싱을 주문하고 싶다는 생각 가득이었다. ㅎ ㅎ
홍심아
너의 마음을 이해 못 하는 바는 아니다. 낭군인 내가 사흘 동안이나 집을 떠나있었으니, 많이 그리웠을테지. 보고 싶고, 만지고 싶고, 얘기를 나누고 싶고, 함께 있고 싶은 그 마음은 알겠으나, 여기서 잘 생각이 아니라면 그만 건너가는 것이 좋겠다.
원득을 안는다. "어허 불편하구나. 안아도 된다 허락한 적이 없는데."라 말하는 원득의 말끝이 흐리다. 그에게도 홍심 부가 가족으로 느껴지고, 고마운 것일 테다.
이해가 되지 않는구나. 본 적도 없는 나를 데려다 딸과 혼인을 시킨 것도, 신분도 과거도 알 수 없는 나를 이렇게 좋아하는 것도.
고맙구나. 많이 늦었지만. 허나, 고마운 김에 더 고마웠으면 좋겠다. 날 위해 해줘야 할 것이 있다.
홍심부에게 홍심과 함께 사는 삶에서 어울리는 것들을 가르쳐달라 하는 원득
가르쳐 달라 했다. 사내가 새끼 꼴 줄도 모르고, 장작도 팰 줄 모르고, 낫질도 할 줄 몰라서 되겠느냐. 하나하나 배워나갈 것이다.
이 것 저 것 전에 없이 배워가는 원득이를 이상하게 보는 홍심.
덕구와의 장면은 언제나 재미가 있다. 덕구에게 한 방, 제윤에게 한 방 씩 맞은 원득이다. 제 여인에게 수작을 부렸다는 이야기를 듣고 눈이 커지는 원득. 베어 온 꼴을 잔뜩 지고 집에 가자 그 앞에 있는 제윤과 홍심에 또 뿔이 난다.
땡볕 때문에 벌게진 것이 아니다. 화가 나 벌게진 것이다. 입장을 바꿔서 생각해보거라. 내가 너 아닌 다른 여인과 얼굴을 맞대고 있다면, 기분이 어떻겠느냐.
('벌개지다'가 아니라 '벌게지다'가 맞다. 대본집에 실수가 있더라.)
눈은 감았으면 좋겠는데
보고 싶은데, 사흘이나 못 봐서(손으로 눈을 가리나 방긋 웃는 입술이 보인다.)
10화 이 장면 pick!
이리 로맨틱한 피부 관리라니.
허락없이 나를 만질 수 있는 유일한 여인이겠지, 아마도 네가.
포갠 홍심의 손으로 눈썹을 쓸어내리는 원득.
제윤은 박영감의 환심을 사서 꼬리자르기에 지나지 않았던 현감 몰아내기에 그치지 않고 썩은 밑동을 찾아 잘라내려는 포부를 말하는 제윤. 그러며 함부로 말했던 것을 사과하고 벗이 되기를 제안하고 장면은 바로 옮겨진다.
김선호 배우는 그 배우 자체가 인간적인 매력이 있는 캐릭터인지, 맡은 배역마다 인간미가 폴폴 넘친다.
현감 제윤의 큰 뜻을 함께 헤아려 인간과녁이 되는 원득.
그 과정에서 기억이 자꾸만 스친다.
걱정하며 송주현을 뛰어다니던 홍심, 평상 위에서 짚신을 만드는 원득을 다그치는 홍심. 원득이라면 당연히 그래야 하니까,
원득이로 살겠다는 거야? 원득이도 아니면서? 기억찾겠다고 했었잖아. 그래서 한양까지 다녀왔잖아. 근데 왜 이러고 있어!
난, 어떤 기억도 찾길 원치 않는다. 네 곁에, 있고 싶어서.
오라버니가 오면 떠날 생각이었어. 너만 두고, 아버지랑 둘이서 떠날 생각이었어. 오라버닐 만나면 난 평생 어딘가 숨어 살아야 해. 이런 나라도 괜찮다면, 같이, 떠날래?
함께 떠나겠다는 대답의 포옹이었다.
이장면pick
처음으로 '낚아챈다거나', '끌고 간다거나' (두 주인공 피차) 하지 않고 두 사람의 마음이 향하는 방향이 같아서 맞잡은 두 손이었다.
유**를 유랑하다가 <자꾸만 손목을 낚아채면 어떡해>란 제목의 영상에 달린 댓글들을 보았다. '박력'이라고 포장되어 나오는 장면들에 담긴 폭력에 대한 지적이 많았다. 격렬한 어조에 화가난 듯한 발언이 많았으나 오랜 팬질을 해온 친구에게 놀라 물으니 D*****도 유**도 과민한 부분과 정곡을 찌르는 부분이 혼재하니 그러려니 하고 넘기라는 이야기를 듣고, 아 취해야 할 시선만 취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 장면에 대한 부적절성만이 아니라 우려스러운 부분이 있긴 하니 나온 이야기이기는 할 것이다. 에릭과 서현진 주연의 <또 오해영>의 벽 키스신에서도 제기되었던 부분이다. 그 때는 나도 이 부분은 문제가 제기 되겠구나 했던 기억이 있다
<백일의 낭군님>에서의 손목씬은 그렇게까지 갔던 것은 아니지만 현실에서는 박력과 폭력을 구분 못 하는 경우는 없었으면 한다.
만족스럽다.
마음이 통한 둘.
처음이다. 같은 곳을 보며 걷는 두 사람.
'그들의 행복한 시간'이라는 제목의 묶음이 가장 잘 어울리는 회차들이었다.
원득이 잘 돌아왔다는 것을 알리러 가는 기쁜 와중에 마주한 노파.
이 둘이 멀리 갈 것이라는 것도, 원득이가 둘도 없는 사내라는 것도 맞췄는데
원득이가 홍심을 향한 칼을 들고 있다며 도망치라는 말을 한다.
홍심을 향한 칼을 들고 있는 원득.
노파의 말을 무시하라며 홍심을 안심시킨 원득이지만 께름칙함을 떨치지 못하는 원득.
본인이 기억을 찾으면 모든 사람들이 위험해진다는 말을 들은 바 있었기에 더 그랬을 것이다.
그런 원득을 보는 홍심.
언제나 원득은 근심은 전하지 않고 혼자 고민한다. 너무나 무거운 짐이지만 그이기 때문에 벅차고 끙끙대는 것 같지 않고 이겨낼 수 있는 짐을 숙제로 풀고 있는 것 같다. 듬직해서, 자꾸만 대고 싶다는 홍심의 마음이 공감되는 부분이다.
그녀의 걱정에 홍심의 오라버니가 자기를 마음에 들어할 지를 생각했다 말하는 원득.
그러다가 연심부에게 존대를 하게 되는 원득. 귀여운 세 가족이다.
요
원득에게 반한 홍심이다.
대놓고 반했다.
그간에 없었던 '대놓고' 좋아하는 둘의 모습이 시청자로서 너무나 보기 좋았다.
떠나기 위해 돈을 마련하러 원득의 화초장을 팔러 간 둘.
마칠에게 악독한 일을 할 관상이 아니며 사내대장부로서 나라를 위해 큰 일을 할 상이라 말해준다.
아무래도 마칠은 '사내'에 약한 것 같다.
인간의 운명은 그의 마음 속에 있다, 했다. 마음을 어떻게 먹느냐에 따라 운명은 달라질 수 있다. 혹시 모르지. 마칠이 내 말에 주문이 걸려, 선한 일을 하게 될지도.
마음 속에 잘 된다는 주문 걸고 시작하는 2019년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유록과 함께!
대체 한 사내에게 몇 번을 반하는 것인지. 계속 보아도 좋다.
원득의 정체를 의심하는 제윤. 세책에 있는 정갈한 글씨나 글을 읽는 능력들은 보통은 양인의 것이 아니며, 그의 목소리 또한 그러하다. 제윤이 안면 실인증이 있어서 가능한 전개였다. 바로 앞에 있어도 홍심 외의 사람은 알아보지 못하는 그.
마찬가지로 원득의 정체를 의심하는 제윤이 애월을 통해 원득의 얼굴을 확인하게 한다.
홍심은 질투를 하기도 하며 이 행복함을 불안해 한다.
기억을 찾지도 어디 가지도 한 눈도 팔지 말라는 홍심에게
나의 수결이다.
설레는 한 장면이었다. 정말.
서원을 세자로 책봉시키려는 움직임과 김차언이 궁을 비운 사이 곁에는 아무도 남지 않은 세자빈의 슬픔이 궁을 채운다.
짐을 챙기다가 이 것 저 것 챙기고 싶어 짐을 끌어 안는 원득.
하지만 홍심의 오라버니가 물욕에 찬 사람이라 생각할거라니 순순히 내려놓는다.
그 모습이 연부녀 보기에는 너무나 귀엽다.
오라버니가 오지 않아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닌 홍심을 데리고 단오장에 나온다.
홍심이 없어졌다 나타나는 요술.
이어지는 장면의 예고편이었던 것 같다.
내 너와 혼인할 것이다.
넌 아주 귀하고 높은 신분이었을지도 몰라. 가족들이 널 애타게 찾고 있을지도 몰라. 그런데도 나랑 떠나면...... 후회하지 않겠어?
네 곁을 떠나는 것이 더 후회가 될 것 같아서.
수결에 이은 대답.
이 부부는 답을 말로 안 하네......
이 둘을 축복이라도 하는 듯 터지는 불꽃이었다는데,
위로의 꽃이 아니었을까.
궁으로 돌아가야만 하는 그는, 세자 이율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