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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록 Mar 25. 2019

백일의 낭군님 06, 꽃 같은 엔딩

각자가 있어야 할 곳으로.

14화부터 16화 까지. 꽤나 길다.


종영이 된 지 벌써 몇 달인데도 마지막 글까지 쓰면 정말 드라마가 끝난 것이 실감 날 것 같아서 남겨두다가 두어 달만에 다시 꺼내 보았다. 


이번 글 까지 하면 한 드라마를 6번으로 나누어 리뷰한 것인데, 다른 때와는 달리 한 겹 한 겹 조금 더 자세하게 보다 보니 뮤직비디오를 만든 느낌이었다. 또는 포토에세이? 포토에세이에 더 가까울 것 같다. 글을 쓰며 OST를 틀어놓았기 때문에 나만 뮤직비디오라고 느낄 수도 있겠다. 전에 <나의 아저씨>를 리뷰할 때나 <작은 신의 아이들> 등 인상 깊었던 드라마 리뷰를 했을 때는 16편을 다 보고 몇 가지의 주제를 잡아서 하나의 글을 썼는데 아무래도 팬심이 그가 연기하는 모든 순간을 '기억하고 싶은 장면'이라 생각해서 그랬는지도 모르겠다. 그러다가 그 옆에 있는, 평소에는 관심도 없던 배우의 항상성을 보게 되고 그 노력의 섬세함을 들여다볼 수 있었다. 그러다 보니, 어쩌면 힘이 풀려버린 결말을 보고도 그저 주인공의 행복만을 바라고 있었다.


  <백일의 낭군님>은 서브주인공의 비중을 완전히 줄이고 악역 원 탑 체제를 유지했다. 그렇기에 그 악역이 무너짐과 동시에 극적 긴장감 역시 사라졌다. 악역 원탑 체제에서 극의 팽팽함을 유지하던 악역이 없어졌으니 극은 물렁해질밖에.


하지만 톡톡 튀고 예쁜 로맨스가 당시에는 뜨겁게 끓다가 방영이 종료되는 즉시 생각에서 사라져 버리는 것을 많이 봐 왔기 때문에, 종영 그 이후에도 사랑스러운 장면들이 계속 회자되는 이 드라마는 분명 가치가 있다고 본다.  20대 배우의 기근을 무색하게 한 3명의 20대 주연과 1명의 30대 주연의 연기를 짚어볼 수도 있고 '그들끼리' 그저 행복해하며 즐거워하며 놀며 오는 에너지를 극을 보는 우리도 알기 때문에 오히려 더 편안하고 행복하다. 드라마를 보며 행복했다. 



자 그럼 지금부터 마지막 뮤직비디오 / 포토에세이를 훑어야겠다.

홍심을 버려달라는 홍심부.

그 사람을 지금 꼭 만나야겠다며 가는 율.

불빛이 밝고 물빛이 일렁이는 밤에

두 사람이 다시 만났다.

나다, 팔푼이.
소학도 떼지 못했던 팔푼이에게, 네가 묶어 주었던 댕기.
어떻게 그 걸, 아직도 갖고 있어?
평생 널, 그리워했으니까
정말 팔푼이 맞네.
그래, 나는 팔푼이가 맞다. 네가 이렇게 살아있는 줄도 모르고. 널 곁에 두고도 너인 줄도 모르고. 이제야 그 걸 알게 됐으니.
기억을 찾은 거야?
아니, 오직 너만.

율이 이서를 지나치는 장면, 짧지 않게 그녀의 얼굴을 비춘다.

떨리는 그녀의 얼굴을 지나가는 율의 목소리.

지금은 이렇게 헤어지지만, 조만간 내가 널, 다시 찾을 것이다.

뒤따라오는 시선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는 그였다.

가장 소중하고 아픈 기억을 떠올린 율은 

불투명했던 시야를 또렷하게 하고

미심쩍었던 부분을 하나씩 정리해나간다.

그 와중 드디어 용기를 내는 두 사람. 

세자빈의 시선에서 그녀의 인생을 다루어 보면 또 하나의 재밌는 드라마가 나올 것 같다. 

함께 잠행을 나갔다가 양내관을 만나서 일기를 찾으라는 이야기를 듣고 돌아온다.


일기를 어디에 두었는지, 일기를 썼는지도 기억이 나지 않아 답답한 율.

그리고 그 답답함을 느끼는 율에게 총명하지 않다며 약 올리는 정제윤.


둘의 케미 분량이 더 있었으면 좋았겠다, 아쉬운 생각이 든다. 채 다 피지 못한 둘의 케미가 못내 아쉬운 부분이다. 

나는 내가 확인하게 될 비밀이 두렵다. 그리고 그 끝에 내가 무엇을 하게 될 지도.


그때 시뻘건 피를 뚝뚝 흘리는 무시무시한 검을 들었다는 노파의 예언을 떠올린다.

그리고 무연의 뒤를 밟다 살수에게 걸려 위협받던 이서를 구해낸다. 최대한 접하지 않아야 하는 타이밍의 둘이었지만, 그에겐 이서가 다치는 것이 너무나도 큰일이라서.

오랜만에 손 잡고 걷는 둘.

최고조에 올랐다 뚝 하고 온 정전에 끊겨버린 어린 연인들의 낭만이 짧게나마 이어진다.

왜 이리 야위셨습니까.
궁엔, 네가 없으니까.

함께 통과하면 영원히 헤어지지 않는다는 전설이 있는 문

나는 너를 처음 본 순간부터 마음에 담았다.
나는 만나지 못한 너의 스무 살을 사랑했다.
그리고 앞으로 나는 너의 수많은 날들을 사랑할 것이다.
오늘 이 밤 까지만 좋은 기억으로 남겨두십시오. 저 역시 이 순간을 좋은 기억으로 남기겠습니다. 하오니, 저하
지금 네 앞에 있는 이는 세자가 아니다. 원득이다.
애타는 두 사람의 인연이 애틋하고 짠하다. 
율과 이서로 만나기엔 너무 먼 둘이었으니. 

율의 일기, '두구'는 입을 닫으라, 는 뜻이다.

서고가 불에 타며, 입은 영원히 닫힌 듯 보였다. 

오랜만의 회포를 푸는 송주현 사람들. 

사는 곳이 같다는 이유로 저렇게 끈끈한 관계를 이어갈 수 있다는 것이 너무 부럽다. 

기억을 찾아가는 세자와 그 사실을 모르는 세자빈, 

마주쳤다. 

내 오늘 밤, 오래도록 빈과 함께 있어야겠습니다.

이 부분도 도배우의 시선처리 미스인지 카메라 방향 미스인지 

정확히 모르겠지만 살짝 엇나가 있는 것 같다. 

15화

궁 밖에서 살던 100일 동안 여인이 있었다고, 함께 잠들고 함께 눈을 뜨던 정이 너무도 깊었으니 오늘밤에도 그 여인이 그리워 잠을 이루지 못하겠다 말하는 율.


율은 거의 모든 기억을 찾은 듯하였다. 서로에게 표독스러웠던 세자와 세자빈. 

무지에 의해 이어지던 부부의 연이 갈라지는 소리가 들린다.

이 궁안 안, 안전하지 않음에 몸서리치는 율. 거의 모든 것을 알아내었고 왕에게 그 사실을 알린다. 


단죄는 본인이 할 것이고 복수의 검을 그 누구에게도 쥐어 주지 않고, 그 자의 목에 칼을 꽂아 넣어야 한다면 자기 손으로 하겠다는 율.

극적 긴장감이 마구 치고 올라가다가도 정감 있는 화면 전환.


귀여운 아전

저 폼은 왜 이리 귀엽나.


다시 모인 송주현 사람들이 정겹다.

전 날 많이 괴로웠으면서 웃는 얼굴로 이서에게 농을 하는 율.

반드시 데리러 온다고 말한다. 16년 전 그날 밤, 했던 그 약조를 지키러 온다고 말이다.

꼭 만나야 하는 사람이 있다며 온 곳은

홍심부가 정신을 잃고 쓰러진 율을 발견한 곳이다. 그곳에서 그는 벗의 흔적과 조우한다.

나는 그를 편히 보내줄 생각이 없다. 죽음은 순간이다. 죽음 뒤는 평화롭다. 모든 것을 잃고, 아무것도 아닌 채로, 불명예스럽게 사는 것이야말로 매일 죽는 것이다. 나는 오래도록 그를 살려, 매 순간 죽음의 고통을 맛보게 할 것이다.

율은 국구의 집에 가 어떠한 흔적을 찾아내고자 한다. 

그리고는 세 명이 일직선으로 마주친다.

그가 쫓는 자가 이서의 오라버니였다. 

심상치 않음을 인지하는 이서.

그리고 처음으로 제윤에게 부탁을 한다. 그를 보러 궁에 가야겠다며.


제윤의 마음은 얼마나 찢어졌을까. 

도륵도륵

눈이 돌아가는 율

연나인으로 궁에 잠입한다.

(너무 귀엽다.)

기억을 되찾은 것이냐 묻는 이서.

맞다 답하는 율.

정말 귀는 왜 저리 빨갈게 된 것일까......

차라리 내가, 진짜 원득이었다면 좋았을 텐데.

송주현에서의 그 날처럼,

눈썹을 더듬으면 잠들던 그때 평상의 시간처럼.

홍심은 편지 한 장을 남겨 놓고 아침에는 홀연히.

모든 조각이 맞추어지는 순간이 있다.

눈 앞의 사람이 왜 이렇게까지 하나를 갑자기 알게 되는 순간이 있다. 


정인이었던 것이다. 세자빈과 이서의 오라버니는. 

율은 그와 그녀를 용서하지는 않았지만 이 것만이 이서에게 본인이 해줄 수 있는 유일한 일이라는 생각에 세자빈을 출궁 시키고 무연과 아날 수 있게 해 준다. 그러나 김차언은 그리 수월한 상대가 아니었다. 


세자빈은 궁으로, 무연은 다른 세상으로 가게 된다. 

봄이 오면 꼭 찾아오는 설레는 벚꽃 같은 율과 이서 커플,

그리고 다음 생에는 어디든 갈 수 있는 민들레가 되겠다던 무연 커플. 


서로 어쩌지 못하는. 

이 드라마의 젊은 이들은 어찌할 수 없는 인연에 아파하고 사랑을 간직하며 살아간다. 

10년 만에 찾은 오라버니마저 비참하게 잃고 마는 이서. 

가장 큰 복수는 용서라기에, 그 말도 안 되는 일을 해볼까, 잠시 생각을 하였는데. 저와는 어울리지 않는 말이라는 것을 방금 깨달았습니다. 좌상, 그대는 오늘로, 끝입니다. 
저하는...... 아무것도 하실 수가 없습니다. 

16화

처음 리뷰를 쓰던 그때가 생각난다. 

그리고 드라마가 시작하던 그때가 떠오른다.


여진을 공격한 명 대신 오해받는 조선, 전쟁을 일으키고 백성을 몰살하겠다는 여진의 위협을 받는다. 

당연히 김차언의 계략이었다. 

이런 화면 각도 매우 신선했다. 

저는 절대 저하가 바라는 대로 초라하게 연명할 생각이 없습니다. 

김차언이 놓은 덫에 걸리지 않았다. 그녀 덕이었다. 

그러나 서로에게 미안하여 함께 할 수 없었다. 

세자빈에게

본인이 평생 연모한 이는 윤석하의 누이동생 윤이서라 말한다. 


그 사람 ㅐ문에 세자빈과 그 아이를 죽일 수 없는 것이니 살라 말하는 율. 

1년 후 

신분이 복권되었으나 송주현을 떠나지 못하는 이서와

그녀 없이 일만 하는 율

그리고 그 옆 제윤.

왜 연모하는 이를 마음에만 담나며 

혼인을 재촉당하는 율.

그리고 드디어 자리를 찾아가는 사람들.


각자가 행복한 곳으로.

나는 평생을 눈치만 보며 살아왔다. 어렸을 때는 형님을, 왕이 되고 난 후에는 대신들을, 그리고 죽어서는 사초에 어찌 기록될지 늘 전전 긍긍인 채로 말이다. 사람들이 날, 어떤 왕으로 기억할지 거기에만 신경을 곤두 세웠다. 

너는, 네가 기억하게 될 너의 삶을 살아라. 남들의 시선보다 너의 마음이 더 중요하다. 

제윤이 휴가를 내고 혼인을 하러 송주현에 간다는 말을 듣고 노하는 율.

서원 또한 딱한 연모를 평생 할 것만 같다. 

환상처럼 날아오르는 민들레 홀씨.


옛날에 비가 몹시 많이 리던 때가 있었대. 온 세상이 몰에 잠겨, 민들레도 물에 빠질 지경이 됐지. 작은 민들레는 하늘을 보며 기도를 드렸어. 제발... 제발 살려 달라고... 그때 어디선가 바람이 불어왔어.

민들레 홀씨는 그 바람을 타고 날아가 양지바른 언덕에 살포시 내려앉았어. 얼마 후 새싹이 돋고... 민들레가 새로 자라났대. 

바람을 타고 날아가면 어딘가에서 다시 꽃을 피울 수 있을 거야. 


정쟁에 휘말린 꼭두각시 인형이었다지만 본인의 사랑을 위해 세자가 돌아오지 않기를 바라던 세자빈이었다. 그래도 그녀는 율과 이서가 사는 그 세상에 아이와 함께 살아남았다. 그녀가 증오하던 아버지의 뜻으로.


어딘가에선 다시 꽃 피울 수 있다는 희망, 석하는 소혜와 아이에게 그것을 남겨주고 갔다. 

민들레의 꽃말은 행복이다. 어디에선가 다시 행복할 수 있다는 희망. 그들에게도 전해지길. 

어느 봄밤이었습니다. 그날 저는 기분이 몹시 울적했습니다. 서자로 태어난 것이 억울해서 돌아가신 어머니를 원망했고 어머니를 원망하는 제 자심이 못마땅했습니다. 그때 누군가를 만났습니다. 첫눈에 반한다는 말은 믿지 않았는데 겪어보니 가능한 일이구나...라는 생각을 하게 됐지요.

제윤이 하는 고백이었다. 그 사랑을 이룰 수 없음을 알아도 율의 사랑을 이어주는 그 과정에서 한 그의 고백이었다. 마음을 얻지 못할 것이라 해도 마음은 얻는 것이 아닌 단지 주는 것뿐이라 하는 제윤. 그의 사랑을 나타낸다. 

경오년 칠월 초나흘. 가는 걸음걸음마다 네가 보인다. 허상임을 안다. 마음이 한없이 가라앉는다. 경오년 칠월 초닷새. 그날 너를 붙잡지 않은 것을 몹시도 후회하고 있다. 괴로움이 가득해 잠을 이루지 못하였다. 
경오년 십이월 열이레. 오늘은 눈이 내렸다. 흩날리는 눈을 보니 네 생각이 ㅆ다. 네가 물었었다. 눈이 좋은지 꽃비가 좋은지. 몇 번을 문어도 나의 답은... 너다. 
기억하느냐? 오늘은 너와 내가 혼인을 했던 날이다. 인생은 두 가지 길이 있다 한다. 하나는 아무것도 기적이 아닌 것처럼 사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모든 것이 기적이라고 생각하며 사는 것. 돌이켜보면 네 낭군으로 살았던 그 백 일간은 내게... 모든 순간이 기적이었다. 
나는 오늘도 잠들기 전에 일기를 쓸 것이다. 아마도... 이런 내용이겠지. 평생 그리워하던 여인에게 청혼을 하였다. 그 여인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그 여인과 남은 날들을 같이하려 한다. 그 어떤 난관이 있어도. 

꽃 같은 엔딩이었다. 


어떤 드라마는 스토리의 쫀쫀함과 치밀함 그리고 사회적 메시지로 인생드라마가 되기도 한다. 

그런데 어떤 드라마는 이렇게 누군가의 마음에 오래 남는다. 

백일의 낭군님이었다. 


* 다음에는 멋진 장르물에서도 도경수 배우를 볼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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