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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록 Nov 10. 2020

#1 모단걸

KBS 드라마 스페셜 2020

최근 김선호 배우로 유입되는 방문자가 꽤나 많아졌다. 

그가 예능 프로그램 1박 2일에 참여했을 때도 비슷한 일이 있었으나, 나도 매 회 챙겨보고 있는 <스타트업>의 영향이 매우 큰 것 같다. 


그가 연극을 할 때는 알지 못했으나, 브라운관에 데뷔하자마자 눈이 가더니(김 과장) <미치겠다, 너땜에>라는 4부작 극에서 확실히 매력을 제대로 보여주었다. 하지만 많은 이목을 끌지는 못했고, 내가 너무나 아끼던 <백일의 낭군님>에서 서브 남주 역이지만 러브라인을 잡지도 못해 아쉬웠다. 충분히 매력적인 역할이었지만 워낙 도경수, 남지현의 캐미가 강력하게 캐리 했으니 말이다. (물론, 한소희 김재영 커플이 극의 두 러브라인 중 한 줄기를 강력히 잡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스타트업으로 (이번에도 서브 남주이지만) 매력적인 캐릭터를 맡으며 큰 주목을 받고 있는 것이, 그래도 남보다 먼저 이 배우를 주목했던 사람으로서 참 자랑스럽다. 이제 본인의 선한 얼굴과 목소리를 넘어서, 자신의 분야를 개척하여 단독 주연도 가능해지기를 바란다. 침착하고 따뜻하게, 지금까지 해왔던 것처럼 차근차근 :)



서론이 길었다. 단막극에서 신인 배우의 흙 속의 진주 같은 모습이나 기성 배우의 색다른 면을 발견할 수 있기에, 매년 단막극을 기다린다. 지금은 KBS만이 명맥을 이어오고 있지만, MBC의 옛 <베스트 극장>을 비롯한 단막극으로 드라마에 익숙해지고 점점 빠져들었다. 


2020 드라마 스페셜을 한 작품씩 기록해보려고 한다. 

언젠가 포트폴리오처럼, 나만의 단막극 규장각이 되어 있기를!


"배우 중심적, 지향적" 리뷰이다.


기획의도 

주인공이 아니라, 주체가 되는 것에 대해 얘기하고자 한다.

'남에게 어찌 보일까가 아니라 스스로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가,

어찌 사랑받을까가 아니라 어떻게 사랑하고 싶은가' 
라는, 현문(賢問)에 도달하기까지 과정을 그림으로써 

드라마를 시청하는 이들, 저마다의 행복을 응원하고 싶었다.


첫 타자는 모단-걸


극본 나미진

연출 홍은미


배우


구신득 - 진지희

영이- 김시은

남우진 - 윤지온


순서로 처음인 작품이라, 산뜻하고 귀여운 작품을 올린 것 같다. 소재의 신선함은 다소 떨어지지만 배우의 담백함과 산뜻함으로 채운 듯하다. 


<멜로가 체질> '그 게이'로 사람들의 머릿속에 남은 윤지온과

<오! 삼광 빌라>의 김시은의 얼굴을 보며 느끼는 산뜻함이 남달랐다. 


연기나 감정이 깊지는 않지만 

경력이 짧은 배우들이 보다 집중받으면서 오롯이 얼굴을 비추는 것은 언제나 단막극의 미덕이다. 


진지희 배우는 유명한 시트콤에서 보였던 그 앳된 얼굴로 철없는 작은 마님을 연기했다. 

모던에 바람난 남편의 마음을 돌리고자 배움의 길에 들어선다.

그녀의 몸종 영이와 

동인지의 편집장 남우진 선생. 


이렇게 세 인물이 이 극의 중심을 잡는다. 

그리고 영이는 남우진 선생을 비밀리에 돕는다. 

네가 몸종이라는 그 처지도 잊은 게야?
몸종을 가르치는 것은 오로지 상전의 책임입니다.
지금이 어느 땐데 귀천을 따지고 사람을 억압하느냐!
너 이제 보니 배움이 무용한 애였구나.

작은 어긋남에서 비롯된 오해로 영이는 집을 나가게 된다. 

때는, 시기의 전환점이었다. 

신분 고하가 법적으로는 사라졌으나 관례적으로는 남아있고, 지식으로 포장한 허영과 무지는 갈 곳을 잃고 사람의 마음을 해치고 있었다. 


아마 이 드라마의 키워드는 '성장'이지 않을까 한다. 

자립할 수 없었고, 자신을 사랑하지 않는 남편에게 잘 보여서 가정 안에서 살아가야 한다는 구시대의 원칙에 따라 살던 신득이 우왕좌왕 좌충우돌의 과정을 거쳐, 진정한 의미의 모단-걸이 되어 가는 모습을 표현했다.

사랑받지 못하는 것을 비관하여 본인의 낮은 자존감을 상대방 비하로 표현하던 신득은 소중한 것을 지켜내는 경험을 통해 자립해간다. 

이 산뜻한 극은 해피엔딩이었다. 


김시은 배우


보면서 신혜선 배우를 떠올렸었는데, 포털에 검색하면 연관검색어로 뜬다 :)

신혜선 배우보다 좀 더 맑은 풀 느낌이 나는 배우였다. 


이 산뜻한 이미지를 좀 더 중심적으로 살릴 수 있는 

'학창 시절 추억'을 예쁘게 그린 70년대 중고등생 역의 작품에 나온다면 또 아주 반가울 것 같다. 

윤지온 배우


이름 참 예쁘시네. 

담백한 콩고물 인절미 느낌의 배우. 


단정한 목소리가 사람의 마음을 묘하게 끄는 면이 있다. 

젊은 남자 이미지에 갇히지 않고, 다양한 시도로 때때마다 다른 얼굴을 보여주기를 바란다.



참, KBS는 무료로 다시 보기 할 수 있어서 참 좋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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