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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록 Jan 09. 2021

#6 그곳에 두고 온 라일락, 나의 미운 구석 이야기

KBS 드라마 스페셜 2020

 KBS 드라마 스페셜 6번째 단막극 <그곳에 두고 온 라일락>


부녀 관계, 쉽지 않다. 낳아주신 분과의 관계에 거의 20년은 죄충우돌 우왕좌왕 사면초가 등 등의 스펙터클한 상황이란 상황은 다 겪으며 살고 있다. 서른이 된 지금이라고 크게 달라진 것은 없다. 내가 2021 해가 바뀌면서 빠샤 올해는 철든 딸의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겠다 되뇐 것도 없으니 말이다. 그런 식으로 되뇐 것들도 이틀이 안 지나서 희미해지는데 말이다. 어느 집이나 어떤 식으로든 가장 가까운 가족 간에 문제가 있기 마련인데 이 작품은 어떤 딸과 어떤 아빠가 서로를 소중히 하면서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사랑하게 되는 이야기이다. 


 라일락의 1등급 모창가수로 나름의 인기를 구가하던 라이락(진성). 그러나 트로트 세대의 저뭄, 라일락 은퇴 등의 이유로 모창가수 생활을 접고 택시를 운전한다. 그러던 어느 날, 딸의 결혼 상대와 마주하고, 라일락이라는 열렬한 오해를 산다. 딸은 진짜 라일락인 척해달라 부탁하고... 라이락은 딸을 위해 다시 한번 라일락이 되어보기로 하는데...


이번 작품은 배우의 개성이나 매력이 눈에 띄는 정도는 아니었다. 

한 분 이한위 배우의 1인 2역이 인상적이었고 신진 배우들과 함께 어우러져 연기하는 모습이 낯설지 않고 딸이 아까워 어찌할 줄 모르는 아버지의 모습을 마음 아리게 표현해주셨다. 


시장에 가면 딸 아들을 유난히 예뻐하고 자랑스러워해 주시는 두부가게 사장님의 이미지가 이 분을 보면 항상 스친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작품 캐스팅은 너무 잘 되지 않았나 싶다. 


정감 가는 우리네 아버지 엄니 감성



엄마 없이 아버지가 짝퉁 모창 가수를 하면서(본인의 가수 꿈은 묻어두고) 키운 딸, 라신혜.

언제나 짝퉁 가수인 아빠가 못마땅하다. 


이 아이의 소녀 시절과 젊은이 시절을 이 작품을 통해 보며 나의 미운 구석을 보는 것 같았다. 

내 입에 들어가는 아이스크림이며 고기며 짜장면이며 다 아버지 허리 삭히면서 내게로 오는 것들인데 왜 좀 더 좋은 것을 주지 않느냐며 왜 3성이며 현대며 하는 대기업의 임원이어서 내 앞길에 턱턱 돈으로 만든 단단한 계단을 놓아주지 않았느냐며, 꼭 말로 하지 않아도 눈으로 말하고 혹은 내 마음에다 대고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를 했더랬다. 


그래서 너무나 라신혜의 마음이 이해가 되었고 그래서 이 애가 너무 미웠다. 꼭 나같이 미운 짓 하는 것들은 내가 직접 알아보고 더 눈에 걸리고 싫기 마련이다. 

그리고 너무 눈엣 가시 캐릭터였던 이민경 역할은 키이스트 소속 홍지윤 배우

눈코입이 워낙 도톰하여 인상이 오랴 남았다 싶더라니 <나의 나라> <첫사랑은 처음이라서> <김비서가 왜 그럴까>에 출연했던 배우였다. 


<나의 나라>에서 특히 매력적이었으니 관심이 간다면 이화루의 화월이를 찾으시길.


입 쓰는 것이 매력적인 배우이니 눈에 힘을 조금 빼고 입은 더 섬세하게 하면 더욱 눈에 띌 것 같다. 여러 작품에서 스치듯 만나며 혼자 한 생각.


의사 집안의 며느리가 될 기회에 모창 가수가 아니라 진짜 가수 아버지가 필요했고, 그 해프닝은 얄미운 (그리고 라신혜를 찍어 누르고 싶어서 안달난) 이민경에 의해 들통난다. 하지만 그로 인해 처음 아빠와 딸은 서로를 보듬고 있음을 알게 되고, 아이러니하지만 그제야 부녀관계가 발전된다. 


또한 라신혜 개인적으로는 인생 처음으로 자신을 사랑하는 법을 배우는 기회가 생긴다. 


미안해 나 지금 너무 엉망이야. 누군가에게 사랑받기 전에 나 자신부터 사랑하는 법을 다시 배워야 할 것 같아.

자신의 현상황을 파악하고, 엘리베이터보다는 이리저리 주위를 둘러보며 산보를 간다. 나에게로 떠나는 여행이 이거지. 라신혜뿐 아니라, 이 인물을 보며 찔리는 우리 동지들 - 우리를 사랑하고, 파악합시다. 다른 공부보다 나 공부를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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