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편 창간호 <세대>, 민음사
햇수로만 3년째, 거의 매주 주말 오전 10시 잠실에서 독서모임이 있다. 나는 올해 7월까지는 거의 참석하지 못하였고 시험을 마무리한 후에 다시 나가게 되어서 드문드문 시간을 적재 중이다.
앞서 <D.P>와 몇몇의 도서부터 내 발제 정도는 기록에 남겨두려 했으나 아이러니하게도 가장 최근에 진행한 발행물이 첫 기록이 되었다.
생각해보면, 나는 내 발제 시간이 가장 재밌다. 물론 내 기준에서. 우연히 발제일마다 참여 인원이 꽤 되었고 못 온다고 체크한 분이 오시기도 하는 등 행운이 따라줘서 도란도란 이야기 나눌 수 있어서도 그렇고 무엇보다 책, 영화, 다큐, 드라마를 막론하고 함께 이야기할 거리를 정리하기 위해 꼼꼼히 스크리닝 하며 읽을 수 있는 점이 가장 매력적인 부분이다.
이 부분에서 내 특성을 발견한 것이, 어떤 시간에 게스트일 때보다는 호스트일 때가 더 좋고, 독단보다는 구성원을 보조하고 자극하며 함께 갈 때 약간 명치 아래쪽이 뜨끈해지면서 재미란 것이 마구 솟구친다는 것이다.
기록해두지 않으니 그때의 또똣한 느낌이 시간 지나면 실제로 만져지지가 않아, 딱 이 시점부터라도 담백하게 몇 자씩은 꼭 남겨보려 한다.
* 선정 도서
인문 잡지 <한 편> 창간호 세대, 민음사
* 선정 이유
1. 2021 해 끝을 맞이하는 시점에서 , 키워드를 가지고 이야기 나눌 주제가 필요했다. 다만 모두가 현생이 타이트한 직장인이고 발제자 선정되고 열흘 정도의 시간이 남아있었어서 분량은 짧을수록 좋았다.
2. 지인으로부터 추천받았다.
3. 동생이 이 시리즈의 다음호에 글을 게재하기도 해서... 책이 일단 방 책꽂이에 있었다.
12.12 (일) 발제문
"한 시대는 그에 순응하는 사람이든 저항하는 사람이든, 개인을 인도하고 규정하고 형성한다." 괴테 <시와 진실>
올 한 해를 정리하며 우리를 둘러싼 사회, 시대와 우리 개인이 주고받은 것들에 대한 진솔 담백한 대화를 나눠보았으면 합니다.
* 1
현시대의 전태일이라 생각하는 인물이 있다 생각하면 함께 나누고, 없다 생각하면 그 이유를 나눠보아요.
* 2
https://begray.tistory.com/m/524
이우창 「"20대 남자" 문제 혹은 반페미니즘 언어 분석을 위한 시론」 만약 책을 구하지 못하셨다면 전문이 담긴 저작자의 블로그 글을 읽어보고 오셔도 충분합니다.
'20대 남자(이대남)의 문제'가 실존하는 문제라 생각하시나요? 그렇다면 얼마나 설득력 혹은 증거가 있다고 생각하시나요?
*3
책 보다 짧고 논문보다 쉬운 열 편의 글 중 가장 인상 깊었던 한편에 대해 어느 부분에 생각이 머물렀는지 나눠주세요.
저는 평소 관심 깊게 보던 중국 청년 이야기를 담은 <오늘의 중국 청년들>과 인구학자의 시선이 잘 담긴 <밀레니얼은 다 똑같아?> 두 편을 인상 깊게 보았고 이 글들이 서로 통하는 부분의 의미를 찾아보았습니다.
* 초면인 구성원 두 분이 오셔서 워밍업 차, 2021년을 정리하며 사회와 개인이 주고받은 것들, 그러니까 어떤 형태로든 기억에 남는 변화 들에 대해 나눴다.
차례로
1. 환경
"종이컵이 사라졌다."
과연 사라질 수 있을까 싶었던 일상의 한 부분인 종이컵과 빨대 등이 사라졌다. 완전히 멸종해버린 것은 아니지만 탕비실에서 슬쩍 사라지고 다회용 컵이 놓이거나 개인용 잔을 준비하는 것이 조금 귀찮지만 '응당 해야 하는 일'로 바뀌어 가고 있다.
또 내연차는 35년부터 생산이 중단된다. 생각보다 이랑에 큰 영향을 미치는, 피부에 느껴지는 큰 변화이다. 우리가 지금 몰고, 타고 다니는 차의 연료가 전부 바뀐다는 것은 곧 주요 산업의 모양새와 동력에도 변화가 생긴다는 것이다.
2. 백신 패스
2년가량 역병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판국임에도 노력은 지속되고 있었다. 그 와중에 나온 백신 패스는 감염을 최소화하고 혹은 후유증을 줄이는 등의 순기능이 있지만, 급조된 느낌이 없지 않고, 전 국민 백신 접종 장려 및 실제로 높은 접종률로 보아 대규모 임상이라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다.
다만 의료인을 비롯한 다양한 사람을 만나서 이 이야기를 나눠 보았을 때, 안 맞고 겪을 수 있는 디메리트가 맞고 겪을 수 있는 디메리트보다 크기 때문에 맞는 편이 좋다는 중론이다. 나 또한 전형적인 백신 부작용을 씨게 맞았다. 그래서 1차 이후 2차 접종은 하지 않을 생각이다가 한 이유를 구성원과 나누다가 <좋아하면 울리는>이라는 드라마가 떠올라서 공유했다. 주인공 김조조가 상대방의 좋알람을 울리지 않게 하는 방패를 설치한 마음이 내가 백신을 맞은 이유라고 말이다. 우리는 방역 수칙을 나름 준수하며 일상을 살아가다가 누군가를 감염시킬 수 있고 그 감염은 누군가에겐 감기로 지나가겠지만 또 다른 이에게는 생사 결정의 중요 요소가 될 수도 있다. 좋알람을 울리듯 상대방에게 감염 사인을 올릴 수 있다는 불안에 좋알람 뱃지인 백신을 접종하게 되는 것이 아닐까. 아무튼 나의 '백신 접종하는 마음'이었다. 누군가의 삶에 영향을, 그것도 좋지 않을 영향을 끼치는 것에 대한 불안을 누구나 가지고 있다 생각한다.
실제로 왕따가 되기 싫어서, 운동을 하기 위해서 맞았다는 분들도 '내가 누군가를 감염시킬까, 피해를 줄까' 하는 불안함과 걱정이 많았다고 한다.
모쪼록 소외되는 이 없도록 촘촘하고 세밀한 정책 운영을 바라본다.
3. 부동산
다양한 의견들이 있으나 이 날 모인 사람들은, 부동산은 어떻게 해도 이 비슷한 모양새를 보였을 것이라 입을 모았다. 다만 정책이 다소 '얄미워' 실질적으로 집이 필요한 사람 또는 곧 그러하게 될 사람들의 마음을 자극하고 헤집은 것은 부인하기 어려울 것 같다.
4. 유튜브
바야흐로 영상 컨텐츠의 시대이고 정말 많은 눈길을 받은 유튜브.
일반인 스타를 많이 탄생시켰다. 블로그와 브런치를 하는 내게 유튜브는 해보고 싶은 좋은 취미 거리이자 못마땅한 매체이기도 하다. 정보의 정수, 선행을 위한 도구보다는 유명세와 부의 축적에 조금 더 가까워 보일 때가 많고 컨텐츠에서 큰 만족감을 느끼지 못하고 어플을 내려놓는 경우가 꽤 있다. 하지만 이건 기록 매체인 블로그도 마찬가지이다. 내용 없는 광고성 글에 매몰당한 생태계 안에서 흙 속 진주를 찾는 일이 쉽지는 않다.
이 꼭지에서의 재밌었던 담화는 완독, 그리고 블로그와의 비교였다.
먼저 완독. 유튜브가 '기본 브라우저화'된 후 우리는 컨텐츠를 완독, 정독한다는 개념을 상당 부분 잃었다. 그리고 배속 기능을 너무도 성실히 활용하여 '곱씹으며 우려내 생각하는' 정독도 세트로 잃었다.
또한 블로그와의 비교를 내게 물어보신 분은 본인은 활자 매체인 블로그에서 필요 정보를 슥삭 뽑아내는 것을 선호하는데 영상 컨텐츠인 유튜브는 수동적으로 기다리고 그러다가 정보가 없으면 화가 나고 시간이 아깝다는 생각이 든다고, 생산자 입장에서는 어떠하냐 말씀하셨다. 그 자리에서 내 답은 노코멘트로 차치하고, 이 대목에서 바로 활자 매체의 지속 가능성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정보의 가공과 활용, 그리고 공유에 있어 대체 불가한 영역을 가지고 있는 활자 매체의 컨텐츠 중 옥석을 가리는 일과 양질의 컨텐츠를 생성하는 세이버이자 능동자의 역할을 바로 내가, 우리가 해야겠다는 결심의 씨앗을 여기 살짝 뿌려둔다.
5. 인간관계
코로나의 장기화로 사람을 만나는 것 자체에 제약이 생기며, 인간관계에도 필연 변화가 있을 거라 생각하고 질문을 던져 보았다.
나는 올해 시험 준비와 겹쳐서 자연스럽게 사람을 만나지 못했기에 더욱 다른 사람들이 궁금했다. 그런데 놀랍게도 알음알음 만난 경우와 아예 단절된 삶을 사셨다는 분들이 양립하는 것을 보아 자기의 상황에 따라 매우 '케바케'라는 생각이 든다.
몇몇이 의견을 나누다 보니 이 주제의 곁가지 주제로 나온 이야기가, 이 코로나 상황이 곧 재택근무의 testbed 가 되었다는 점 , 그리고 '윗 분'들은 재택이 가능한 너무 좋은 시스템이 준비되어 있음에도 이 걸 활용하지 않으려 한다는 점이었다.
'윗 분'들은 눈앞에 보이지 않으면 일 안 하고 논다 생각해 대면 보고를 꼭 받으려고 한다고 한다. 한 편으로 억울하며, 집과 일상의 비분리가 재택의 역기능이나 때로 불필요한 비용의 지불 없이 일하는 것이 엄청난 매리트임을 생각하다가도 일각에서 실제로.. 근무 시간에 여행 가서 사고가 난 것이 발각되기도 하는 걸 보며 고용자의 마음을 떠올린다.
또 다른 귀가 가는 이야기는 재택근무야 말로 '중간 관리자의 역량이 적나라하게 드러나게'하는 역할을 한다는 이야기. 즉 그들의 역량을 시험해볼 수 있는 기회라는 말이다. 얼마나 위를 만족시키는 퍼포먼스를 유지할 수 있으며, 아래로는 루즈해짐과 과열 사이의 진동을 조정하여 일 하는 텐션을 만드는지 그들의 역량은 정말 발가벗어버릴지도 모른다. 그러나 위기는 언제나 기회임을 잊지 않으면 튀어 오를 기회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앞이 너무 길어져서 실제 발제문의 내용을 섞어 진행했기 때문에 뒤는 간단히 남긴다.
* 전태일이 없는 시대
"후에 이 시기의 위인전을 후세가 읽게 된다면 어떤 인물이 있을까?, 그리고.. 있을까?"라고 질문했다.
이에 대해 한 분은 현시대는 주장, 현상에 대한 피드백이 너무 빠르고 반대파가 즉각 반응하기 때문에 확고한 이론으로 가기까지 무언가를 무수히 이겨내야 한다. 그렇게 까지 해야 하나? 그리고 그렇게 할 수 있는 사람이 있나? 는 생각에 모두가 동의하였다.
열정은 굉장히 희소한 자원이다. 한 분은 회사 후배들이 일에 있어 준비와 의욕이 없다고 이야기했다. 학습된 무기력이 회사의 가장 아랫부 청년 세대에게 명암 짙게 나타나고 있다.
+ 위인이 누굴까 하는 질문에, 손흥민 김연아 BTS가 나왔다.
+ "혐오는 돈이 된다."
가장 강한 응집, 힘.
+ 우리 세대
"참을 수 없어, 이건 공정하지 않아."
그들이 느끼기에 공정은 허상.
- 20대 남자 문제는, 실존한다. 지금은 과도기임을 체감하며 역차별을 실제로 겪는다. 공정성이 어떻게 적용되는가에 대한 후 논의가 필요하다.
우리 시대 , 나는 어떻게 살아가고 준비할까?
- 선봉장이 되자. 나까지 다 해 먹고 내가 권력을 쥐는 것
- 언어의 필요성
누구에게는 잠깐의 수다, 누구에게는 머리 아픈 논의였겠지만, 발제자는 이 글에 담지 못한 많은 꼭지들을 포함해서 아주 만족스러웠다. 12월은 어느 한 주말을 떼어서 쓰고 아주 만족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