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옷 만들어 입는 이야기
어쩌다 보니 거꾸로 가고 있는 내가 만든 옷들 이야기.
어제는 새 옷 구상과 소재 결정에 들어갔다. 아직은 누가 궁금해하지 않을 것 같지만 살짝 스포를 하면, 중학생 시절부터 로망을 가졌던 '스퀘어 넥'. 그리고 처음으로 원피스를 만들 차례이기에 넥라인을 제외한 디테일은 셔링을 넣어서 시원한 여름 원피스를 만드는 것이 목표다. 그리고 컨셉은 로맨틱. 의상 하나하나에 이야기를 이제 담아가 볼까나. 이제 조금만 더 시간이 지나면, 추운 계절이 생일인 친구이지만 오렌지색 원피스를 만들어주고 싶다. 무더운 여름을 지나서의 상상, 이제는
내 자유다.
저번 주에 완성한 체크 셔츠 전에 가장 마음에 들었던 옷.
최애!
라인 하나하나도, 단추 하나도 어떤 것이 어울릴까 생각했었는데 참한 스타일로 잘 나왔다. 이 작품의 컨셉은 '참함'이다. 옷을 참 좋아하는데 기본적으로 브라운 계열과 네이비 계열이 세팅되어 있고 어쩐지 예전에는 많던 아이보리 화이트 계열이나 톡톡 튀는 컬러감의 의상이 많이 없는 것 같아서 이 작품 다음부터는 다른 색상을 다양하게 시도해보려 한다. 그래도 여기까지는 새벽 같은 네이비로-
소매
소매 부분에도 진주로 디테일을 더했다. 여밈 부분에도 있지만 테이블에 팔을 올려놓았을 때 담백한 진주가 포인트가 분명 되었을 것이다. 팔불출이 되어 가는지, 볼 때마다 너무 예쁘다.
넥 라인
또 하나의 포인트는 넥 라인. 날카로운 브이넥 디자인. 옷 색상을 어두운 쪽으로 잡았기 때문에 한 부분에는 긴장감을 줘야 할 것 같았는데 작고 날카로운 세모가 가운데서 균형을 잘 잡아준 것 같다.
둥근 어깨 라인
어깨가 넓은 편은 아닌데 체구가 작아서 어깨조차 좁아 보이면 정말 작고 말라 보이거나 얼굴이 커 보이기 때문에 동그란 어깨로 표현된 것이 아주 마음에 들었다. 자칫 작고 동그라면 또 작아 보이는데 살짝 여유 있게 넣었기 때문에 불편함 없고 몸 모양 자체도 예쁘게 잡아준다.
내가 만들어 입는 옷이기 때문에 하나하나 맞출 수 있는 부분이 즐겁다. :)
사실 어떤 옷을 입을지 고민을 참 많이 했었는데 의외로 매칭이 쉽지가 않았다.
이런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기회가 있었으면 좋겠다.
음, 내 구상은 내가 가지고 있는 소중한 옷들을 가지고 나와서 함께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다.
정말 좋아하는 옷인데 어울릴만한 옷이 없거나 정말 예쁘게 소화하고 싶은데 뭔가 한정된 자기 옷과 생각에 갇히지 않고 다양한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그런 커뮤니티를 만들어도 좋을 것 같다.
글을 쓰다 보면 인지하지 못하던 중에 이런 생각이 불쑥 나오는 것이 참 신기하다. 차곡차곡 모아서 실현시켜보아야지.
고민 고민하다가 여유가 좀 있는 흰 슬랙스에
아이보리 코트를 입고 나간 이 날의 착장.
따뜻한 봄날에 가벼운 아우터 하나 걸치고 입기에 너무 좋았다.
조금은 추운 초봄에 딱.
너무 빨리 더워져서 잠시 안녕을 고했지만, 곧 다시 만나겠지.
지금부터는 이 옷이 만들어진 짧은 과정을 기록한다.
패턴 옮겨 그리기
재단
원단을 넉넉하게 발주하긴 했지만
이상하게 원단은 아끼게 되는 것 같다.
어느 정도 간격을 둘지 생각하는 긴장감이 좋다.
시침질
2개씩 있어야 하는 쌍들은 깔끔하게 시침질을 한다.
되도록이면 깨끗하게 떨어지도록!
조각조각 떼어 내 본다.
제법 조각 맞추기가 가능해진다. 어느 부분을 맞춰서 옷의 모양을 잡아가는지도!
뒤판
뒤판 아웃라인이 완성되었다.
앞판
입체감을 만들었을 때의 기쁨이란 :)
선에서 면을 만들어내고 그 면들을 이어서 내가 들어갈 공간을 만들어내었다.
좋아하는 옷을 만드는 과정 속에 다른 즐거움도 있다.
그중에는 어떤 풍경도 있고.
조각조각을 이어 붙이고 카라 없는 넥 라인도 처리해주고
소매를 집히지 않고 입체감 있게 재봉해봤다.
완성작이 되었을 때의 희열도 있는데
만들며 기대하게 되는 설렘도 옷을 만드는 것을 취미로 삼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게 만드는 한 요소이다.
드륵드륵
다음 기록도 기쁘게 할 수 있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