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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록 Nov 18. 2018

백일의 낭군님(2018), 01 율과 이서, 소년소녀

난, 너의 낭군이니까.

                                                                                                           

도경수, 남지현 배우의 <백일의 낭군님> 별책부록 인터뷰 영상을 보기 전부터 이 글을 쓰기 시작했다. 수없이 많은 눈길이 머문 장면 속에서의 꽃잎같이  많은 대사 중에서도 가장 기억에 남았던 말이 있다.


난, 너의 낭군이니까.


어떤 어구는 보통 오래도록 남아 글의 제목이 되곤 하는데, 당시 이 글의 제목은 "난 너의 낭군이니까."였다. 누군가 도경수 배우에게 기억에 남는 장면을 묻자 대답한 장면이다.  좋아할만한 이유가 자꾸자꾸 늘어만 난다. 배우를 그리고 이 작품을 말이다.


 특별히 관심 가지려 노력한 적이 없는데 가던 눈길을 그대로 따라가다 보니 계속 머무르고 또 손으로 눈으로 짚어보게 된다. 원래는 하나의 글로 전체 <백일의 낭군님>에 대한 기억글을 쓰려 했는데 조금씩 곱씹으며 가기로 마음을 바꿨다. 하나하나 영상을 되짚어 가며. 부분 마다마다 도 배우의 눈빛과 김선호 배우의 재치와 송주현 사람들의 익살맞은 귀여움 그리고 언제나 상대를 빛나게 해주는 힘을 가진 남지현 배우의 부드러움이 녹아있다. 이는 오래 기억 되어야 한다.




야학에서 국어를 가르치고 있다보니 아무래도 작품을 보다가 떠오르는 국어용 용어들이 있다. 처음은 수미상관. 다 보고 나서 한 번 더 보는 사람이 누릴 수 있는 특권이다. 무언가 키워드를 하나씩 찾아가는 것.


 첫 장면은 비 오는 궐이었다. 두 눈은 비장함으로 마음을 부여 잡고 있었다. 그리고 초야를 달리던 율을 막아서며 이 길로 가시면 죽는다 말하는 제윤에게


"나는 죽으러 가는 것이다."


라고 한다. 그 장면에서 극이 시작했다. 그리고 시점은 과거로 가서 예쁜 두 아이가 나온다. 소문난 말썽쟁이였던 능성군의 아들 이율과 무장의 딸 윤이서. 그저 두 아이로 만났다. 여느 아이들이 그러하듯 투닥이다가 가까워지는 것처럼 말이다.


 율은 아버지로부터 "놀아라, 똑똑하지면 전하께 밉보여 위태로워 진다."는 말을 들으며 신나게 크며 소학도 떼지 못하던 아이도 좋아하는 여자아이의 말에 소학을 열흘만에 뗀다. 그 사이 율의 아버지는 포악한 형님의 위협에 다른 길을 찾고 있었다. 군부인은 함께 갈 수 없는 그 길이었다. 그리고 그 길로 이끌어준 그 손이 자신과 아내 그리고 아들의 일생을 뒤틀게 할 것이란 것을 유약한 그 왕친은 알지 못했던 것 같다.


오프라인에서는 잘 이야기 하지 않는, 그런 로망이 있다. 그런 꿈이 있다. 이제는 돌아갈 수 없는 어린 날이지만 그 때 그리 만나고 이어져서 풋풋하고 깨끗하게 이어지는 평생의 인연 말이다. 이 둘의 인연처럼. 꼭 매일매일 붙어 있지 않아도 둘은 하나로 이어져 있고 자연스레 함께 흐르게 되는 그런 것처럼 말이다. 자고 일어나면 생각나고 햇살처럼 4월과 10월의 하늘처럼 문득 고마워지는 그런 아이, 그런 사람을 마음에도 두고 눈 앞에도 두고.


이서 : 너는 눈이 좋아, 꽃비가 좋아?
율 : 나는 너. 내, 너와 혼인할 것이다.



좋음의 직선. 성인이 되어 직진하면 들이댄다고 하지만 이 시절의 직선은 투박한 귀여움에 예쁨 한가득이다.

매화 향이 참으로 그윽하다는 말에, 벚꽃이다 팔푼아- 라고 답하는 둘의 대화에 벌써 꽃향기 가득이다.

꽃은 때에 따라 지기도 하지만 내년에 또 피고, 피고 피고 또 핀다. 매월 보름날을 기다리는 마음으로 율과 이서의 꽃밭을 기다리는 시간을 나도 보냈다.

이야기에는 언제나 순항하는 물의 흐름을 방해하는 구정물이나 큼지막한 바위가 있기 마련이다. 지금 내 인생에서도 방향성을 어디로든 틀려고 하는 존재가 있는 것처럼 말이다.


저 인물은 국구 자리와 서울과 경기 땅의 반을 받으며 반정 공신이 된다. 자기 딸도 남의 아들도 그리고 남의 딸 까지 그 인생을 일그러지게 만든 한 사람. 지극한 생각과 욕망 하나로 돌진하는 인간.


결국 이서의 아버지를 죽이고 그 일가의 모든 식솔을 반역의 죄를 씌워 죽인다. 윤석화와 윤이서만을 남겨두고.

16년 후.


12살이었다.

그 날 밤을 목격했던 작았던 아이의 나이.

한 사람을 마음 속에 간직한 그 소년은 자라서

세자 이율이 된다.

"나만 불편한가"를 남발하며

좋지 않음을 에둘러 표현하는 척 마구마구 발산하는, 만인에게 불편한 세자.


좌족 우족의 박자를 딱딱 못 맞춘다며 나인을 나무라며.

그리고 그의 빈.

김차언의 여식이자 율의 빈. 소혜.


정략혼인이었고, 합방을 하지 않아 비가 내리지 않는 다는 원성에 처지가 위태롭다.

초반부에서는 그저 표독스럽다. (그리고 예쁘다. 그녀의 예쁨이 이 극에서는 중심이었던 적이 없으나, 그녀의 아쉽게도 어색한 얼굴 근육이 오히려 극의 집중을 위해서는 더 나았을 것 같다.)

이서.


예쁜 이름 이서, 윤이서.

차마 잊을 수 없는 이율의 그 소녀 이서는 조선 최고령 원녀 28세 연홍심으로 살고 있다.

그 똘똘하고 당차던 아이가 그대로 잘 커서, 그대로 두면 당차단 표현이었겠지만 억세게 살아가는 홍심으로, 연씨의 딸로서 송주현에서 살아가게 된다.

그리고 김선호 배우가 연기한 정제윤

서자이자 어머니를 잃고 이복 형에게는 구박을 받으며 사는 인물이었다. 그리고 안면인식장애가 있다.

동시간대 경쟁작이었던 <뷰티인사이드>의 서도재는 안면인식 장애에도 불쌍히 여겨주는 친구들이 많은데 우리 제윤은 기두 (구돌이)보다도 분량이 적었으나 재치로운 보조개로 혼자서도 웃으며 살고 있었다. 서자의 인생을 한탄하며 주저 앉지 않고 형사직을 수행하며 리듬을 놓치지 않고 살고 있었다.


눈이 많이 가는 배우이다. 최강배달꾼에서도 투깝스에서도. 또 인상적인 인터뷰이 이기도 하다. <김선호, 10년 째 재밌는 연기, 10년 더 재미있기를> 이런 인터뷰들에 눈이 가더라. 앞으로의 커리어가 기대된다. 원래 공연 하던 배우라 아직 브라운관 적응이 다 안 되었다고 하는데 기회가 되면 그의 연기를 꼭 보러 가고 싶다. 그리고 <미치겠다 너땜에> 이 작품 꼭 보고 리뷰 하겠다.

이 장면을 이 드라마에서 가장 무서웠던 컷으로 꼽아본다.

미령한 세자에게 자꾸만 흉통이 오고 그런 이유에서 자신의 강녕치 못함을 의심하게 된 율은

일의 본진으로 직접 파고 든다. 사라진 내의녀를 쫓아가 자신의 장인인 김차언을 의심하게 되고 그 증좌로 저 화살과 본인이 연 연회에서 받은 선물인 화살을 비교에 확증을 가지게 된다.

그리고 운명적인 재회, 비록 한 사람만 봤지만.

절대 잊을 수 없고

잊혀지지 않은

 

그 소녀를 소년인 채 몸만 자라버린 소년은 안다. (몸도 안 자란 것 같은데 더 잘 어울린다. 도.)

살아 있다면 그 모습이었을 거라며.

에러 .... ㅋㅋㅋㅋ 낭만적인 장면이었는데...ㅋㅋㅋ

또 그녀를 좇으라는 명을 내린다.

잊지 못한 것이 아니라고.

잊혀지지 않는 것이라며.

추근거릴 생각일랑은 하지 말라는 홍심에게 ,

추근거릴 생각이 아니라 지켜줄 생각이라 말하는 제윤.


이 또한 그의 연심에 대한 암시였을 것이다. 안타까운 인물이다. 본인의 사랑은 이룰 수 없었으니.


그저 다른 사내들로부터 지켜주려고.

율과 제윤의 만남

나중에 크게 쓸 인물, 제윤.


서자라 고백한 말에 그 마저도 없었으면 질투할 뻔 했다고 말하는 율.

이를 보면 율의 익살스러운 따뜻함, 아마도 그 소년의 본성이었을 것이다.

너무 무서워

긴장감 넘쳤던 장면이다.

이 장면에서 도 배우의 힘을 느낄 수 있었다. 우울한 소년 정도 연기하고 말겠지, 하는 생각을 어느 틈엔가 생각나지 않게 한다. 세자빈 소희는 너무나도 인간스럽게도, 치명적인 약점을 만들어낸다. 그리고 둘 중 누구 하나는 죽어야 마무리될 이야기 이 차를 시작한다.


다정히 손 한 번 맞잡지 않았는데, 회임을 했다?

여전히 그 소녀를 생각하는 소년.

네가 돌아오지는 않겠지만...

긴밀히 일을 꾸미는 부녀지간.

그 사이 소녀 이서이자 원녀 홍심은

이렇게 살아가고 있었다.


박영감의 첩실이자 원녀광부 혼인의 위기 안에서.

백성의 어려움을 온 몸으로 겪어내며.

동무


진지충을 들어봤냐며 너 까지 그리 진지하게 굴면 너까지 불편해진다고.

틈만나면 귀여운 소년의 모습이 드러났다.


도 배우의 여러 작품을 한 편도 빼지 않고 모니터링 했으나 이 작품에서야 아주 빠졌다. 배우로서, 사람으로서. 그래도 편파적으로 글을 쓰지는 않을 것 같다.


주관적으로 쓰고 있지...... :    )

이서의 오라비 석화는 살수의 삶을 살고 있다. 어찌보면 제대로 행복해보지 못 하고 간 인물, 무연.

철릭.......!!!!!!!! 공작...!!!!!

그리고 외면상,

세자는 절명한다.

그를 바라는 푼수 중전

홍실을 첩 삼으려는 늙은 개 박영감.


혼인하지 않으면 엉덩이가 곤죽이 되게 장을 친다고 한다.

그리고 때에 맞춰 나타난 기억 소실의 원득.

율은 원득이 되어 이서이자 홍심과 재회한다. 그 때 이 두 소년소녀는 몰랐겠지. 이서와 율로 만난지.

우여곡절 끝에,

일단 혼인하기로 한다.


운명적 선결혼 필연적 후연애

매화 같던 벗꽃 나무 아래서 만나더니,

노오란 유채꽃밭길에서 재회한 율과 이서.

일단, 백년 가약에 들어간다.

그런줄도 모르고 희희낙낙하는 제윤.

이 타이밍에서 2화는 마무리된다.


2화까지 오면서 문제의 본질로 다이빙한 세자 율. 그리고 본인들만 모른 채 이어진 두 소년 소녀 율과 이서.

다음 회차인 3-4회가 약간 늘어지며 주춤했던 시청률은 뭉근하고 따뜻한 밥짓는 내음의 매력으로 14% 시청률을 향해 쌓아갔었다.


더 추가되는 배우 없이 배우도 거의 다 나왔고 자리를 찾아가는 초반 회차였다.

초반에 매력을 훅 어필하는 드라마라기 보다는 뚝심있게 뭉근히 끓인 라구 같은 작품이다.


_ 계속해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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