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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록 Nov 24. 2018

백일의 낭군님(2018), 02

운명적 선 결혼, 필연적 후 연애

3화부터 5화까지.


이번 주에도 <백일의 낭군님>을 읽어 보았다. 매주 토요일마다의 일상의 기록이 되어 가는 드라마 기록. 다음부터는 16부작이 많은 드라마의 짧음이 아쉬워서 종종 단막극도 기록에 남겨두려 한다. 조금씩 이렇게 읽어감이 너무 아쉽다. 낭군님을 옮겨 적을 시기사 조금씩 굴어가는 것이 아깝게 느껴진다.


 3화와 4화 사이가 아쉽게도 약간 늘어지고 지루해지는 경향이 있었으나 5화 부터는 안정적인 궤도에 올라가는 것 같다. 두 사람은 서로를 처음보는 것이라 알고 있는 상황에서 외부적 요인이 없었다면 극의 진행이 어려웠을 것이다. 아무래도 그 간극을 메꾸는 과정에서 긴장감을 놓치고 지루해졌던 것일 수 있겠다. 하지만 이 글을 읽는 대부분은 '드라마 복습'을 하고 있는 사람들일 것 같으니 우리의 <백일의 낭군님>이 어떻게 그 부분을 극복해가며 사람들을 설레게 했는지 확인하기에는 오히려 좋은 기회려니, 하고 함께 하면 어떨까.


너무 귀엽다.

우여곡절 끝에 원득과 홍심은 혼례를 올린다. 물론 위기를 면하기 위한 허식의 혼례였으나.

첫날 밤 구경 온 송주현 사람들

하지만 기억이 없는 원득은 기억이 돌아오지 않는 한 자기 몸에 손가락 하나 대지 말라며 비루한 초가집의 바닥에는 눕지도 않고 자지도 않겠다고 한다.

원득이는 뭐든지 잘 하게 생겼다며 편을 들어주는 연씨.

정해균 배우가 분해주셨다.


<시그널>에서 경찰로 나왔던 그 때도, <나의 아저씨>에서 박부장역으로 나왔을 때도 이 배우님은 그 역에 여실히 녹아 들었다. 그의 눈은 참 신기하다. 늪색이 감도는 눈빛이다. 그래서 무거운 역할도 찌질한 역할도 정의로운 역할도 그리고 <백일의 낭군님>에서 처럼 정많은 아버지 역할도 잘 그려줄 수 있는 것 같다. 이 분도 단막극에서 본인의 이야기를 해보셨으면 좋겠다. 그의 로맨스로 혹은 로맨스가 아니더라도 그가 중심이 되는 이야기로.


정말 앉아서 잠이 들어버린 원득을 챙기는 홍심

0♡0 원득이
꼼꼼하게도 둘러 싼 것이 너무 귀엽다.

뾰록 눈을 뜨더니 본인을 어떻게 한 것이냐며 호통을 친다.

일어나자마자 밥투정하는 원득

타이밍 ..ㅎ

아침밥을 먹고나서는 홍심과 함께, 군역 다녀오느라 몸도 정신도 상해 온 원득의 돈과 가족이 있을 '웃마을'로 함께 가기로 한다.


 물론 원득이에게는 고향도 웃마을에 집도 그리고 돈도 없다. 그 것을 아는 연씨는 마을 한량에게 부탁해서 두 사람을 웃마을로 못 가게 하고 둘이 붙어 있을 시간을 만든다.

하필 이렇게.

또 뾰롱! 하고 눈 뜨는 원득이가 너무 귀엽다.

한없이 귀엽다.


이렇게나 찰싹 붙어 있던 적이 없는데 어찌 되었든 부부의 정을 하나씩 쌓아가게 된다.

운명적으로 결혼부터 해버렸으니 차곡차곡 자주 맞닿으며 연애를 시작해간다. 모든 드리마의 공식이 그러하듯. 자주 보고 자주 대화하고 엮이다가 가까워지고 정이 들며.


필연적으로 둘은 가까워지고 연애를 시작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그간의 이야기가 단절되었거나 없으면 뭐 어떠랴. 지금 가까이에 있으니 함께 만들어가면 될 것을.

개인적으로 이 멍석 신이 참 마음에 들었다.

쥐가 무서운 원득이(또 귀여워)

이렇게 두 주인공이 물리적으로 맞붙어 있을 수 있는 장면이 얼마나 만들어질 수 있을까.

둘 중 하나가 강제하는 것이 아니라 외부의 물리적 강제성으로 둘의 의지와는 관계없이 시간을 보내게 된다.

 

드라마의 빈번한 레퍼토리_

외딴 섬에 왔는데 배는 끊기고 민박집에는 방이 하나밖에 없는 그런 장면과 이런 멍석말이 장면이 연결되는 지점이 분명 있어 보인다.

민박집 레퍼토리에서는 둘 중 어느 한 명의 의지 방향성이 분명 있다는 차이점을 제외하고 말이다. 물리적인 제약을 통해 가까워지는 연인 관계.

+

보너스로


고개를 살짝 위로 들었다가 다시 내리고 또 들었다가 살짝 내리는 원득.

모두가 함께 귀여워 했을

장면 픽

그리고 이렇게 예쁜 그림.

내 귀여운 사위.


내 딸 홍심이를 위험에서 구해준 복덩이 같고 귀여운 사위.

기억 나는 것도 없고

말투는 한양 양반이며

불편하다 아니꼽다 어허 감히 등 등 막 되어 먹은 말을 남발하고 다닌다.

그리고 장에 가서 사고를 치고 돌아다닌다.

귀여운 꼬마 신랑 원득

주막에 와서도 사고를 친다.

눈수작질...

이 드라마의 재미 요소는 송주현에서 거진 다 나온다.

그래서 이 드라마의 전체적인 느낌이

'재밌다.' '사랑스럽다.' '귀엽다.'이다.


<시크릿가든>의 현빈이 잘 생기고 멋있던 그 때와는 달랐다.

<내겐 너무 사랑스러운 그녀>, <닥터챔프>, <여인의 향기> 작품들에서 극본을 맡은 노지설 작가의 유머 감각이 귀여운 느낌 가득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간의 작품이 나의 작품 취향과 맞았던 적은 아직까지 없지만 인물을 사랑스럽게 살리는 데에 능력이 있는 것 같다. 앞으로 이 작가의 작품이 또 기대된다.


시청자로 하여금 극중 인물을 사랑스럽게 바라보게 했다. 그의 대본이.



집 대-박 하는 구돌이 너무 귀여워

장에 나가서 친 사고는 보통 규모가 아니라

자모전가(불법 고리대금업을 하는 곳) 에서 큰 돈(집을 살 수 있을 만큼의)을 빌린 큰 규모의 사고였다.

그래서 홍심은 단단히 화가 났고 저고리 고름을 잘라 내보내고 이혼을 하겠다고 한다. 단단히 화가 났겠지. 후회가 되었겠지.


여기서도 상황 파악 못 하고 당당했던 원득이 때문인가,

나는 이 부분에서 조금 답답했다.


상황에 너무 이입을 했는지,

'쟤 왜 저래!'하며 봤던 것 같다.

가만히 서서 거머리도 못 잡고...... 똥통에서 가락지도 못 찾고......

하지만 대놓고 저 모지란 놈 꼴도 보기 싫다 하고 물러나지 못했던 이유는

원득의 심연에 있는 그 흔적들을 보았기 때문이다.


이서와의 추억. 세자가 되던 날 심었던 그 벚나무가  이서를 언제나 의식하고 있었을 때였다면

자모전가에서 그 벚나무를 가져온 것 때에는 무의식 속에서도 그녀가 있었던 것이다.


이 장면이 곳곳에 이리 배치되지 않았더라면

드라마 속에서 사고 치는 주인공을 바라보는 그 한심하고 어서 지나갔으면 좋겠다는 시선을 하고 있었을 수도 있었다.

또 한 번 돈을 벌어오기로 일을 하러 나가던 원득은

천우산에 올라가다가 쓰러지고 만다.

난 왜 이 장면이 이리 낭만적으로 보일까.



연모했다모며 내가 너를,

기다렸다며 네가 나를.


원득은 천우산에 물 동이를 이고 가다가 그 날의 기억 탓인지 상처가 덧난 것인지 쓰러지고 만다.


그리고 그녀를 보자 몇 마디 남기고 그녀 품으로 쓰러진다.

의원을 불러 진맥을 보니 영양실조라고 한다. 녹용 든 탕약을 지어 먹이기는 어려운 형편이라 그녀가 직접 간호 한다.

아가 같다...

밤새 원득을 간호한 홍심.

그 덕분인지 제법 기력을 되찾아 따뜻한 아침을 맞는 원득.


극의 극초반부에서도 알 수 있듯

오랜 방해로 인해서인지 원득은 세자 시절부터 미령한 몸이었다. 더욱이 잘 먹지 못하고 정신이 혼미해졌으니 가 이리 힘없이 쓰러진 것도 이상한 일만은 아닐 것이다. 이런 식으로까지 사고를 치는 원득. 그를 보살피는 홍심.


아마 홍심은 그를 너무 사랑해서 간호한 것은 아니었을 테다. 하지만 원득이 홍심을 향한 마음을 키워갔던 데에는 이 고마움이 큰 역할을 했으리라. 아플 때 도와주는 친구도 연인도 잊을 수가 없는 법이니.

원심커플은 이런 투샷이 참 좋다.
깜빡깜빡

좋아하면 만지고 싶다 했는가.

이마와 머리의 파리한 경계를 쓸어내리는 원득


그저 눈길에 함께 손이 갔을 것이다.

저 볼은 또 왜 그러는가.

민망함에 퍼뜩 일어나 앉은 둘.

이 장면은 도경수 배우의 일상생활을 그대로 살린 부분이 아닐까 싶다.


슥-삭-슥-삭

눈빛이 오가는 순간.


그녀에 대한 고마움이 투박한 눈길로 새어나오는 길.

또 은연 그 부드러운 미소

순간의 낭만은 지렁이탕으로 인해 또 자취를 감춘다. 아쉽게도......

그리고 무어라도 해보기로 마음먹어본다.

낫질 하다 나가 떨어지는 것이 특히 웃겼다.


낫 탓 하며 따라오는 원득


결국 집에 도착하자

아전은 원득이 깨먹은 물동이 값을 달라하고

자모전가 그 녀석은 자기 돈 빌려간 이자를 달라 한다.

그러고 둘이 싸우는 것을 보다가 끼어든 원득

작은 꽃을 구하겠다고 달려든 것이었다.

이런 걸 심쿵포인트라고 하나.

그렇다면 나는 이 부분이 특히 그랬다.

싸운 둘.


독한 말을 하고 따귀맞은 원득.

그리 돈이 좋으면 첩실이 되지 그랬냐니.


맞아도 쌌다.


다만 그저 싸웠다고 하고 넘어가기 보다는 이 둘이 왜 싸웠는지를 한 번 생각해보았다. 이는 감정의 비대칭보다도 상황과 정보의 비대칭이 불러온 것이 아닐까 한다. 자신을 둘러싼 모든 것이 낯선 원득과 갑자기 원하지도 않는 혼인을 한 것도 모자라 그 남정네가 혹으로 느껴지고 사실은 함께한 기억이 없다. 서로를 알지 못하니 이해 전에 오해가 스며들어 버린 것이었다. 그리고 그 감정들이 서로를 할퀴고.


이 귀여운 커플에게도 감정다툼이 생긴다.


정말이지, 필연적 후연애. 연애 과정에 있는 것들, 할 것은 다 한다. 참.

그리고 궐 안에서의 쇼윈도 부부였던

소혜와 율.


소혜와의 혼인이 싫고 무섭다는 율.

이렇게 이어지지 않았더라면 나쁜 연으로 묶이지는 않았을 둘. 인연이 어지럽다.

원득과 다툰 그 날이라해도 보름은 어김없이 왔다.

그 다리로 오라버니를 보러 간 홍심.

그 남자를 또 만나게 된다.

그 남자 제윤은 홍심이 보고 싶어 등에 소원을 적어 나온다.

물에 바진 등을 구하러 뛰어드는 홍심. 걸크러쉬라고 하나, 이 모습.


그의 로멘스 안타깝게도 더 진전될 수가 없었다.

이 투샷도 못지 않게 예쁜데 말이다.

홍심이가 며칠 째 집에 들어오지 않는다며

끝녀와 구돌의 집에 찾아간 원득.


그저 귀엽다. 무언가 수상하다 느끼기 시작하기도 했다.

육전 Go!

우연히 먹어본 육전이 너무 맛있었던 원득.

궐에서도 육전을 좋아했다.


일을 해주고 육전을 얻어먹기 위해서 박영감탱이의 생일 잔치에 간 원득.

거기서 오랜만에 홍심을 본다.

연지까지 바르고 온 예쁜 홍심을.

또 투닥거리는 둘.

장면 픽

암행어사가 하인의 발을 걸어 넘어뜨린 것을 재빠르게 본 원득.


그런데 이 부분의 원득은 도경수의 평소 발견되는 모습 그 자체였다. 뚜뚜의 모습 그대로였다. 정말 이 역을 도경수 배우가 잘 맡았다는 생각이 든 부분이다. 약간은 뚱 하고 느린 것 같으면서도 빠른 그 시선을 날카롭게 잘 담아 준다.

홍심이 그 하인을 도와주러 나서자, 박영감은 술시중을 들라 하고 원득은 이를 막아선다.


아쓰남이었던 원득이 아멋남이 되는 순간이었다. 박력은 폭력이 아니라 지켜줌이란 것을 잘 보여주는 대목이다.


다행히도 이 사건은 김차언이 세자의 시신을 찾겠다고 쑤시러 온 틈에 별 문제 없이 일단락된다.

홍심 말 잘 듣기로 하는 원득

합심하여 돈을 벌 분야를 찾은 원득과 홍심.


또 또 또

어울리는 투 샷이다.

그리고 필연적 후 연애는

본격적으로 시작이다.


3화~5화 <백일의 낭군님> 복습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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