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Breeze Nov 17. 2022

3년차 주니어의 첫 연봉협상

한 치 앞을 알 수 없는 그날의 날씨는, 강수량 30%

곧 다가올 2023년을 생각하니 2년 전, 2021년을 시작하며 처음 마주했던 연봉협상이 떠오른다. 곧 또 다가올 2023년의 연봉계약을 앞둔 이 시점에서,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인생에서 처음으로 경험해보았던 심장 쫄깃한 연봉협상 경험을 회고해보려고 한다.


2021년 3월, 주니어 3년차의 내가 처음 도전해본 연봉협상 경험은 마치 강수량 30%의 날씨 같았다. 나에게 강수량 30%의 날씨는 우산을 챙겨야 할 지 말아야 할지 갈피를 잡을 수 없는 말 그대로 애매모호한 날씨이다. 내가 처음 연봉협상에 대한 이의를 제기해 실제 협상된 계약서에 도장을 찍기까지 내 마음의 날씨는 좀처럼 갈피를 잡을 수 없는 강수량 30% 상태였다.


3년차 주니어, 나는 왜 연봉협상을 결심하게 되었을까?


우리 회사는 인사팀에서 연봉계약서를 서면으로 먼저 제시하고, 해당 연봉에 이의가 있는 사람만 연봉협상에 대한 이의를 제기하는 방식으로 연봉협상이 진행된다. 그렇기에 작년 3월 이제 회사에서 1년을 가까스로 채운 나는 연봉협상에 대한 이의제기를 옵션으로조차 고려해보지 못했고 그저 제안받은 연봉금액이 썩 만족스럽지 않았음에도 일단 ok를 하는 수 밖에 없었다. 


그런데 그로부터 1년이 지난 이번 3월, 점차 내가 리딩하는 업무들이 생기고 또 일을 잘하기 위해 많은 시간을 투자하게 되면서 내가 기대치만큼은 연봉을 올려야 내가 이 회사에서 소속감과 동기부여를 느끼면서 일을 해나갈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2021년 1월부터 그렇게 무작정 연봉협상에서 이의제기를 하겠노라 결심하게 되었고, 그동안 해왔던 일의 성과를 수치로 정리하고 또 시장에서 나의 몸값을 열심히 서치해보면서 차근차근 연봉협상을 위한 준비를 시작했다.


강수량 30%의 날씨 같았던 나의 첫 연봉협상


준비를 한다고는 했지만 생각보다 3월은 너무 금방 찾아왔고, 나의 생각과 매우 다르게 연봉협상 과정이 흘러갔다. 여느 때와 같이 인사팀에서는 먼저 개개인의 연봉제안서를 서면으로 공유했고, 이의가 있는 경우에만 신청 가능한 이의제기 프로세스를 안내했다. 연봉제안서를 열어보자말자 생각보다는 높은 인상율에 놀랐고, “앗, 인상율이 꽤 높은데 나 이의제기해도 눈치 안보이려나?”라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최종 계약 금액을 보고는 “아, 시작점이 낮으니 인상율이 아무리 높아도 큰 변화가 없구나…?”하는 실망감이 들어 다시금 연봉협상 이의 제기를 결심하게 되었다.


그렇게 나는 내 성과에 대해 정리한 자료들을 모두 끌어모아 이의제기 메일을 작성했고, 주변에 인사팀에 근무하는 지인을 포함한 여러 주변인들에게 조언을 구해 내 관점에서는 나름 완벽한 이의제기 메일을 작성했고, 이제 이 메일을 보내면 곧 대면으로 연봉협상을 하게 되겠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렇게 인사팀에 이의제기 메일을 발송한지 반나절이 지났을 즈음, 나의 생각보다 빠르게 인사팀으로부터 답신을 받았다. 내가 생각한 시나리오와 많이 다른 답신메일을 열어본 나는 적잖이 당황하지 않을 수 없었다. 


내가 당황한 이유는 다음과 같다. 나는 다른 회사처럼 당연히 한번 쯤은 대면으로 인사팀 담당자 혹은 대표님과 연봉협상 테이블에 앉게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이처럼  대면으로 협상하는 자리가 당연히 있을 것이라 생각하고  처음 보낸 이의제기 메일에서 나의 희망연봉과 희망 인상율을 숫자로 언급하지 않았다.  그런데 나의 예상과는 달리, 인사팀에서는 나에게 기대 연봉도 물어보지 않은 채 메일로 바로 최종 연봉협상 금액을 제시해버렸다. 내가 보낸 이의제기 메일에 대해, 맡고 있는 역할과 동기부여를 위해 처음 제시한 금액보다 n%만큼 연봉을 더 올려주겠다는 메일로 최종 답신이 온 것이다. 


메일로 순식간에 진행되어버린 연봉협상에 놀라기도 했지만, 제시받은 금액이 내가 생각했던 최소 희망연봉에 미치지 못했기에 나는 마음을 잡고 다시 두번째 이의제기 메일을 작성했다. 이번 메일에는 실제 동종업계에서 내 연차와 내 직무의 연봉이 어느정도 되는지를 실제 받았던 제안을 근거로 명확히 제시했고, 내가 현재 맡고 있는 롤이 회사의 전략과제 및 방향성과 얼마나 맞닿아 있으며, 또 중요한 롤인지에 대해 피력했다. 또한 지금까지 회사가 제공해준 복지와 조직문화에 감사함을 느끼고 있지만, 내가 이 회사와 함께 계속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나에게 더 강력한 동기부여가 필요함을 희망연봉 금액으로 제시하며 메일을 끝맺었다. 


확신 반 걱정 반의 마음으로 마지막 총알인 2번째 이의제기 메일의 발송 버튼을 눌렀다. 그로부터 다음날, 인사팀으로부터 2번째 이의제기 메일에 대한 답을 받았고 답신 메일을 받은 나는 속으로 환호성을 질렀다. 내가 2번째 이의제기 메일에서 제시한 금액으로 최종 협상을 하자고 답변이 온 것이다. 그렇게 2번의 이의제기와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연봉협상 끝에 나는 계약서에 도장을 찍었다. 사실 아직도 이 금액이 정말 만족스러운 금액인지 아닌지에 대한 확신은 없다. 그럼에도 처음 이렇게 강수량 30%와 같은 불확실성 속에서 내가 원하는 목표금액을 쟁취하기 위해 열심히 준비하고, 목소리를 냈다는 점에 대해서만큼은 내 자신을 칭찬해주고 싶다. :)


연봉협상을 망설이고 있는 주니어라면? 소소한 tip


1. 모든 업무 성과는 수치로 증명하자.

2. 시장에서 나의 몸값을 알아보고, 최소 협상 금액과 최대 협상 금액 수준을 마음 속으로 정해두자.

3. 어깨를 펴고 당당하게 요구하되, 회사의 노고와 노력을 존중하는 멘트를 잊지 말자.

작가의 이전글 잠재고객과의 첫 touch point, 웰컴 이메일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