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달고래 Jun 21. 2023

2년차 중등특수교사의
학급 환경 정리 & 학급 경영-2

새내기 특수교사의 의미있는 첫 도전기

1편을 쓸 때 관심을 보일 분이 거의 없으리라 생각했다. 그래서 사실상 개인 포트폴리오 기록 작성의 느낌으로 글을 썼는데  좋아요를 눌러주신 분들이 있었음에, 그리고 의외로 그게 한 분이 아니었음에(물론 많은 수는 아니지만) 꽤나 놀라며 이어서 글을 쓰고 있다. 외딴 변방의 게시글까지 어떠한 경로로 찾아오셨을지는 모르겠으나 찾아주신 분들을 반갑게 맞이하는 마음으로 이번에는 1인 1역할을 중심으로 소개하고자 한다.




3. 학급경영의 가장 기본, 1인 1역할
학생들의 시선이 닿는 칠판은 최대한 깔끔하게 유지하고자 자석형 산다케이스와 교사 책상의 파티션을 적극 활용했다.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고통. 모두에게 의미있는 역할을 하나씩 맡기고 일을 균형있게 분배하기가 생각보다 어려웠다.

1인 1역할 목록을 보면 아시겠지만 이 일들은 내가 직접하는게 더 빠르며, 내가 더 높은 완성도로 해낼 수 있다. 그러나 효율성만 추구하는 것은 특수교육의 지향점과 거리가 있다. 특수교육은 효율성과 경제적 논리의 관점에서 바라보면 할 필요가 없는 교육이기 때문이다. 진도는 답답하기 그지 없고, 교육 성과도 가시적이지 않으며 심지어 일정 수준의 성과도 보장되지 않는다. 그럼에도 특수교육은 법으로 보장된 권리이자 의무이며, 대부분의 사람들은 특수교육의 필요성에 의문을 갖지 않는다.


다시 효율성의 이야기로 돌아와서, 그렇다면 우리 반에서의 1인 1역할 활동의 목표가 무엇인지 논하자면 다음과 같다. 바로 '얼마나 빠른 시간 내에 높은 완성도로 수행할 수 있는가'의 관찰가능한 양적인 효율성이 아니라, '하나의 활동으로 동시에 얼마나 많은 역량을 길러줄 수 있는가'의 질적인 효율이다. 1인 1역할로 길러주고 싶은 역량은 크게 보면 두 가지이다. 맡은 역할에 대한 책임감, 학급 발전에 기여하고 있다는 소속감. 역할별로 나누어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1. 날짜 알림이: 고등학생이지만 오늘 날짜는 무엇인지? 어제는? 사흘 뒤는? 이런 식으로 물어보면 바로 대답하기 어려워하는 학생들이 많다. 시간의 흐름, 날짜의 흐름, 달력보기의 개념이 익숙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매일 칠판에 날짜를 적도록 시키는 것이며, 학습지에도 일부러 매일 날짜와 요일을 적게 한다. 


2. 급식 알림이: 급식표를 붙이면 간단해질 일은 창조경제와 일자리 창출정신을 발휘해 어렵게 만들어 보았다. 메뉴를 외우거나 스스로 찾아본 뒤 칠판에 직접 쓰도록 하는 것이다. 이를 통해 조금이라도 암기와 글씨쓰기 능력이 길러지기를 바라는데.. 그저 내 희망사항이다.


3. 택배정리 도우미: 택배는 진로와직업 교육의 일환으로 특수학교 전공과에서도 많이 시키는 활동이다. 게다가 요즘 같은 시대에 택배는 생활하는데 필수적이다. 커터칼을 다치지 않고 쓰는 방법, 물건이 상하지 않게 여는 법, 택배 상자를 버리는 법, 택배 상자 안의 다양한 보충재를 분리수거 하는 방법, 택배를 가져올 때는 무엇을 보고 내 택배인지 확인해야 하는지, 보내는 이와 받는 이가 누구인지 등등.... 택배로 가르칠 수 있는 것들은 정말 무궁무진하다.


4. 칠판 도우미: 오늘의 격려를 쓰도록 한 것은 사실 고민하다 칠판과 관련해서 할 것이 없어서 나온 아이디어이다. 글씨쓰기 연습도 해보고, 무엇보다 다른 사람에게 긍정적인 힘을 주는 말의 종류와 그것을 할 때의 기쁨을 알아가길 바라는 마음에서 역할을 만들었다. 처음에는 그런 말을 바로 떠올리는게 쉽지 않다는 것을 알기에 준호쌤의 토닥토닥 카드를 주고 그 중에 마음에 드는 말을 골라서 적어보라고 유도하는 중이다.

토닥토닥 카드가 참 많은 도움이 되고 있다. 이건 물론 학생들에게 보여주기 위해 내가 써본 것.


5. 교실 깔끔이: 학생들에게 빗자루질을 시켜보고 이게 얼마나 많은 요소를 고려하며 해야하는 활동인지 깨닫게 되었다. 생각하며 빗자루질을 해본 적이 없는 나에게는 꽤나 신선한 충격이었다. 나는 누구에게 배운 적도 없이 자연스럽게 습득한 빗자루질이지만 우리 학생들에게는 빗자루질 하기 전에 환기해야 한다는 것, 빗자루를 쥐는 법, 먼지가 날리지 않는 적절한 강도, 먼지를 한번에 모아서 쓸어야 한다는 것 등을 차근차근 알려주어야 한다. 뭐든 작게 나누어 차근차근 연습하면 능숙해지는 날이 올 것이라고 믿는다. 그 날을 위해 지금부터 연습하는 것이다.


작년보다 체계적으로 구성한 것은 만족스러운 부분이나 작년에 비해 아쉬운 부분도 있다. 바로 학급회의 안건으로 진행하지 못한 점. 작년에는 애들이 적어서 기간을 학급회의를 통해서 정해보게 했다. 그렇지만 해보니 한달은 해야 학생들이 익숙해져서 루틴으로 자리잡을 수 있음을 배웠다. 민주적인 학급운영과 숙련도를 키우는 것 사이에서 갈등하다 후자를 택한 것이다. 올해 진행하다보면 분명 또 아쉬운 점이 발견될 것이다. 이렇게 점점 학생들도 나도 성장한다면 좋겠다.



매거진의 이전글 2년차 중등특수교사의 학급 환경 정리 & 학급 경영-1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